[장윤호의 MLB산책] 푸이그, 다저스의 역대급 '계륵'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 입력 : 2017.01.06 08:06 / 조회 : 3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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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시엘 푸이그. /AFPBBNews=뉴스1




‘쿠바산 야생마’ 야시엘 푸이그(26)는 지금 LA 다저스에게 한마디로 ‘계륵’과 비슷한 존재다. 팀에 데리고 있기는 싫지만 내다 버리자니 아깝다. 지난해 말 다저스는 한동안 그를 트레이드하기 위해 온갖 애를 써봤지만 결국 실패한 뒤 그를 한 달간 마이너로 내려 보내기도 했다. 그렇게 푸이그가 꼴 보기 싫었다면 그냥 방출하거나, 헐값에 트레이드할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은 것에서 다저스의 딜레마를 볼 수 있다. ‘골치 덩어리’지만 그냥 버리기엔 너무도 뛰어난 잠재력과 재능을 지녔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다. 정말 “저 먹자니 싫고 남 주자니 아깝다"는 우리 말 속담에 딱 맞아 떨어지는 경우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기에 이번 오프시즌에도 과연 다저스가 푸이그를 어떻게 할지는 그 누구도 모르는 미스터리로 남아있다. 푸이그는 지난해 104경기에 나서 .263/.323/.416의 타격 슬래시라인과 11홈런, 45타점, 4도루의 ‘그저 그런’ 성적을 올려 2015년(.255/.322/.436, 11홈런, 38타점, 3도루)에 이어 2년 연속 평범한 성적에 그쳤다. 푸이그가 그 이전 2년 동안 평균 .305/.386/.502와 18홈런, 56타점, 11도루를 기록하며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큰 기대와 흥분을 자아낸 스타재목으로 떠올랐던 것과 비교하면 실망스럽지 않을 수 없는 결과다.

하지만 푸이그의 문제는 단순히 성적 저하 때문만이 아니다. 그의 인격적인 문제에 대한 클럽하우스 내 불만이 쌓여왔던 것이 결정적이다. 그동안 많은 다저스 선수들은 푸이그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왔다. 어떤 선수는 “푸이그가 내가 야구장에서 만난 최악의 사람”이라는 표현까지 했고 그를 트레이드시켜달라는 선수들의 요구가 있었다는 소문도 있었다. 한때 잭 그레인키가 푸이그의 슈트케이스를 팀 버스 밖으로 집어던졌고 그가 다저스를 떠난 이유도 푸이그 때문이라는 말도 돈 바 있다. 이런 이야기들의 진위 여부는 분명치 않지만 그의 동료들이 그와 함께 플레이하는 것에 대해 그리 내켜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로 보인다. 그리고 그런 관계가 이어지면서 푸이그의 성적도 곤두박질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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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가너를 상대로 어필하는 푸이그 /AFPBBNews=뉴스1



그 어떤 이유에서든지 간에 엄청난 잠재력을 살려내기는커녕 채 제자리걸음조차 못하고 아예 ‘후진’을 하고 있는 그를 보면서 다저스가 아직 트레이드 밸류가 살아있을 때 그를 내보내는 것을 고려했던 것도 무리가 아니다. 사실 푸이그의 이름은 지난해 오프시즌에도 트레이드 대상으로 떠돈 바 있다.

다저스는 지난해 여름 밀워키 브루어스의 라이언 브론과 푸이그의 트레이드를 심각하게 상의했으나 끝내 합의를 보지 못했다. 다저스가 푸이그의 엄청난 가능성을 생각해 그에 걸 맞는 대가를 받으려한 것이 걸림돌이었다. 결국 트레이드에 실패한 다저스는 푸이그를 팀에 계속 남겨두는 대신 아예 마이너로 내려 보냈고 많은 전문가들은 푸이그가 다시 다저스 유니폼을 입을 일은 없을 것이라고 점쳤다.

하지만 다저스 수뇌부는 푸이그의 엄청난 잠재력에 대한 미련을 그냥 떨쳐버릴 수 없었고 푸이그에게 여러 가지 엄격한 행동지침을 제시한 뒤 다시 인내를 갖고 기다리는 쪽을 택했다. 푸이그가 정신을 차린다면 트레이드 시장에서 그의 가치가 다시 올라갈 수도 있는데다 당장 내보내기란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푸이그가 한 달간 마이너에 얌전히 머물며 구단의 요구사항에 부응하자 9월 중에 그를 다시 메이저로 불러 올렸고 푸이그는 남은 시즌동안 플레이오프를 합쳐 왼손투수를 상대로 15경기에 나서 .281/.338/.561, 4홈런 11타점의 준수한 성적을 올렸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시즌이 끝난 뒤 푸이그에 대해 “그의 에너지와 발전하려는 의지, 그리고 동료 및 코칭스태프와 잘 어울리려는 자세는 모두 시즌 내내 좋았다”면서 “다만 그가 좀 더 꾸준하게 타석에 들어설 기회가 필요해 오클라호마 시티(트리플A)로 내려갔고 더 좋은 선수가 되는 것은 물론 책임감을 지닌 인격체로 성장해주길 원했는데 그는 그렇게 해줬다”고 평가했다.

