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별점토크]'공항 가는 길' 느림의 미학이 통하다!

이수연 스타뉴스 방송작가 / 입력 : 2016.11.04 15:39 / 조회 : 2987
  • 글자크기조절
image
/사진제공=KBS


트랜디한 드라마에 익숙한 시청자들에겐 어쩌면 지나치게 느려서 재미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뭐든지 시원하게 터트리는 사이다 같은 내용을 선호하는 시청자들에겐 고구마라서 답답할지도 모르겠다.


KBS 2TV 드라마 '공항 가는 길'은 느리다. 영상도 느리고, 대사도 느리고, 스토리도 느리고, 심지어 음악도 느리다. 뭐든지 느리다. 마치 영화를 보는 듯이 전체적인 호흡이 느리다. 드라마는 텔레비전을 통해, 연속극으로 방송하기 때문에 스피드한 대사 위주로 스피드한 전개가 바탕이 되지만, 영화는 극장용 단막극이기 때문에 영상과 대사의 여백 등을 중시하면서 호흡이 길다. 한 마디로 말해, 드라마와 영화는 형제처럼 보이지만 성격이 다르다는 것이다.

'공항 가는 길'은 드라마지만 영화를 닮았다. 이 내용을 바탕으로 기존의 드라마 형태를 따랐다면, 이상윤(서도우 역), 김하늘(최수아 역)은 서로 통통 튀는 대사도 주고받고, 만나다가 주변 사람들한테 들키면서 또 다른 상황이 생기고, 각자의 가정에 파장도 일고, 이상윤과 신성록(박진석 역)이 서로 한 판 붙기도 하며, 두 사람의 만남으로 수많은 오해도 생기는 등, 사건이 꼬리물며 터지면서 시청자들은 정신없이(?) 빠져들도록 몰아쳤을 것이다.

그러나, '공항 가는 길'은 이런 드라마의 공식을 깨버리고 느림을 택했다. 휘몰아치는 사건보다는 이상윤, 김하늘 두 사람의 감정선을 따라가는 길을 택했다. 두 사람의 끌림, 각자의 가정의 문제, 감정의 혼란 등 감정 변화에 초점을 맞추었다. 처음엔 너무 답답한 게 아닐까, 싶었지만, 오히려 그 느림이 통했다. 시청자들 역시 드라마가 시작되는 동시에 '공항 가는 길' 속으로 푹 빠진다. 마치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듯이 방송되는 동안 작은 미동조차 할 수 없을 만큼, 심지어 숨 쉬는 소리조차 거슬릴 만큼 드라마 속으로 조용히 가라앉게 만든다. 사건 위주로 전개였다면 기존의 뻔하고 진부한 불륜 드라마를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감정선을 잡지 않고 스피드하게 진행했다면 드라마와 시청하는 현실이 분리되어 있었을 것이다.

느림을 택한 것은 신의 한수였다. 이상윤, 김하늘 두 주인공의 감정선을 따라가면서 불륜보다는 삶의 본질에 집중할 수 있었다. 결혼, 가족, 친구, 일을 거치다보면 결국 자기 자신의 문제까지 거슬러 올라가게 만드는 힘이 '공항 가는 길'에 있었다. 그것은 드라마 속 캐릭터들만 따로 노는 게(?) 아니라, 시청자들까지도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주었다. '공항 가는 길'은 이제 종영을 앞두고 있다. 드라마 속 인물들은 각자의 삶에 몰아친 소용돌이를 돌고 돌아서 제자리를 찾아가도 있다. 느림의 행보였지만, 각자 최선의 길을 찾아가는 그들의 길, 그래서 더욱 아름다운 여운을 남기는 듯하다.


'공항 가는 길', 텔레비전 방송에서도 영화같은 느림이 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드라마. 그래서, 제 별점은요~ ★★★★ (4개)

관련기사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