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도라' 김남길이 말하는 원전폭발 재난, 그리고 영웅(인터뷰)

김미화 기자 / 입력 : 2016.12.03 08:27 / 조회 : 6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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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남길 / 사진=NEW


배우 김남길(35)이 오랜만에 새 영화 '판도라'(감독 박정우)로 돌아온다. 지난 2014년 5월 개봉한 '무뢰한' 이후 2년 반만의 새 작품이다. 오랜만에 스크린에 돌아온 김남길을 만나 새 영화 '판도라'와 그의 근황 이야기를 들었다.


'판도라'는 역대 최대 규모의 강진에 이어 한반도를 위협하는 원전사고까지 예고없이 찾아온 대한민국 초유의 재난을 막기 위한 사람들의 사투를 그린 영화다. 150억 대작 영화로 우리나라 블록버스터 최초로 원전 사고를 다루며 개봉 전부터 기대를 모은다.

영화 속에서 주인공 재혁 역할을 맡은 김남길은 부쩍 살이 빠진듯, 여윈 모습으로 나타났다.

"'판도라'가 개봉을 안 해서 살이 빠졌어요. 하하. 한 7~8키로 정도 빠진 것 같아요. 의도적으로 빼지는 않았어요. 스트레스 받는 것도 있고 개인적으로 힘든 일도 있다 보니까 살이 빠지더라고요. 그런데 살 빠지고 났더니 사람들이 화면 받는게 더 좋아진 것 같다고 해서 살 찌우지 말고 유지할까 생각 중입니다."

김남길의 말대로 '판도라'는 개봉까지 오래 걸렸다. 시나리오는 완성 후 4년 만, 영화 크랭크업 후 1년 6개월 만에 관객을 찾게 된 것이다. 당시 투자와 배급 등의 문제로 한창 난항을 겪었고, 영화 촬영 후에도 후반 작업과 '개봉 시기' 문제 등으로 인해 이렇게 오래 걸린 것이다. 이렇게 오랜만에 빛을 보게 된 '판도라'. 오랜만에 완성된 영화를 본 소감을 물었다.


"영화를 만들고 오래 있다가 개봉해서 그런지 뭔가 낯설었어요. 내가 참여한 영화같지 않고 남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도 있었고요. 보면서 같이 고생한 스태프, 배우 감독까지 다 '정말 고생했겠다'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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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남길 / 사진=NEW


재난 영화라, 현장도 '재난' 같았다는 소리가 있다. 원전이 폭발하고, 먼지 범벅인 한여름의 촬영장은 어땠을까.

"재난영화라는게 긴박하고, 재난상황 안에서의 환경 적인 것 많이 노출하잖아요. 현장은 분진 등으로 아수라장이었고 상황적인 것을 그대로 전달하려고 노력했죠. 배우 입장에서는 정서적인 것을 보여주고 싶었지만, 감독님은 그 상황, 재난의 현실에 집중하셨어요. 사실 할리우드 영화를 보면 위급 상황에서도 배우들이 쿨한 모습을 보이잖아요. 하지만 우리는 여기서 소리만 질렀어요.(웃음) 하지만 그게 현실이잖아요. 그런 현장에서 할리우드처럼 쿨한 액션이 나오겠어요?"

김남길이 맡은 재혁이는 이 영화 마지막의 키를 쥐고 있는 인물. 어떻게 보면 '영웅'으로 그려진다. 재난 영화 속 영웅이라는 역할에 대해 김남길은 어떻게 생각했을까.

"처음 이 영화 시나리오 받았을 때 재혁이 소시민의 영웅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내 가족, 내가 지키기 위해서 노력하는거죠. 영화를 만들면서 영웅처럼 미화되는 것에 대해서는 경계심을 가졌어요. 할리우드의 쿨한 영웅과는 다르니까요. 마지막에 재혁이 울고, 두려워하는 그런 모습들이 '영웅'이라는 이미지를 희석시키는 것 같아요. 거창하게 세계를 구하겠다는게 아니라 내 가족을 지키자는 것에 중점을 뒀죠."

김남길은 이 영화의 마지막 클라이막스인 엔딩을 홀로 끌고 간다. 그는 감정이 폭발하는 장면을 롱테이크로 소화하며, 관객을 울린다. 최악의 원전 사고에서 홀로 외롭게 감정을 폭발해야했던 그 장면에서, 김남길은 연기하다가 실신까지 했다고 털어놨다.

"마지막 엔딩에서 우는 장면을 감독님이 좋아하셨어요. 재혁이가 히어로가 아니라 일반적인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줄 수 있고, 한국적인 정서를 담았죠. 현실적으로 그런 상황에 닥쳤을 때 두려워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여과없이 보여주는 장면이었어요. 신파적일 수도 있지만 정서적으로 접근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그 장면이 좀 길다고도 하시는데, 사실 훨씬 더 길었는데 짧게 줄인거예요. 하하. 사실 표현하는게 쉽지 않았어요. 술도 좀 마시고, 촬영 전에는 사흘을 굶었어요. 결국 마지막에 촬영하고는 쓰려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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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남길 /사진=NEW


원전사고는 그 자체보다, 그 이후가 더 문제인 재난이다.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 사고 등을 보면 알겠지만, 폭발만큼 무서운 것이 방사능 피폭이다. '판도라'는 원전사고 그 자체를 다루기 때문에 방사능 폭발 시 대량의 방사능에 폭발되는 모습을 보여주며 피복 당한 사람들의 고통을 보여준다.

"영화를 찍기 전에 직접 감독님이 방사능 피폭에 관련된 브리핑을 하셨어요. 영화에서는 혐오스럽거나 부담스러운 것은 빼고 기본적인 것만 보여주자고 했죠. 실레로는 훨씬 심해요. 그래서 피부 발진이나 각혈 등 눈으로 볼 수 있는 것만으로 최소한으로 영화에서 보여줬어요. 실제는 정말 훨씬 더 무섭더라고요."

김남길은 7일 개봉을 앞둔 '판도라'에 이어 '어느 날', '어느 살인자의 기억법' 등의 영화 개봉을 줄줄이 앞두고 있다. 2년 반 동안 김남길이 공백기를 가진 것이 아니라, 열심히 영화를 촬영했다는 증거다. 하지만 촬영한 영화가 개봉이 밀리며 김남길은 공백기 아닌 공백기를 겪었다.

"저는 영화를 열심히 찍고 있는데 드라마나 예능하면서 얼굴 못 보여주다보니 주변 사람들이 저희 가족에게 '남길이 연기 그만뒀냐'라고 물어 보시더라고요. 하하. 사실 처음에는 '판도라' 개봉이 미뤄졌을 때 초초하고 걱정도 많이 했는데 지금은 편안하게 받아들이고 있어요. 저는 열심히 하고 있었으니까 이후에 개봉하고 나서 결과물로 관객을 만나면 된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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