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별점토크]‘삼시세끼-어촌편3’ 느림의 미학, 에릭!

이수연 스타뉴스 방송작가 / 입력 : 2016.11.25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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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tvN


현대인들은 ‘빨리 빨리’에 익숙하다. 식당에서 주문한 음식도 빨리 나와야 하고, 택배도 빨리 와야 하고, 버스도 빨리 와야 하고, 뭐든지 빨라야 직성이 풀린다. ‘빨리 빨리’는 비단 기다리는 것만 해당하지 않는다. 누군가 행동이 조금만 느려도 굼뜨다, 답답하다, 속 터진다라는 비난을 쏟아내며 눈엣 가시처럼 여긴다. 모든 상황에서 ‘빨리 빨리’를 외치는 심정, 충분히 이해한다. 솔직히 세상 돌아가는 속도가 얼마나 빠른가! 이 스피드한 세상 속에 혼자만 ‘느리다’고 생각해보라. 그거야말로 외딴 섬처럼 주변과 섞이기 어려울 것이며 따라가기에서 벅차서 뒤쳐질 것이다.

이런 바쁜 세상 속에서 눈에 띄게 ‘느린’ 한 남자가 있다. 그것 때문에 시청자의 눈을 사로잡는 남자, 바로 tvN ‘삼시세끼-어촌편3’의 에릭이다. 어째, 저리 느릴까, 싶을 만큼 느려도 보통 느린 것이 아니다. 득량도의 쉐프인 에릭, 그가 요리하는 모습을 보다보면 가끔씩 화면이 정지되었나, 착각할 만큼 행동을 멈추고 가만히 있을 때가 있다. 요리 메뉴를 정할 때, 요리 양을 정할 때, 요리 순서를 정할 때 등등 요리구상 때문에 스스로 ‘얼음’이 되는 순간이다. 그렇게 구상한 한 끼 식사는 기본 2~3시간이 걸리고, 무려 7시간 걸린 한 끼도 있었다. 시청자 입장에서 TV브라운관에 대고 ‘땡’을 해주고 싶을 만큼 자주 멈춘다. 3분 컵라면 기다리는 것도 길어서 중간에 뚜껑 열고 젓가락으로 휘휘 저으며 익히는 사람들에게 에릭의 요리 시간은 낯설다.


세끼를 규칙적으로 먹는다는 건, 아침부터 저녁까지 정해진 시간에 딱딱 맞춰 먹는다는 의미일 것이다. 다시 말해, 아침식사는 아침에, 점심식사는 점심에, 저녁식사는 저녁에 말이다. 이런 논리로 보면, 에릭의 긴 요리시간은 ‘삼시세끼’팀에겐 장애물일 수 있다. 식사시간을 결코 지킬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느림이 오히려 ‘신의 한 수’로 작용했다.

첫째, 에릭에 대한 반전 매력이 ‘느림’에서 보인다. 다들 아시다시피 에릭이 누구인가. 남성미 넘치는 그룹 ‘신화’의 멤버 아닌가. 까무잡잡한 피부에 부리부리한 눈에 큰 키까지, 에릭은 호리호리하고 예쁘장한 꽃미남이 아니라 그야말로 ‘남자답다’라는 말이 딱 제격인 사람이다. 그런 이미지의 에릭은 섬세한 요리사가 아니라, 인스턴트 음식을 돌릴 것 같고, 누군가 음식을 차려줄 때도 기다리는 건 싫어하고, 빨리 빨리 달라고 할 것만 같았다. 그랬던 그가 세심하게 요리를 구상하고, 가지런히 재료손질을 하고, 요리의 깊은 맛을 내며 공을 들인다. 데뷔 이래로 전혀 예상치 못했던 에릭의 모습을 보며, 이것이 진정한 반전이구나 싶다.

둘째, 너무 느려서 오히려 기대하게 된다. “오래 기다리는데 만들어놓으면 맛있어서 할 말이 없다”고 했던 이서진의 명언이 있지 않은가. 에릭의 느림보 요리를 보고 있노라면 ‘저 과정을 거쳐 어떤 한 끼가 탄생될까?’ 하는 기대감마저 생긴다. 한참 생각하고 칼질하고, 다시 생각하고 양념하는 그의 요리과정은 너무 느려서 예측할 수도 없다. 그래서, 일단, 무조건 화면에 ‘시선고정’이다. 그렇게 시선을 고정하다보면 어느 순간 정신을 놓고(?) 그의 요리에 푹 빠져버린다는 사실이다. 어느 순간 정신을 차려보면, 에릭은 요리책에 사진 찍어 올려도 될 만큼 완벽하게 한 상 차림을 완성해 놓는다. 동시에, 역시 ‘요리는 손맛, 요리는 정성’이라는 어른들 말씀을 세삼스레 떠올리게 된다는 사실.


빨리빨리, 한 끼 뚝딱, 해결해야 한다는 현대인들의 강박을 ‘삼시세끼’의 에릭이 깨버렸다. 대신 여유롭고 소박한 시골밥상의 따뜻함과 여유로 그 자리를 채우고 있다.

‘삼시세끼-어촌편3’ 느림의 미학, 기다림의 미학을 알려주고 있는 에릭이 있어 즐겁다. 그래서, 제 별점은요~ ★★★★ (4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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