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한컷]임권택 감독에게 못다한 기립박수를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6.11.12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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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권택 감독 / 사진=김휘선 인턴기자


지난 8일 제36회 영평상 시상식이 열렸습니다.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단출한 시상식이었지만 면면은 화려했습니다. 김지운 감독의 '밀정'이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하고 '비밀은 없다'의 이경미 감독이 감독상을 받았습니다. 이병헌과 손예진이 남녀연기자상을, '동주' 연출 이준익 감독이 국제비평가연맹상을, 신연식 감독이 각본상을 받았죠. 정하담은 신인여우상을 수상했습니다. 수많은 별들 사이에서 지켜보던 이를 유독 먹먹하게 만들었던 한 분이 있습니다. 임권택 감독입니다. 여든에 이른 한국영화의 살아있는 장인은 이날 공로영화인상을 품에 안았습니다.

김종원 한국영화평론가협회 상임고문의 시상부터가 시선을 집중시켰습니다. 1960년 협회 창립멤버 중 홀로 남았다는 김 상임고문은 "우리 영화계에 임권택이란 존재가 있기에 우리는 행복했다"고 말했습니다. 1962년 '두만강아 잘 있거라' 이후 2014년 '화장'에 이르기까지, 102편의 연출한 임권택 감독은 여전히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감독이자 영화계의 큰 어른입니다. 김 상임고문은 "앞으로도 활동할 수 있는 분에게 공로영화인상을 준다는 것이 안타깝다"며 "비록 상을 수여하지만 저는 현역으로 믿는다"고 강조했습니다. "60대에 이른 영화감독이 없는 마당에 이 분이 갖고 있는 80대 이후의 영화를 우리는 다시 봐야 할 것"이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습니다. 절로 숙연해지는 기분이었습니다


하지만 트로피를 받아든 임권택 감독의 소감은 반전과도 다름없는 내용이었습니다. 온화한 얼굴의 임 감독은 "임권택 감독은 "53년간 영화를 만들었다. 처음엔 철없는 영화를, 나이 들며 사람 사는 영화를 만들어왔다고 말할 수 있다"면서 "족적이 어느 정도 보이는 영화를 통틀어서도 마음 안에서는 늘 함량미달이었다"고 말했습니다. '함량미달'이라는 네 글자에 장내가 숨죽였습니다. 영원한 현역, 한국영화의 장인, 한국영화의 살아있는 역사 수많은 수식어를 갖고 있는 노감독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이야기를 이어갔습니다.

"영화를 만들어오며 완성도 높은 영화는 만들지 못하고 영화인생 끝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곤 합니다. 그러나 여기까지 온 것을 보면 정말 열심히 해왔고 참으로 많은 노력을 해온 것 같습니다. 제 영화 인생에 그런 끊임없는 노력에 대한 공로를 이렇게 상으로 주시는 것으로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야기를 마치자마자 서서 박수조차 받지 않고 총총 걸어나온 임권택 감독의 이야기. 무릎팍에 노트북을 얹어 놓고 앉아 있다 움찔움찔 타이밍을 놓친 기자처럼, 현장의 많은 이들 또한 기립할 타이밍을 놓치고 그저 박수에 박수를 보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임권택 감독님에게 다시 한 번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다시 일어나 기립박수를 보낼 기회를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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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영화대중문화 유닛 김현록 팀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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