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MLB산책]'가을의 전설' 쓰는 슈와버, WS 우승까지 이끌까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 입력 : 2016.10.28 08:20 / 조회 : 3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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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타를 휘두르고 있는 카일 슈와버 /AFPBBNews=뉴스1


이번 주말 시카고 리글리필드에서는 1945년 이후 무려 71년 만에 처음으로 월드시리즈 경기가 펼쳐진다. 클리블랜드 프로그레시브 필드에서 펼쳐진 첫 두 경기에서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 시카고 컵스는 나란히 1승씩을 챙겨 팽팽한 균형을 유지한 채 시카고로 이동했다. 한 세기가 넘게 쌓여있는 월드시리즈 우승에 대한 한을 푸는 역사적인 순간을 놓치지 않겠다는 컵스 팬들의 열기로 시카고는 이미 펄펄 끓어오르고 있다.

시리즈 첫 두 경기에서 드러난 양상은 언뜻 보기엔 팽팽한 듯 보이지만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아무래도 클리블랜드보다는 컵스 쪽으로 저울추가 기운 느낌이다. 무엇보다 선발진 비교에서 컵스의 우위가 뚜렷하다. 리글리에서 벌어지는 3~5차전 3연전에서 컵스는 카일 헨드릭스와 존 랙키, 그리고 존 레스터가 선발로 등판하고 클리블랜드는 조시 톰린, 코리 글루버, 트레버 바우어가 나설 예정인데 클루버가 사흘만 쉬고 나서는 4차전을 제외하면 모두 컵스의 우세가 예상된다.

선발진만 앞서는 게 아니다. 타선에서도 전체적으로 파괴력이나 집중력에서 컵스 쪽에 무게감이 느껴진다. 2차전처럼 컵스의 중심타선이 활발히 터져준다면 클리블랜드로서는 클루버가 나설 4차전마저 승리를 낙관하기 힘들 것이다. 또한 수비력에서도 클리블랜드는 컵스에 비해 떨어지는 면을 드러낸 상태다. 2차전에서 클리블랜드는 2개의 실책을 범했을 뿐 아니라 1회초 컵스 앤서니 리조의 우월 2루타 때 중계 플레이 미스로 선취점을 쉽게 내준 것은 기록되지 않은 실책이었다. 전날에도 기록에는 없었으나 외야수의 실책성 플레이가 나오는 등 클리블랜드의 수비진은 여기저기서 허점을 드러낸 상태다. 지금 클리블랜드가 우위를 보이는 분야는 앤드루 밀러와 코디 앨런이 포진한 불펜의 필승조와 러닝게임 뿐이다.

더구나 컵스팬들의 열기로 용광로처럼 달아오른 상태인 리글리필드에서 벌어지는 다음 3연전에서 컵스 선수들의 사기는 하늘을 찌를 것이고, 상대적으로 클리블랜드 선수들은 위축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클리블랜드로서는 리글리필드 3연전에서 1승이라도 건져야 시리즈를 다시 프로그레시브필드로 끌고 갈 수 있는데 과연 그것이 가능할지 모르겠다. 사실 시카고 3연전에서 1승을 건진다고 해도 클리블랜드가 6, 7차전을 휩쓸 확률은 그렇게 높지 않아 보인다. 그렇게 생각하면 홈 2차전에서 패한 것이 클리블랜드로선 매우 뼈아프게 느껴진다. 겉으론 팽팽해 보이지만 실제론 클리블랜드가 시카고에서 살아남아 홈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낙관하기 힘든 상태다.

반면 컵스 입장에선 적지에서 1승을 건지며 반타작을 한 것은 무려 71년 만에 나선 월드시리즈임을 감안하면 큰 불만이 있을 수 없다. 레스터가 나선 1차전 패배는 워낙 상대 선발 클로버가 빼어난 피칭을 한 것이기에 큰 아쉬움이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2차전에서 인디언스 2선발 트레버 바우어를 완벽하게 압도한 것으로 인해 앞으로 남은 경기에서 더욱 자신감을 얻게 됐다.

