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MLB산책] 베테랑 vs 유망주..트레이드의 영원한 화두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 입력 : 2016.12.27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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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 브라이언트. /AFPBBNews=뉴스1



요즘 메이저리그 구단들에게 가장 소중한 자산 중 하나는 젊은 유망주들(Prospects)이다. 모든 팀들이 유망주들을 많이 확보하기 위해 혈안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를 위해 아마추어 선수들에 대한 스카우트와 중남미 등 해외 각국에 대한 스카우트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것은 물론 이미 마이너리그에서 뛰는 다른 팀들의 유망주에 대한 스카우트 경쟁도 뜨겁기 그지없다.


장차 메이저리그에서 스타급 선수로 성장할 잠재력이 있는 특급 유망주들을 붙잡을 수 있다면 팀의 최고 스타급 선수라도 내줄 수 있다는 것이 요즘 메이저리그 단장들의 생각이다. 얼마 전 시카고 화이트삭스가 전성기에 있는 메이저리그 정상급 좌완투수 크리스 세일을 보스턴 레드삭스에 내주고 요안 몬카다와 마이클 코펙 등 두 명의 특급 유망주를 데려간 트레이드가 대표적인 예이다.

또 구단이 확보한 유망주들은 가능한 한 지켜내길 원하는 것도 뚜렷한 추세로 자리 잡았다. 웬만한 베테랑 선수에 대한 트레이드 제안이 오갈 때, 과거에는 그 대가로 상대팀의 다른 메이저리거들을 원했으나 이제는 거의 대부분 팀들이 상대방의 마이너리그 시스템에 있는 톱 유망주들을 요구하곤 한다. 그로 인해 스타급 선수의 트레이드가 대부분 팬들은 들어본 적도 없는 무명의 마이너리거를 내줄 수 없다는 이유로 불발되는 경우도 다반사다.

사실 유망주란 말 그대로 유망주일 뿐이다. 미래의 가치이지 현재의 가치는 아니다. 아무리 뛰어난 유망주라도 나중에 실제로 슈퍼스타가 될 지는 그 누구도 장담할 수는 없다. 브라이스 하퍼와 크리스 브라이언트의 경우처럼 누구나 슈퍼스타가 될 것으로 점쳤던 유망주들이 생각대로 단기간에 최고 스타로 성장한 경우도 있는 반면, 그 반대로 100% 슈퍼스타가 될 것으로 생각했던 선수가 전혀 꽃을 피우지 못하고 사라진 경우도 수두룩하다.


그렇기에 현재 확실하게 검증된 최고의 선수를 가능성만 믿고 미래의 올스타와 바꾸는 거래는 언제나 위험성이 따라온다. ‘유망주’란 말 그대로 미래의 자산인 ‘어음’인데 어음은 부도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거래는 ‘약속어음’(유망주)을 받고 ‘현금’(현재의 스타)을 내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대박이 터질 수도 있지만 반대가 될 수도 있다.

사실 엄밀히 말하면 후자의 경우가 더 흔하다. 확실한 스타 재목으로 생각했지만 생각만큼 빨리 크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각 구단이 장차 스타급 선수가 될 것이라고 평가하는 구단별 탑10 유망주만 모두 합쳐도 매년 300명에 달하는데 그만큼 새로운 스타급 선수가 등장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유망주를 둘러싼 평가와 이를 토대로 한 주판알 튕기기는 사실상 ‘복불복’인 셈이다. 어떤 경우엔 현재의 ‘미끼’에 혹해 유망주를 트레이드한 뒤 그가 오랜 세월동안 초특급 선수로 활약하는 것을 지켜보며 후회로 땅을 치는 경우도 있고, 어떤 경우엔 확실한 유망주라고 생각해 매력적인 제안을 거부했다가 나중에 후회하며 속을 썩는 경우도 있다.

사실 많은 구단 단장들이 팀내 최고 유망주들을 선뜻 트레이드하길 꺼려하는 이유는 자명하다. 열 번 성공적인 트레이드를 하고도 자칫 한 번의 잘못 판단한 트레이드로 인해 평생 ‘오점’을 남길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과거 1980년대 말부터 90년대 중반까지 LA 다저스의 단장으로 재직했던 프레드 클레어는 1994년 당시 팀의 에이스였던 라몬 마르티네스의 동생 페드로 마르티네스를 몬트리올 엑스포스로 트레이드했다가 땅을 치고 후회한 것은 물론 평생 다저스 팬들의 원망을 들어야 했다.

당시 팀의 2루수 조디 리드와의 계약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2루수가 필요해지자 당시 엑스포스의 올스타 2루수였던 들라노 드쉴즈를 데려오기 위해 마르티네스를 내준 것이 평생의 한이 됐다. 마르티네스가 뛰어난 구위를 지녔지만 체격이 워낙 왜소해 선발투수론 오래 버티기 힘들 것이라고 판단했던 것이 실수였다. 마르티네스는 몬트리올을 거쳐 보스턴에서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고의 투수 중 한 명이 된 반면 드쉴즈는 3년간 부상과 부진으로 골칫거리만 안겨준 뒤 떠나갔다.

