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별점토크]앞으로 두달, '런닝맨' 아름다운 이별이 되길 바라며

이수연 스타뉴스 방송작가 / 입력 : 2016.12.23 11:36
  • 글자크기조절
image


시작이 반. 어떤 일을 할 때 일단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아무리 시작이 좋아도 끝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그것은 반쪽짜리 성공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다. 용을 그리고 나서 눈동자를 찍지 않으면 그것은 제대로 된 용이 아니요, 용머리를 그려놓고 뱀 꼬리를 그리면 그 또한 용이 아니다.

화룡점정, 용두사미란 말들의 의미는 결국 일의 마무리가 중요함을 말하는 것이다.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할 경우 시작하지 않은 것만 못할 수도 있다. 이는 단순히 화장실 갔다 그냥 나온 찝찝함을 넘어, 그 이상의 화(火)를 불러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 안타까운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SBS '일요일이 좋다-런닝맨'(이하 '런닝맨')이다. '런닝맨'이 어떤 프로그램인가? 걷지 말고 뛰어라, 라는 콘셉트로 상대방의 이름표를 가차없이 뜯어내는 프로그램. 이 단순한 콘셉트로 '런닝맨'은 단숨에 주말 예능을 평정하며 오랫동안 침체기였던 SBS의 주말 예능을 살려냈고, 초등학생들을 평정하며 학교 앞 문방구에선 이름표를 팔았고, 나아가 한류의 열풍의 중심에 서서 세계를 평정하기까지 했다. 아시아 각국의 포맷이 수출되며 SBS의 톡톡한 효자 노릇을 했으며, SBS와 중국의 절강 위성TV에서 공동제작한 '달려라 형제'(奔跑吧, 兄弟)는 상상을 초월한 인기를 끌었다. 각국 해외 통신원들에 의하면, '런닝맨'의 인기는 지금도 여전하다고 한다. 상대팀의 이름표를 뜯으면 이기는 단순한 콘셉트 덕분에, 한글을 모르는 외국인들도 '런닝맨'을 보면 바로 몰입하게 된다는 게 그 이유다.

반면 국내의 상황은 달랐다. 장점이었던 단순함은 시간이 흐르면서 '런닝맨'의 발목을 잡았다. 이름표 뜯기로만 긴장감을 주는 것으로 시청자들을 잡기에 한계가 있었고, 너무 쉬워서 중간에 다른 채널로 옮겨가 버리는 맹점이 생겼다. 이를 증명하듯 시청률은 계속 5~6%를 저조하게 맴돌며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만든 것이 시즌2 제작이었다. 하지만, 그 과정은 세련되지 못했다. 모든 멤버가 함께 끝까지 가는 것이 가장 아름다운 일인데 중간에 멤버 교체를 계획했기 때문에 탓하는 것이 아니다. 프로그램이 오래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출연자들이 바뀔 수 있는 상황이 생기니 이해한다. 그러나, 문제는 배려다. 여러모로 부족했다. 방송사의 배려, 제작진의 배려, 인간적인 배려, 시청자에 대한 배려. 모든 부분에서 다 부족했다. 어쩌면 가족같은 멤버 김종국 송지효에게 ‘하차’ 이야기를 하기 민망해서 차일피일 미루며 쉬쉬하다가 어긋났을지도 모른다. 잠깐의 민망함을 참기 위해 솔직함을 버렸다해도 이 역시 핑계가 될 수 없다. 이런 작업까지도 세련되고 깔끔하게 하는 것 역시 프로그램 제작업무에 포함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서로 웃고 떠들고 기분 좋을 때는 만사 오케이다. 그건 쉽다. 하지만, 진심은 어려울 때 나타나는 법 아닌가.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건 다 할 수 있는 일 아닌가. 그래서, 아쉽다. 세련되고 깔끔하게 일을 진행했다면, 김종국, 송지효도 마음 상하지 않았을 것이요, 강호동이 합류하며 멋진 '런닝맨' 시즌2가 탄생했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호미로 막을 일, 가래로도 못 막게 된 것 같아 아쉽다. 급작스런 불협화음은 결국 '런닝맨', 내년 2월 종영으로 마무리됐다. 이는 멤버들의 결단이다. 끝까지 함께하여 시즌1으로 끝내는 길을 택한 것이다. 누군가의 마음을 상하게 하면서까지 시즌2를 시작하며 다시 부귀영화를 누리는 것보다 동료에 대한 믿음과 우정을 지킨 것이다. 멤버들이 아름다운 우정으로 이 상황을 봉합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찝찝함이 남는 건 왜일까. 용의 눈동자를 못 그리고, 용두사미가 된 것처럼.


결국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건 앞으로의 두 달이 관건이다. 그 시간 제작되는 방송에서 예전과 다름없는 멤버들의 모습, 특히, 김종국, 송지효가 상했던 마음을 다 풀고 기뻐하는 모습이 보여지는 것. 그것은 시청자들에 대한 배려이기도 하다. 7년 동안 멤버들과 함께 열심히 뛰었던 시청자들의 마음이 정리될 수 있는 시간 말이다.

'런닝맨' 제작진의 세련되지 못함이 7년의 공든 탑을 흔들리게 한 듯! 그래서, 제 별점은요~ ★★★(3개)

관련기사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