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아나', 한겨울 태평양 어드벤처..'겨울왕국'보다 아쉽다

[리뷰] '모아나'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7.01.05 15:21 / 조회 : 3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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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모아나' 포스터


최고의 2016년을 보낸 디즈니의 2017년 첫 애니메이션 '모아나'. 추수감사절 시즌 북미 박스오피스에서 3주 연속 1위를 차지하며 북미에서 2억 달러, 전 세계에서 4억 달러를 이미 벌어들인 흥행작이 뒤늦게 한국에 선보인다. 태평양 한 가운데 사는 16살 소녀 모아나의 모험담이다. 3년전 이 즈음 북유럽을 스크린에 옮긴 듯 눈과 얼음의 왕국을 환상적으로 그려냈던 1000만 애니 '겨울왕국'과는 180도 다른 전략을 택한 셈. 마론인형 같은 백인 공주님과는 한 눈에도 다른 건강미를 내뿜는 모아나의 매력 또한 마찬가지다.


'모아나'는 낙원이나 다름없던 섬이 저주에 걸리자 전설 속 영웅 마우이(드웨인 존슨)과 함께 드넓은 바다로 나선 소녀 모아나(아우이 크라발호)의 모험담이다. 모투누이 섬 족장인 아버지가 강요하는 섬 안의 안락한 삶에서 벗어나 가슴을 뛰게 하는 광활한 바다로 떠난 소녀의 이야기가 눈이 탁 트이는 원색의 비주얼, 신비롭고도 다이나믹한 폴리네시아 신화와 어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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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모아나' 스틸컷


폴리네시아어로 '바다'를 뜻하는 '모아나'란 제목답게 제일 먼저 눈길을 끄는 건 한겨울 꽁꽁 언 몸을 녹여주는 듯한 푸른 바다다. '인어공주'(1989)와 '알라딘'(1992)을 공동 연출한 론 클레멘츠 감독과 존 모스커 감독은 최신의 CG 기술력에 아날로그적 터치를 더해 투명하고도 생생한 물빛을 만들어냈다. 시시각각 색채와 깊이를 달리 하는 바다는 그 자체로 '모아나'의 주요 캐릭터다. 황홀한 모습으로 시선을 압도한다. 바라보는 것 자체로 눈이 시원해지는 느낌이다.

폴리네시아인 특유의 낙천성과 건강미가 돋보이는 모아나-마오이 콤비 또한 사랑스럽다. 구릿빛 피부와 칠흑 같은 곱슬머리, 다부진 몸매를 지닌 타고난 모험가 모아나는 "난 공주가 아니에요"라고 당당히 외치며 디즈니 애니 여주인공의 새로운 세대가 왔음을 알린다. 근육질 스타 드웨인 존슨의 비주얼에 능청스런 유머와 뜻밖의 노래솜씨가 더해진 반인반신 마우이도 매력적인 캐릭터다. 골든글로브 주제가상에 노미네이트 된 모아나의 주제가 'How Far I'll Go', 드웨인 존슨이 직접 부른 'You're Welcome' 등 OST는 하나같이 중독성이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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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모아나' 스틸컷


하지만 아쉬운 대목도 적지 않다. 단순한 이야기가 캐릭터나 비주얼에 대한 기대감을 따라가지 못한다. '겨울왕국'과의 비교를 피할 수 없는 입장인데, 이야기의 개연성이나 쫀쫀한 전개, 서브 캐릭터의 매력이 그에 미치지 못한다. 모아나와 마우이 둘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 구조 자체가 단순한 데다, 결정적 순간 갈등이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도 단순하다. "마음이 원하는 대로" 나아가라는 초반 메시지가 어떻게 전개될 지 뻔히 보이는데 지지부진 설득을 반복한달까.

'모아나'는 어디에 중점을 두느냐에 따라 만족감이 다를 애니메이션이다. 쳤다 하면 안타는 하는 디즈니의 저력이 여전하다. 하와이 휴가의 대리만족을 느끼고 싶다면 추천한다. 그래도 제2의 '겨울왕국'이라면 역부족이 아닐까.

11일 개봉. 러닝타임 116분. 전체관람가.

P.S. 긴 엔딩 크레딧이 모두 올라간 뒤 짤막한 쿠키 영상이 있다. 감독들의 전작을 봤다면 피식 웃음이 나올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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