물론 클레어 단장이 활동했던 시기와 최근의 메이저리그는 여러 모로 다를 수밖에 없다. 만약 클레어 단장이 1994년이 아니라 2016년에 다저스의 단장이었더라면 그처럼 쉽게 마르티네스를 트레이드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최근 유망주의 가치는 장래의 스타가 될 수 있다는 잠재력 외에 연봉을 많이 줄 필요가 없다는 것이 절대적인 매력 포인트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스타 선수들의 연봉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상황에서 5년 정도는 고액연봉을 걱정할 필요가 없는 유망주들의 가치는 과거 그 어느 때보다도 팀에 소중한 자산이 될 수밖에 없다. 미래의 보물임은 물론 현재의 트레이드 미끼로도 유망주만큼 좋은 것이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유망주들을 쓸어 모은 뒤 이들이 최고로 커주기만을 기다리는 것도 능사는 아니다. 유망주들이 기대처럼 큰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다. 어떤 경우는 한창 평가를 받을 때 빨리 트레이드하는 것이 더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다. 1~2년 정도만 더 기다려 몸값이 더 오르면 팔겠다고 생각하는 것도 위험이 따른다. 유망주들의 주가는 주식시장의 주가 정도는 아니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요동치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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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스 하퍼./AFPBBNews=뉴스1


1년 전 브라이언트나 하퍼와도 비교될만한 미래의 슬러거로 각광을 받았던 조이 갤로(텍사스 레인저스)가 올해 트리플A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 뒤 주가가 많이 내려간 것이 그 좋은 예다. 만약 1년전 그를 트레이드했더라면 상당한 대가를 기대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그 외에도 한때 최고의 유망주로 각광을 받았지만 지금은 찬밥신세가 된 과거의 유망주들은 셀 수도 없이 많다. 결국 세상만사가 다 마찬가지지만 여기서도 조화와 균형, 그리고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이 필수적인 셈이다. 특히 판단을 내리면 우물쭈물하지 않고 빠른 결단을 내릴 수 있는 용기도 필요한 세상이다.

최근 대부분 메이저리그 단장들과 달리 보스턴의 데이브 돔브라우스키 단장은 이번 크리스 세일 트레이드에서 메이저리그 전체 1번 유망주(몬카다)와 미래의 넘버 1 에이스감(코펙)을 내준 것이 말해주듯 유망주들을 내주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단장으로 유명하다. 그는 이에 앞서 클로저 크레이크 킴브럴을 얻으려고 매뉴얼 마곳과 하비에르 게라를 보냈고 좌완 선발요원 드루 포머만츠를 잡기 위해 최고의 평가를 받던 앤더슨 에스피노사를 희생시켰다.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에서 단장으로 재직할 때는 미겔 카브레라를 얻기 위해 당시 전체 탑10 유망주로 꼽혔던 캐머룬 메이빈과 앤드루 밀러를 선뜻 내준 것까지 그의 행보를 살펴보면 그가 검증된 빅리거를 잡는데 유망주를 아끼지 않았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리고 그의 이런 과감한 움직임은 상당수가 성공으로 나타났다. 디트로이트 시절 2007년 시즌이 끝난 뒤 당시 플로리다 말린스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당시 최고의 스타 카브레라를 잡기 위해 메이빈과 밀러를 포함한 6~7명의 유망주들을 내보냈지만 이들 가운데 아직도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선수는 메이빈과 밀러뿐이고 이들도 말린스에서 거의 별 기여를 못했다. 지금 최고의 구원투수로 올해 포스트시즌에서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불펜을 지킨 밀러도 당시엔 선발투수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가 나중에 구원투수로 전향한 뒤 뒤늦게 꽃을 피운 대기만성형 선수다.

반면 카브레라는 디트로이트에서 곧바로 8년 1억5,230만달러 계약을 체결한 뒤 지금까지도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최고의 강타자로 활약을 이어오고 있다. 2012, 2013년 AL MVP를 2년 연속 수상하는 등 지금까지 MVP 후보에서 빠진 적이 없고 2010년 이후 빠짐없이 올스타로 선정됐다. 당시 말린스가 카브레라의 몸값을 덜기 위한 트레이드를 한 것이긴 하지만 카브레라는 그 엄청난 몸값이 아깝다고 생각되지 않는 활약을 디트로이트에 안겨줬다. 1억5,000만달러 계약이 전혀 아깝지 않은 활약을 보인 그는 지난해 다시 디트로이트와 8년 2억4,000만달러에 재계약했다. 디트로이트와 두 번의 8년 장기계약으로만 4억달러에 육박하는 어마어마한 돈을 받게 됐지만 ‘먹튀’란 단어는 카브레라에 관한 한 절대 쓸 수 없는 표현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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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이 벅홀츠 /AFPBBNews=뉴스1


최고 유망주 2명을 투자해 이번 세일 트레이드를 성공시킨 돔브라우스키 단장은 곧바로 돌아서서 팀의 선발투수 중 최고참이던 클레이 벅홀츠(32)를 필라델피아 필리스로 트레이드했다.(지난 23일 칼럼 참조) 지난 10년간 레드삭스에서 81승(61패)을 올린 베테랑 우완투수 벅홀츠를 필라델피아에 내주면서 보스턴에 받은 대가는 특별한 유망주로 평가되지 않는 마이너리그 2루수 조시 토비아스 한 명 뿐이었다.

팀에 충분한 선발자원이 있다고 판단하자 벅홀츠의 내년 연봉 1,350만달러를 덜어내는 트레이드를 단행한 것이다. 유망주를 수집하려는 생각없이 연봉 부담을 더는 데만 주력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이미 무키 베츠, 잰더 보가츠, 앤드루 베닌텐디 등 떠오르는 영 스타들이 팀에 포진해 당분간 유망주들의 이탈로 인한 타격을 충분히 흡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다. 돔브라우스키 단장의 이번 결단이 보스턴에서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 흥미롭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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