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석 "멜로 세포? 오디션 프로 보면서도 잘 운다"(인터뷰)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6.12.07 15:08 / 조회 : 5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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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석/사진=김휘선 기자


"도끼를 든 중년이 아니라 평범한 중년의 모습을 연기 하고 싶었다."


김윤석이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를 한 까닭이다. '타짜' '추격자' '황해' '화이' '해무' 등 대표작들이 워낙 강렬했기에, 김윤석에겐 도끼나 족발을 들고 있는 모습이 어울린다.

그는 '완득이' '쎄시봉' 등으로 다른 모습도 보여줬다. 그럼에도 김윤석에겐 도끼나 족발을 들고 있는 모습이 익숙하다.

그래서일까?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에 김윤석은 낯설다. 그리고 반갑다.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는 30년 전으로 돌아갈 수 있는 10개의 알약을 얻은 남자가 과거의 자신과 사랑하는 연인을 구하려 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영화. 김윤석은 과거의 연인을 구하면서 현재의 딸까지 지키는 그런 남자를 맡았다.

후회하고, 반성하며, 그리워하고, 아련해하는 그런 남자다. 김윤석을 만났다.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는 왜 했나. 다른 타임슬립 소재 작품들과는 어떤 차별점을 느꼈나.

▶시나리오가 탄탄했다. 기승전결이 적절하게 배치됐다. 과거로 가서 자기를 만난다는 점, 그리고 과거의 자신과 사이가 안 좋다는 게 흥미로웠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게 과거의 자신이란 우유부단하고, 여리고, 때를 놓치고, 미숙한 모습이다. 젊어서 정리 안되는 폭발적인 에너지가 있긴 하지만, 아무튼 그런 것들 때문에 더 충돌하기도 하는 게 흥미로웠다.

-기욤 뮈소의 원작 소설은 읽어봤나.

▶영미 소설에 울렁증이 있다. 요즘에는 번역이 좋지만 과거에는 영 무슨 말인지 모를 때가 많았다. 그러다보니 한국소설, 일본소설을 주로 읽었다. 기욤 뮈소 소설은 이 영화를 하게 되면서 읽어봤다. 상당히 대중적이더라. 좋았다.

-스릴러 장르를 많이 했기에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같은 멜로영화에 갈증이 있었나.

▶매일 짜장면만 먹을 수는 없으니깐. 육개장도 먹고 싶은 게 인지상정 아니겠나. 그동안 많은 장르를 해왔다. 각 장르마다 매력이 있다.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는 여느 멜로와 달라서 좋았다. 울고 불고 이런 게 아니라 성숙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런지, 30년 전으로 되돌아와 연인을 바라보는 눈빛이 애달프던데.

▶그럴 수 밖에 없지 않겠나. 연인이 자기 때문에 곧 죽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니깐. 그런데 그 촬영할 때 채서진 대신에 보조출연자 팀장이 그 자리에 대신 서 있었다. 감정 이입이 안되더라. 빨리 서진이 데리고 오라고 했었다.(웃음)

-과거는 바꾸고 싶고, 현재는 바꾸고 싶지 않고. 너무 남성 판타지 아닌가.

▶그렇지 않다. 홍지영 감독이 두 남자 사이에 오롯이 서 있는 여성 캐릭터를 강조하고 싶었다고 하더라. 그래서 여주인공 직업을 원작과 달리 조련사로 바꿨다. 강하고 당찬 여성으로.

-과거의 자신 역할인 변요한과 캐릭터 변화가 있는데. 그 정도를 논의하지 않았나.

▶변요한과는 안 하고 주로 홍지영 감독과 했다. 변요한에게 조언을 하면 부담이 될 수 있으니깐. 현재의 이 인물은 자신의 감정을 계속 눌러야만 한다. 감정적이면서도 이성적으로 접급해야 했다.

변요한은 여러 면에서 나와 비슷하더라. 다 열어놓고 즉흥적으로 하면서도 어느 순간 폭발한다. 연극을 해서 그런지, 많이 닮았다.

-금연 영화 같기도 하더라.

▶그래서 이 영화가 국민 금연 캠페인 영화가 될 수도 있다. 믹싱기사가 후반작업을 하다가 실제로 담배를 끊었다고 하더라.

-유아인, 하정우, 여진구 등 후배들과 주로 작업을 해왔는데. 변요한은 밀리지 않고 맞붙던데.

▶변요한이야 이 영화에서 그럴 수 밖에 없는 캐릭터고. 유아인, 하정우, 여진구 모두 각자의 에너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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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석/사진=김휘선 기자


-돌아가고 싶은 과거의 때가 있나.

▶없다. 돌아가고 싶지 않다. 어차피 불가능하지 않나. 다시 태어나고 싶지도 않다. 이 삶을 다시 겪기도 싫다. 스필버그의 '환상특급'을 보면 다들 과거로 돌아가는 데 그 때로 가지 않는 사람들이 있지 않나. 그런 심정이다.

-영화 속 인물처럼 포기하고 싶지 않은 게 있는 것인가.

▶아내와 딸들. 영화 속에서도 그러지 않나. 연인은 먼저 보내지만 그 뒤로 20년 동안 딸을 키웠다고. 그 딸이 아니면 안된다고. 안 겪으면 모른다고 하지 않나. 실제로 그렇다.

-딸 바보인가.

▶딸 바보가 편하다. 중2와 초등학교 5학년인데 배낭여행을 같이 자주 다닌다.

-기욤 뮈소가 김윤석의 영화를 보고 영화화를 허락했다고 하던데.

▶'추격자'를 봤다고 하더라. 글쎄, 영국의 어느 시골 마을에 갔는데 DVD방이 있더라. 그 곳에서 별 등급으로 영화를 분류해놨는데 '추격자'가 별이 4개더라. 사진을 찍어서 "영광"이라며 나홍진 감독에게 보냈다.

-멜로라 하더라도 '쎄시봉'처럼 폭발하는 장면이 없다. 그럼에도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가 좋았던 이유는.

▶이런 드라마를 해보고 싶었다. 중년 남자 느낌. 도끼를 들고 있는 중년 남자가 아니라. 일상을 살아가는 중년 남자를 연기하고 싶었다.

-중년 남자 배우들 중 멜로 연기를 소화하는 배우들이 별로 없는데. 그런 점에서 남 다르기도 하는데. 멜로 세포가 아직 살아있나.

▶솔직해지자. 나이 먹으니 더 잘 울지 않나. 나는 영화 보면서도 잘 울고, 오디션 프로그램 보면서도 잘 운다. 멜로든 어떤 장르든 진심이 최고라고 생각한다.

-'도둑들' 이후 '검은 사제들'이 있긴 하지만 엄청난 흥행은 없었는데.

▶좀점 더 흥행보다 작품성이 와 닿는다. 천만영화라고 하더라도 몇 개월이 지나 잊혀지는 영화보다 오래오래 기억되는 영화가 더 끌린다. 나중에 호주머니에서 꺼낼 수 있는 영화가 있었으면 한다.

-과거로 돌아가 사람을 살린다는 게 어쩔 수 없이 세월호가 떠오르는데.

▶한동안 한국 사람들이라면 그 기억에서 벗어날 수는 없을 것이다.

-차기작은 황동혁 감독의 '남한산성'인데.

▶강원도에서 한참 촬영 중이다. 나는 문관이라 안에 있지만 고수나 박희순은 밖에서 엄청 고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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