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MLB산책] '5년 계약' 채프먼, 양키스 제국의 혜안일까, 재앙일까?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 입력 : 2016.12.09 10:23 / 조회 : 40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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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양키스가 5년 간 8600만 달러라는 역대 구원투수 최고 계약으로 ‘쿠바특급’ 아롤디스 채프먼(28)을 다시 붙잡았다. 반면 올 시즌 중반 양키스로부터 잠시 ‘쿠바특급’을 빌려 108년 만에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는데 있어 요긴하게 활용했던 시카고 컵스는 채프먼과 재계약엔 의례적인 관심조차 보이지 않았다. 과연 어느 팀이 현명한 선택을 한 것일까.

채프먼이 양키스와 계약하기에 앞서 컵스는 캔자스시티 로열스에 외야수 호헤 솔레어를 내주고 클로저 웨이드 데이비스를 영입, 채프먼의 빈자리를 메웠다.

양 팀 모두 나름대로 그런 결정을 내린 이유와 배경이 있고, 누가 더 좋은 선택을 했는지는 결국 시간이 지나봐야 판단을 내릴 수 있을 것이지만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양키스가 앞으로 두고두고 후회할 계약을 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계약기간이 너무 길고, 문제가 생길 소지가 많은 선수에게 지나치게 많은 돈을 준 것으로, 큰 실수라는 것이다.

반면 채프먼을 트레이드로 영입해 108년 묵은 월드시리즈 우승의 한을 풀었던 컵스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채프먼을 버리고 데이비스로 갈아탄 것에 대해선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이미 메이저리그 최고의 두뇌라는 말을 듣고 있는 티오 엡스틴 사장의 혜안이 이번에도 빛을 발할 것이라는 평이 나오고 있다.

애당초 엡스틴 사장은 시즌 중반에 채프먼을 양키스로부터 트레이드로 영입할 때 고민을 많이 했다. 컵스가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하는데 필요한 마지막 필수 부품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지만 선수들의 기량에 앞서 그 선수의 인격적인 성숙함을 대단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엡스틴 사장은 가정폭력사건으로 물의를 빚었던 채프먼을 데려오는데 주저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 그가 최고의 유격수 재목으로 꼽히는 글레이버 토레스를 포함, 4명의 유망주를 양키스에 내주고 결국 채프먼 트레이드를 단행한 것은 컵스가 월드시리즈에 도전하는데 있어 채프먼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선수라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결국 그 판단은 옳았다. 채프먼은 지난 포스트시즌에서 그야말로 핵심적인 역할을 해냈고 컵스는 108년 만에 월드시리즈 우승 한을 풀 수 있었다.

하지만 채프먼은 시즌이 끝난 뒤 프리에이전트(FA)로 풀린 뒤 구원투수로는 유례가 없는 6년 계약을 원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에 컵스는 바로 등을 돌린 채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사실 엡스틴 사장은 채프먼을 트레이드할 때부터 이미 그가 우승을 위한 3개월짜리 단기임대 선수라고 생각하고 있었을 것이다. 단 3개월을 쓸 선수를 데려오기 위해 토레스 같은 최고의 유망주를 희생시키는 것이 그의 평소 철학과는 상반되는 것이었지만 108년 묵은 우승의 한을 풀 수 있다면 충분히 감내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 컵스는 이미 유격수 포지션에 애디슨 러셀이라는 떠오르는 영 스타가 포진하고 있었고 팀 전체에 젊고 파워풀한 선수들이 즐비해 유망주 4명의 희생도 어느 정도 견딜 만했다.

그렇기에 엡스틴 사장은 재빨리 움직여 또 다른 정상급 클로저 데이비스를 데려와 채프먼이 비운 마무리 자리를 완벽하게 채웠다. 비록 솔레어라는 아까운 젊은 선수를 내줘야 했지만 컵스는 이미 외야수에 뛰어난 젊은 스타선수들이 여럿 있기에 그의 이탈이 그렇게까지 뼈아픈 것은 아니다. 컵스는 데이비스의 가세로 내년에 월드시리즈 2연패에 도전하는데 필요한 핵심요소를 완비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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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양키스는 무슨 생각으로 채프먼을 다시 불러들였을까. 채프먼 같은 특급 마무리는 누구나 탐내는 것이 당연하지만 지금 양키스 입장에서 그런 큰 장기계약을 주고 그를 데려올 필요가 있었느냐 하는 게 문제다.

