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MLB산책] 2016 코리언 빅리거들의 '바로 그 순간'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 입력 : 2017.01.03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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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환-강정호-김현수(왼쪽부터)./AFPBBNews=뉴스1


2016년은 코리언의 메이저리그 도전사에 굵은 획을 남긴 한 해였다. 박찬호가 한국인 선수로는 사상 최초로 메이저리그에 풀타임 선수로 데뷔한 1996년 이후 꼭 20주년이 된 지난해 역대 가장 많은 8명의 한국인 선수들이 메이저리그 무대를 누볐다.

지난 2013년 시즌 류현진(LA 다저스)이 한국프로야구(KBO) 출신선수로는 사상 처음으로 메이저리그 무대로 직행한 데 이어 2015년 강정호(피츠버그)가 합류하고 지난해엔 김현수(볼티모어), 박병호(미네소타), 이대호(시애틀), 오승환(세인트루이스) 등이 한꺼번에 메이저리그 팀에 입단하면서 KBO 출신 선수만 6명이 지난해 MLB 무대에서 뛰었다. 여기에 KBO를 거치지 않고 메이저리그 스타반열에 오른 추신수(텍사스)와 마이너에서 눈물 젖은 빵을 씹다가 지난해 빅리그에 데뷔한 최지만(LA 에인절스)을 합쳐 총 8명의 코리언이 지난해 메이저리그 무대를 누볐다.


그리고 이들은 오랜 세월동안 기억될 멋진 경기들도 다수 만들어내 팬들의 가슴을 뛰게 만들었다. 새해를 맞으면서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욱 풍성한 결과가 있기를 기대하는 마음과 함께 2016 코리언 빅리거들의 톱10 모멘트를 골라봤다.

1. 대타 김현수 역전 결승 투런샷 폭발 (9월29일 토론토 원정경기)

지난해 볼티모어는 253개의 홈런을 때려 팀 홈런 부문에서 메이저리그 1위에 올랐다. 2위인 세인트루이스(225개)보다 28개가 많은 압도적 1위였다. 이 253개의 홈런 가운데 2016 최고의 홈런으로 꼽히는 것이 바로 김현수가 때려 낸 이 한 방이다.


AL 와일드카드 레이스에서 한 경기차로 팽팽한 싸움을 이어가던 볼티모어와 토론토는 9월28일부터 운명의 3연전에 돌입했다. 시리즈 1차전에서 완패해 두 게임차로 뒤진 볼티모어는 이날 2차전에서도 토론토 선발 프란시스코 릴리아노에 7회 1사까지 삼진 10개를 내주며 적지에서 0-2로 끌려가 패색이 짙었다. 8회말 마크 트럼보의 솔로홈런으로 1점을 따라갔으나 여전히 1-2로 뒤진 상황에서 9회초 토론토 마무리 로베르토 오수나와 맞선 볼티모어는 1사후 조나단 스쿱이 안타를 치고 나가자 대타로 김현수를 내세웠고 김현수는 오수나와 9구까지 가는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접전 끝에 우월 역전 투런홈런을 때려 눈앞의 패배를 승리로 바꿔 놨다.

이날 패할 경우 4경기를 남긴 상황에서 3경기차로 뒤져 사실상 역전이 불가능해질 처지였던 볼티모어는 대타 김현수의 한 방으로 짜릿한 승리를 따네 와일드카드 싸움에서 끝까지 살아남을 모멘텀을 얻었다.

2. 이대호 연패행진 끝낸 연장 10회 끝내기 홈런 (4월14일 텍사스와 홈경기)

시애틀은 이 경기 전까지 5연패의 늪에 빠져있었다. 더구나 그 5연패는 모두 홈구장 세이프코필드에서 당한 것으로 시즌 홈경기 성적이 5전 전패였다. 이날 경기가 끝나면 열흘에 걸쳐 뉴욕-클리블랜드-애나하임을 도는 9게임 원정여행 강행군이 기다리고 있었던 시애틀은 이날도 패했다면 시즌 첫 홈 승리를 위해 최소한 12일을 더 기다려야 했다. 162경기나 치르는 마라톤 시즌에서 첫 달에 이처럼 승리가 절실했던 경기가 또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간절했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날도 승리는 쉽지 않았다. 2-1로 박빙의 리드를 지키던 시애틀은 8회초 텍사스의 들라노 드쉴즈에게 동점 솔로홈런을 허용, 연장전으로 끌려갔다.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그토록 애타게 기다렸던 승리를 배달한 영웅이 바로 빅리그 루키 이대호였다. 연장 10회말 2사 1루에서 애덤 린드를 대신해 대타로 타석에 들어선 이대호는 텍사스의 강속구 투수 제이크 디크만의 시속 97마일짜리 강속구를 통타, 레프트펜스를 넘어가는 극적인 끝내기 홈런을 터뜨렸다. 시애틀의 스콧 서비스 감독은 시즌이 끝난 뒤 시즌 중 가장 기억에 남은 순간으로 바로 이대호의 이 끝내기 홈런을 지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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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수-박병호-이대호-류현진(시계방향으로)./AFPBBNews=뉴스1


