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체인지업] 김성근감독의 ‘차라리 짤라라 짤라’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 입력 : 2016.11.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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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 박종훈 신임 단장과 김성근 감독.


지난 11월3일 한화 구단은 계약 기간이 1년 남은 김성근감독을 해임하지 않고 내년 시즌에도 함께 한다고 이례적으로 보도자료까지 내면서 공식 발표했다. 그와 동시에 박종훈 단장을 영입해 구단 운영 전반을 모두 맡기고 김성근감독은 1군 경기 운영만 한다고 역할과 영역을 명확히 나누었다.

얼핏 보면 ‘메이저리그 식’이다. 그런데 발표 후 ‘김성근감독이 박종훈 단장을 영입했다’는 설이 있었다. 한화에서 은퇴한 박찬호도 사석에서 그런 것 아니냐고 물었다. 그러나 그것은 전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김신연(64) 한화 구단주 대행이자 대표이사 사장이 직접 김성근감독에게 유임과 동시에 박종훈 단장 선임을 통보했다.


박종훈 단장은 프로야구에서 선수시절 김성근감독 밑에서 야구를 했다. 제자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박종훈단장이 가장 먼저 김성근감독이 있는 일본 마무리 캠프로 가서 현장 감독과 소통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박종훈 단장은 김성근감독에게 전화만 한번 하고 일주일이 넘어서야 일본으로 갔다. 박종훈 단장에게 무엇이 더 중요하고 급했을까? 글쓴이는 현재 한화 구단의 분위기를 보면서 고(故) 김동엽감독이 1995년 펴낸 자서전 ‘그래, 짤라라 짤라’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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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김동엽감독의 '그래, 짤라라 짤라' 표지.
한화 구단이 ‘김성근 감독-박종훈 단장’의 어색한 투 톱(Two Top) 체제를 김성근감독 계약 마지막 해에 짜준 것은 사실상 내년 시즌 성적을 포기하는 것과 같아 보이기 때문이다. 박종훈 단장은 LG 감독을 지냈다. 프로야구 감독 출신 최초의 구단 단장이다. 메이저리그와 일본프로야구를 살펴보면 감독 출신이 메이저리그식 단장(GM)으로 성공한 경우를 찾기 어렵다. ‘단장(GM)’ 본연의 임무보다는 경기 운영에 더 관심을 갖고 경기 패배의 원인을 찾는데 더 몰두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현장 감독 코치와의 갈등이 벌어진다.

단장과 사장으로 보스턴의 ‘밤비노의 저주’에 이어 금년 월드시리즈에서 불가능해보였던 ‘염소의 저주’를 푼 시카고 컵스의 테오 엡스타인 사장은 프로야구 선수나 코치 감독 출신이 아니다. 두산의 2연패를 달성한 김승영사장도 야구 선수가 아니었다. 김태룡단장이 선수출신이지만 프로야구 기록은 없다.


글쓴이는 지난 2007년 뉴욕 양키스의 조지 스타인브레너 구단주가 생각났다. 고(故) 조지 스타인브레너 구단주는 뉴욕 양키스가 개막 첫달인 4월에 9승14패로

10승도 못하는 부진을 보이자 가장 먼저 한 일이 ‘조 토리 감독과 브라이언 캐시먼 단장을 경질하지 않겠다’는 성명서를 발표한 것이었다.

당시 4월 경기서 뉴욕 양키스는 메이저리그 신기록을 작성했는데 10경기에 모두 투수 54명을 투입하면서 ‘10경기 연속 5명 이상의 투수 등판’ 신기록을 세웠다. 종전 기록은 탬파베이 레이스와 보스턴이 가진 9경기 연속이었다. 한화 김성근감독의 조기 투수 교체. 혹사 논란을 보면 2007년 4월의 뉴욕 양키스와 조 토리 감독이 떠오른다.

한화 김성근감독과 박종훈 신임 단장은 좋은 관계이다. 서로 존중하고 한화 구단 발전에 힘을 모을 것이 확실하다. 그런데 박종훈 단장이 어떤 일을 하더라도 배경을 깊숙히 정확하게 알지 못하면 무조건 김성근감독과 연관해 갈등 관계로 분석할 가능성이 높다. 박종훈 단장이 미래를 보고 결정한 박상열, 이홍범 코치와의 재계약 포기도 같은 맥락이다. 아마도 이번 겨울과 봄, 내년 시즌은 박종훈 감독이 김성근감독과의 갈등이 없다는 설명을 하기에 바쁠 것 같다. 아니면 누가 실권이 있느냐를 과시하거나 코칭스태프와 선수단은 어느 줄에 설 것인가를 고민하는 시즌이 될 것이다.

한화 구단 김신연 사장은 한화 김승연 회장이 10월 창립 64주년을 맞아 ‘창업시대의 초심으로 돌아 가 젊은 한화를 일깨워야 한다’고 강조한 혁신안에 ‘박종훈 단장’으로 화답했다.

흥미롭다. 그것이 과연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가.

뉴욕 양키스 조지 스타인브레너 구단주는 1973년 야구단을 맡아 2006시즌까지 모두 24년 동안 모두 21번 감독을 교체했다. 가장 변덕스러웠던 1980년부터 1989시즌까지 10년 동안 14번 감독을 경질하고 새 인물을 내세웠다. 1982년 봅 레몬 감독은 무조건 한 시즌을 맡기겠다고 했다가 14게임 만에 짤랐고, 1985년 메이저리그의 전설인 요기 베라 감독 역시 16경기 후 내쫓았다.

‘빨간 장갑의 마술사’로 불린 고(故) 김동엽감독은 건국대 야구부 창단 감독으로 시작해 특유의 혹독한 훈련을 통해 많은 우승을 했다. 그러나 직선적이고 타협을 몰라 13번이나 해고됐다. 그 과정을 담은 책이 자서전 ‘그래, 짤라라 짤라’이다.

요즘 한화 구단의 움직임을 보는 김성근감독은 ‘차라리, 짤라라 짤라’의 심정일 것 같다. 올시즌 내내 한화 구단은 김성근감독 흔들기, 흠집내기, 책임 전가를 한 것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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