그렇다면 푸이그는 내년 시즌 어떻게 될까. 트레이드 가능성과 잔류 가능성 중 어느 쪽도 확신하기 힘든 상황이다. 푸이그는 올해 650만달러, 내년 750만달러 등 향후 2년간 1,400만달러의 계약이 남아있고 2019년부터 연봉조정 자격을 얻는다. 다른 팀에서 푸이그의 잠재력에 조금만 더 베팅을 한다면 다저스가 그를 내줄 가능성은 충분하다. 다만 다저스는 그를 헐값에 팔 생각은 없는 것이 분명하다. 푸이그가 정신만 제대로 차린다면 아직도 슈퍼스타가 될 수 있는 재능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푸이그는 가끔은 마침내 철이 든 것처럼 말하고 행동해 팀을 헷갈리게 만들곤 한다. 한 번 다시 기대를 해볼까 하다가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라는 탄식을 자아내는 것이다.

여기에 다저스의 계산을 한결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푸이그의 포지션을 둘러 싼 현 팀 상황이다. 다저스의 외야진은 지금 푸이그 외에도 주전급 선수가 차고 넘친다. 푸이그 외에 작 피더슨, 엔리케 에르난데스, 스캇 반 슬라이크, 앤드루 톨스, 안드레 이티어, 트레이스 톰슨 등 외야수만 7명으로 3개뿐인 포지션을 놓고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사실 다저스는 지난해에도 비슷한 상황에서 출발했지만 이티어가 스프링캠프 도중 부상을 입고 거의 시즌 전체를 결장한데다 칼 크로포드는 잔여연봉 3,500만달러를 부담하면서 방출시켰고 톰슨이 약 2달여만에 허리부상으로 시즌 아웃되면서 자연스럽게 교통정리가 된 바 있다. 두터운 선수층의 덕을 본 셈. 그런데 올해는 이티어와 톰슨이 돌아오면서 다시 한 번 외야 교통정리가 필요해진 상황이다.

현 시점에서 내년 다저스의 외야수 주전으로는 좌익수 톨스, 중견수 피더슨, 우익수 이티어가 될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이들 3명이 모두 왼손타자이고 다저스가 지난해 상대 왼손투수를 상대로 엄청나게 부진한 타격을 보였다는 사실이다. 다저스는 지난 시즌 왼손투수 상대 타율이 0.213으로 ML 30개 구단 가운데 30등으로 ‘꼴찌’였다. 꼴찌도 그냥 꼴찌가 아니라 압도적 꼴찌였다. 1위인 보스턴 레드삭스(0.278)는 말할 것도 없고 29위인 볼티모어 오리올스(0.234)와도 상당한 격차가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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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등장과 함께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던 푸이그. 지금은 팀의 계륵이 됐다./AFPBBNews=뉴스1


이런 상황에서 오른손 타자인 푸이그의 존재감이 한층 높아질 여지가 남아있다. 푸이그는 지난해 왼손투수를 상대로 장타율 0.471과 OPS 0.784를 기록, 팀내 1위에 올랐다. 그런데 역대급으로 왼손투수에 약한 면을 보였던 다저스가 지난해 팀에서 왼손투수에 가장 강한 모습을 보였던 선수 푸이그를 내보내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는 기묘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만약 푸이그가 잔류한다면 다저스는 내년 시즌 외야 3개 포지션에서 모두 플래툰을 돌려야 할 상황이다. 레프트엔 톨스와 반 슬라이크, 센터엔 탐슨과 피더슨, 라이트엔 이티어와 푸이그가 출장시간을 나눠가져야 하고 에르난데스는 내, 외야를 오가는 유틸리티 백업 플레이어가 될 전망이다. 물론 트레이드를 통해 이들 한 두 명이 떠날 가능성은 언제나 남아 있다. 로버츠 감독이 외야에 주전급 3명이 확실하게 자리를 잡는 것을 원할지, 아니면 상대에 따라 선수들의 계속 재배치하는 플래툰 시스템을 가동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는 지난달 윈터미팅에서 “팀 로스터는 내가 원하는 대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자연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라면서 “6~7명의 메이저리거들을 대상으로 출전시간을 나누는 문제를 지금 이야기하긴 힘들다”고 밝힌 바 있다. 여기에 팀 동료들과의 불편한 관계라는 걸림돌 요소까지 포함시키면 다저스가 골치 아플 이유가 충분하다. 이 모든 고민의 중심에 ‘역대급 계륵’ 푸이그가 서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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