3. 강정호 부상 복귀전서 연타석 홈런 ‘매직’ (5월7일 세인트루이스 원정경기)

2015년 시즌 막판에 심각한 다리부상을 입고 수술을 받은 강정호는 2016시즌 첫 28게임에 결장한 뒤 이날 최고 라이벌 세인트루이스를 상대로 3루수 겸 6번타자로 시즌 데뷔전을 치렀다. 2회 무사 1, 2루에서 들어선 시즌 첫 타석에서 3루 병살타를 친 강정호는 4회초 두 번째 타석에선 무사 만루에서 2루 플라이로 잡히는 등 잇달아 절호의 찬스를 놓치면서 아직 제 컨디션이 아님을 보여주는 듯 했다.

하지만 강정호는 피츠버그가 1-0으로 박빙의 리드를 지키던 6회초 1사 1루에서 들어선 3번째 타석에서 우중간 투런홈런을 터뜨려 시즌 첫 안타를 홈런으로 장식하며 팀에 3-0 리드를 안겼다.

그리고 그게 끝이 아니었다. 세인트루이스가 7회말 2점을 뽑아 3-2로 쫒아오자 그는 8회초 2사 주자없는 상황에서 맞은 다음 타석에서 세인트루이스 구원투수 케빈 시그리스트의 시속 95마일 강속구를 완벽하게 끌어당겨 스탠드 왼쪽 상단에 꽂히는 초대형 솔로아치를 그려 리드를 4-2로 벌리며 피츠버그에 짜릿한 승리를 안겼다.

4. 김현수 ML 1호 대포, 그리고 동료들의 ‘무관심’ 축하 (5월30일 클리블랜드 원정경기)

이 경기 전까지 1승5패의 슬럼프에 빠져있던 볼티모어를 깨워냈고 잠자던 김현수의 거포 본능도 함께 깨워낸 한 방이었다.

볼티모어는 1회초 마크 트럼보의 주자일소 3타점 2루타로 기선을 제압한 뒤 4회초 1점을 보태 4-0으로 앞서갔으나 4회말 카를로스 산타나의 솔로홈런과 마이크 나폴리의 투런홈런, 6회 제이슨 킵니스의 솔로홈런 등 경기 중반 클리블랜드에 홈런 3방을 맞고 4-4 동점을 허용, 역전패의 위기에 몰렸다.

완전히 클리블랜드 쪽으로 넘어간 분위기를 다시 돌려놓은 것은 7회초 2사 주자없는 상황에서 터진 김현수의 첫 ML 홈런포였다. 이 경기 전까지 0.386의 타율에도 불구, 장타는 2루타 3개뿐이었던 김현수는 첫 메이저리그 홈런을 친 뒤 들뜬 마음으로 홈을 밟고 덕아웃으로 향했으나 한동안 동료 그 누구도 그에게 환호는커녕 눈길조차 주지 않는 ‘무관심’ 세리머니 축하를 받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물론 동료들은 잠시 어리둥절한 그에게 일제히 몰려들어 열광적인 환호로 마수걸이 홈런을 축하해줬다.

5. 오승환 생애 첫 ML 세이브 (7월3일 밀워키와 홈경기)

오승환은 시즌 첫 3달 동안 적응기를 거쳐 7월 시작과 함께 깊은 슬럼프에 빠진 전 클로저 트레버 로젠탈을 대신해 세인트루이스의 마무리로 기용되기 시작했다.

첫 3달 동안 오승환의 성적은 실로 눈부신 것이었다. 메이저리그에서 첫 7번의 등판까지 무실점 행진을 이어간 오승환은 이후 셋업맨으로 승격돼 총 14개의 홀드를 기록하며 6월까지 평균자책점 1.58이라는 빼어난 성적을 올렸고 계속 부진을 보인 로젠탈을 대신해 7월 첫 경기부터 마무리로 승격했다. 그리고 첫 마무리 출격인 이날 밀워키 전에서 그는 3-0으로 앞선 9회말 마운드에 올라 탈삼진 2개를 곁들인 깔끔한 퍼펙트 피칭으로 생애 첫 메이저리그 세이브를 기록했다.

6. 이대호 연타석 아치…‘추격시동’ 솔로포와 ‘역전완성’ 투런포 (5월5일 오클랜드 원정경기)

시애틀은 5회말 오클랜드에 대거 6점을 내주고 4-8로 끌려가 패색이 짙어졌다. 하지만 6회초 공격에서 이대호가 우중간 펜스를 넘어가는 솔로홈런을 때리면서 추격의 시동을 걸었고 희생플라이로 한 점을 더 따라간 뒤 7회엔 카일 시거의 적시타로 7-8까지 따라붙었다.