올해 컵스의 경우 채프먼만 보태면 월드시리즈 정상에 오를 수 있는 전력을 갖추고 있었지만 양키스의 경우는 채프먼이 가세했다고 당장 1~2년 내에 월드시리즈 우승에 도전할 만한 전력은 못되기 때문이다.

결국 앞으로 3~4년 후를 내다보고 내린 결정인데 내년 2월이면 만 29세가 되는 채프먼이 3~4년 후에도 지금의 구위를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기대하긴 힘들다는 사실이 문제다.

자칫하면 양키스가 가장 그를 필요로 할 때 그는 몸값만 엄청나고 기량은 떨어진 선수가 돼 있을지도 모른다. 무엇보다도 보스턴 레드삭스와 시카고 컵스의 저주를 모두 풀어낸 걸출한 전략가 엡스틴 사장이 채프먼과의 재계약에 아무런 관심도 보이지 않았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양키스의 채프먼 거액 장기계약이 더욱 불안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사실 양키스는 2019년 시즌을 정상 복귀의 해로 염두에 두고 차근차근 팀을 재건하고 있었다. 컵스에 채프먼을 트레이드하면서 2015년에 컵스로 트레이드했던 투수 애덤 워렌까지 돌려받은 뒤 다시 채프먼을 FA 시장에서 되찾았으니 양키스 입장에서 보면 채프먼은 그대로 있고 추가로 특급 유망주 포함, 선수 4명을 더 얻은 셈이다.

여기에 앤드루 밀러를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로 보내면서 또 4명의 유망주를 받는 등 최근 수 년 간 특급 유망주들을 대거 확보했다. 그러면서 양키스는 역대 최고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2018-19 오프시즌 FA 클래스에 눈독을 들이고 있었다.

브라이스 하퍼(워싱턴)와 매니 마차도(볼티모어) 등 초특급 스타들이 대거 FA시장에 쏟아져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그해 오프시즌에 완벽한 챔피언십 팀을 만들 수 있다는 청사진을 세워놓고 있었다. 만약 채프먼이 그때까지도 지금의 구위를 유지하고, 필드 밖에서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면 양키스의 도박은 성공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하지만 시속 102마일짜리 강속구를 던지는 채프먼이 3년 뒤인 만 31세 시즌에도 비슷한 구위를 유지할 확률이 얼마나 될 지가 문제다. 당장 다음 2년 정도는 특별한 문제가 없겠지만 그때까지는 양키스가 우승에 도전할 전력이 못된다. 더구나 양키스 불펜에는 아직도 지난 3년간 올스타로 뽑힌 델린 베탄시스가 있다. 다음 2년 동안은 양키스 입장에서 굳이 채프먼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문제는 2019 시즌부터다. 양키스가 마침내 정상을 노려볼 만한 위치로 돌아왔을 때 채프먼이 그때도 건재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채프먼 이전에 구원투수가 5년 계약을 받은 것은 지난 2005년 토론토 블루제이스가 B.J. 라이언과 4,750만 달러에 계약한 것이 유일했다. 라이언은 중간에 토미 존 수술을 받고 결국 4년 만에 방출돼 계약 기간을 다 채우지 못했다.

채프먼이 역대 최고급 강속구 투수라고 해도 세월과 싸워 계속 이길 수는 없다. 그때가 되면 지금과 같은 구위를 유지할 수 있을 가능성이 그다지 높지 않다. 더구나 그는 이미 가정폭력이라는 언제 터질지 모를 시한폭탄을 품고 있는 선수다. 양키스 팬들의 마음이 마냥 편할 수만은 없다.

양키스가 거액 장기계약을 주고 채프먼을 다시 붙잡은 것은 아직 때가 다 오지 않은 시점에서 성급히 ‘올인’을 외친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이번 윈터미팅에서 라이벌 보스턴 레드삭스가 블락버스터 트레이드를 통해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좌완 에이스 크리스 세일을 영입, 단숨에 월드시리즈 우승후보 0순위로 급부상한 것에 대해 위기감을 느낀 데서 비롯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어쨌든 컵스가 올해 채프먼을 영입해 올인을 부른 것은 퍼펙트 타이밍이었고 결과적으로 대성공이었지만 양키스의 이번 채프먼 영입 올인은 타이밍 측면에서 너무 급하지 않았나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물론 양키스가 2019년 ‘쿠바 특급’을 타고 월드시리즈 우승에 도전한다면 그 때는 양키스의 혜안을 칭찬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과연 어떤 결말이 양키스를 기다리고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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