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별점토크]'도깨비', 시청률 나와라 뚝딱, 시청자 홀렸다!

이수연 스타뉴스 방송작가 / 입력 : 2016.12.09 15:57 / 조회 : 6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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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화앤담픽처스


일의 내막을 알 수 없어 무슨 영문인지 정신을 차리지 못할 때, 도깨비에 홀린 것 같다, 라고 표현한다. 이건 뜻하지 않게 닥친 일일 수도 있고, 꿈인지 생시인지 모를 정도로 환상적인 일일 수도 있고, 예상과 달리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일이 흘러갈 때 일 수도 있다. 세세하게 따지면 다 다르지만, 공통점은 '정신을 차리지 못할 때'라는 심정이다.

tvN 드라마 '쓸쓸하고 찬란하神 도깨비'가 딱 그렇다. 작명의 힘일까? 정말 홀린 것 마냥 방송 1, 2회를 정신차리지 못하고 시청했으니 말이다. 이를 증명하듯 시청률 또한 초반부터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도깨비에, 저승사자에, 귀신을 보는 소녀에, 초반 잠깐이지만 삼신할매까지 등장한다. 인물 구성원들만 보면 드라마는 음산하고, 잡스럽다고 표현하는 게 어쩌면 더 어울릴듯하다. 하지만 정반대다. 신비롭고 환상적이며 낭만적이고 아름답고 유쾌하기까지 하다. 그야말로 로맨틱한 판타지다.

일본 도깨비 오니의 모습처럼 뿔 달린 도깨비가 아닌, 공유(김신 역)다. 검은 갓 쓰고 푸르죽죽한 얼굴의 저승사자가 아니라 이동욱이다. 둘 다 순정 만화 속 주인공 같은 인물들이다. 여기에 김고은(지은탁 역)은 귀신을 보는데도 불구하고 발랄하다. 이런 반전이 결과적으로 '도깨비'를 낭만적이고 판타지하게 만들고 있다.

거기에 도깨비가 돈도 많은 재벌이란다. 언제 어디서나 부르면 나타나고 위험한 순간 슈퍼맨처럼 도와주는 키다리 아저씨다. 이쯤에서 혹자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르겠다. 재벌2세와 신데렐라 이야기와 다른 점이 뭐냐, 라고 말이다. 재벌2세만 도깨비로 둔갑시켰을 뿐, 전지전능하고 멋진 남자와 가난한 여자의 사랑이야기, 너무 뻔한 게 아니냐, 하는 비판을 할 수도 있겠다. 현실에선 있을 수 없는 이야기요, 그저 한 편의 동화 같은 이야기로 특히 여자 시청자들을 홀리는 가벼운 드라마라고 치부할지도 모르겠다.

진짜 그런지, 짚어보자. 정말로 뻔하고 뻔한 사랑 타령, 신데렐라 이야기인가? 표면적으로는 물론 그렇게 보인다.

그 이면을 들여다보자. 가진 것 하나 없고, 되는 일 없고, 부모 없고, 돈 없는 설움, 한 마디로 흙수저 인생인 소녀(김고은)가 있다. 친척을 비롯해서 학교 선생님까지 한 번 흙수저는 영원한 흙수저마냥 취급당한다. 사는 것 자체가 고행인 그녀에게 기적처럼 도깨비(공유)가 나타나 온정의 손길을 베풀기 시작한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죽음을 계속 목격하며 슬픔을 간직한 채로 불멸의 삶을 살고 있는 도깨비에게도 산다는 건 고행이다. 그 불멸의 삶을 끝내 줄 도깨비 신부가 간절히 필요하다. 즉, 도깨비와 소녀는 서로의 고단함을 채워 주는 존재인 것이다. 이 둘의 만남 자체만으로도 위안이 되는 건 왜일까?

주변에 도깨비 같은 인생, 소녀 같은 인생이 얼마나 많은가? 개천에서 용난다는 건 옛말로, 아무리 발버둥 쳐도 타고난 운명을 바꿀 수 없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인생역전'이라는 말은 그야말로 자기개발서나 명언에서나 볼 수 있을 뿐, 현실은 얼마나 갑갑하냐 말이다. 흙수저, 금수저로 계급화 되어버린 세상, 헬조선이라는 단어가 툭, 하면 튀어나오는 세상에서 도깨비에게 소녀처럼, 소녀에게 도깨비처럼 꼭 필요한 걸 채워줄 수 있는 존재나 상황이 생긴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간절함, 다들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이런 시대에 '도깨비'가 딱 그런 심리를 적중한 듯하다. 현실도피를 독려하는 건 아니지만, '도깨비' 방송 시간 90분 동안이라도 팍팍한 현실을 잠깐 잊을 수 있는 것, 그게 바로 홀리는 게 아닐까, 싶다.

판타지한 낭만설화 '도깨비', 삶의 쉼표를 만들어주는 드라마다. 그래서, 제 별점은요~ ★★★★ (4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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