그리고 7회 2사 1루에서 타석에 들어선 이대호는 좌월 투런홈런으로 경기를 9-8로 뒤집었고 시애틀은 결국 이 스코어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이대호의 생애 첫 ML 멀티홈런 경기는 또한 한국 어린이 팬들에게 최고의 ‘어린이날 선물’이었다. 스콧 서비스 감독은 경기 후 “오늘 같은 승리는 오래 기억될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7. 박병호 3번째 경기서 마수걸이 초대형 홈런포 (4월9일 캔자스시티 원정경기)

강정호나, 김현수, 이대호 등이 모두 메이저리그 커리어를 벤치에서 시작해 자신을 입증시키는 과정을 거친 것과 달리 박병호는 빅리그 출발을 주전선수로 했다. 시즌 개막전에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한 박병호는 두 번째 타석에서 첫 빅리그 안타를 신고하고 다음 타석에선 몸 맞는 볼로 출루한 뒤 첫 득점까지 올리는 무난한 출발을 보였다.

거포 박병호의 첫 홈런도 비교적 빨리 나왔다. 시즌 4차전이자 3번째 출장경기에서 박병호는 2-2로 팽팽히 맞선 8회초 캔자스시티 구원투수 요아킴 소리아를 상대로 좌중간 스탠드 상단에 꽂히는 비거리 441피트짜리 초대형 아치로 첫 홈런을 신고했다. 첫 빅리그 홈런이 팀에 시즌 첫 승을 안기는 결승타점이 될 가능성이 생긴 것이었다.

하지만 미네소타는 막판 리드도 지킬 능력이 없었다. 캔자스시티는 공수교대 후 바로 2점을 뽑아 경기를 뒤집고 4-3으로 승리, 미네소타를 시즌 4전 전패로 몰아넣었고 이후 미네소타의 시즌 전패행진은 9연패까지 이어졌다. 박병호는 4월 중 홈런 6개를 때리고 5월에도 홈런 3개를 보태긴 했으나 타율은 줄곧 2할대 초반을 맴도는 부진을 이어갔고 결국은 7월 시작과 함께 트리플A 로체스터로 내려간 뒤 부상으로 시즌을 마감하고 말았다.

8. 류현진 시즌 유일한 등판, 그리고… (7월8일 샌디에고와 홈경기)

21개월, 날짜로 640일만의 메이저리그 실전 복귀전에 나선 류현진은 4.2이닝동안 8안타 2볼넷으로 6실점하고 강판돼 패전투수가 됐다. 결과보다는 내용이 더 중요한 경기였지만 결과는 물론 내용면에서도 확신을 안겨주기엔 부족한 경기였고 결국 팔꿈치에 통증에 생기면서 이날이 시즌 처음이자 마지막 등판이 됐다. 6실점이 모두 자책점이었지만 사실 수비에서 아쉬운 장면이 나온 것도 있어 그렇게 많은 실점을 주지 않을 수도 있었다는 아쉬움은 남았다. 이날 경기만으론 그의 재기와 관련, 어떠한 결론도 내릴 수 없었기에 2017 시즌이 분수령으로 다가오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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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만 /AFPBBNews=뉴스1


9. 최지만 “내 생애 최고의 짜릿한 기억” (8월5일 오클랜드와 홈경기)

룰5 드래프트를 통해 LA 에인절스에 지명된 최지만은 드디어 꿈에 그리던 빅리그 무대를 밟았으나 역시 빅리그의 벽은 높았다. 첫 두 달동안 그의 성적은 18타수 무안타로 타율 제로였다. 마침내 7월11일 볼티모어 원정경기에서 2루타를 쳐 생애 첫 빅리그 안타를 신고한 그는 7월 중에 홈런 2방을 때리며 조금씩 자신감을 찾아가기 시작했고 8월5일 오클랜드와 홈경기에서 생애 최고 경기를 했다. 2회 1-1을 만드는 동점 솔로홈런을 터뜨린 최지만은 2-2 동점이던 3회 두 번째 타석에선 스리런홈런을 뿜어 팀에 5-2 리드를 안겼다. 하지만 에인절스는 이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결국 6-8로 고배를 마셨다.

10. 추신수, 숨 돌릴 여유 안겨준 한 방 (6월23일 신시내티와 홈경기)

시즌 내내 부상에 시달리면서 48경기밖에 뛰지 못한 추신수는 사실 이렇다 할 하이라이트 장면이 없었다. 그나마 가장 근접한 것이 신시내티와의 인터리그 홈경기였다. 7회까지 5-1로 여유있게 앞서가던 텍사스는 8회초 신시내티의 유제니오 수아레스에게 스리런홈런을 맞고 4-5로 쫓기며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8회말 공격에서 추신수는 선두타자로 나서 바뀐 투수 토니 싱그라니를 통타, 좌월 솔로홈런을 뽑아내며 팀에 쐐기득점을 안겼다. 추신수는 지난해 6월 중에 타율 0.292와 4홈런, 10타점을 기록하며 가장 좋은 타격감각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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