지금 클리블랜드 마운드에서 컵스 타자들에게 부담스런 투수는 클루버와 밀러, 앨런 등 3명뿐이다. 그런데 이중 밀러와 앨런은 팀이 중반 이후 리드를 잡아야만 뜰 수 있어 선발이 초반에 무너질 경우엔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는 무기들이다. 컵스로선 자신감을 가질 수밖에 없고 클루버를 제외하면 압도적인 선발투수가 없는 클리블랜드는 고민이 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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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타를 휘두르고 있는 카일 슈와버 /AFPBBNews=뉴스1


한편 이번 시카고 3연전에서 가장 큰 관심거리는 과연 컵스가 지난 4월초 시즌 개막 직후 입은 심각한 무릎부상에서 기적같이 빨리 회복돼 돌아온 젊은 거포 카일 슈와버(23)를 컵스가 과연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쏠리고 있다. 슈와버는 이번 시리즈 첫 두 경기에서 지명타자로 나섰고 1차전 2루타에 이어 2차전에 2안타 2타점을 기록하는 과정에서 완전히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으며 이번 ‘가을 클래식’의 최고 스타로 떠올랐다. 이미 그는 투수가 아닌 선수로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초로 자신의 시즌 첫 안타와 타점을 월드시리즈에서 뽑아내는 신기록을 작성했다.

그가 이처럼 주목받고 있는 것은 도저히 올해는 복귀가 힘들 것으로 예상됐던 큰 부상과 수술에서 돌아왔을 뿐 아니라 실전 감각을 되찾기 위한 재활경기 과정도 거의 생략하다시피하고 바로 월드시리즈에서 나서 마치 언제 다쳤었냐는 듯이 놀라운 활약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슈와버는 올해 시즌 개막직후 ‘시즌 아웃’되는 엄청난 불운을 당했다. 지난 4월7일 팀의 시즌 3번째 경기에서 좌익수로 출전한 슈와버는 2회말 수비도중 덱스터 파울러와 충돌하며 쓰러지는 과정에서 왼쪽 무릎의 십자인대 등 인대 2군데가 파열돼 수술대에 오르며 시즌 아웃 진단을 받았다. 십자인대 재건수술에서 회복되는 데에만 최소한 9개월에서 1년의 시간이 필요하기에 슈와버가 올해 시즌 복귀하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던 일이었다. 그런데 그는 부상 후 6개월이 지난 현재 라인업에 돌아온 것이다, 가히 믿기지 않는 초인적인 회복력이다.

사실 컵스가 월드시리즈에 진출한 뒤 그가 팀에 월드시리즈에 출전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을 때만 해도 실제로 그가 경기에 나설 것으로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그는 컵스가 LA 다저스를 꺾고 월드시리즈 진출을 확정지은 뒤 구단을 졸라 애리조나 가을리그에서 두 경기를 치렀고 여기서 그의 놀라운 모습을 지켜본 컵스는 파격적으로 그를 월드시리즈 엔트리에 포함시킨 것은 물론 그를 1차전부터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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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시타를 친 슈와버 /AFPBBNews=뉴스1


그가 첫 타석에서 클루버에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난 뒤 중계방송사인 폭스 TV의 중계팀 멤버 중 한 명인 전 메이저리그 타격왕 피트 로즈는 “그가 오늘 삼진 4번을 당할 것”이라고 장담하고 나섰다. 하지만 그는 로즈의 예언을 비웃 듯 다음 타석에서 우중간 펜스를 때리는 장쾌한 2루타로 클루버를 두들겼고 7회에는 클리블랜드의 불펜 에이스인 밀러를 상대로 볼넷을 얻어내는 등 6개월동안 제대로 된 실전경기를 한 번도 치르지 못한 선수라곤 믿기지 않는 활약을 보였다.

하지만 그는 이번 홈 3연전에선 얼마나 경기에 나설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AL구장에서 벌어진 1, 2차전에선 야수가 아닌 지명타자로만 경기에 나섰는데 지명타자 제도가 없는 NL 구장에서 벌어지는 3~5차전에선 자명타자가 없기 때문이다. 워낙 급하게 부상에서 돌아오느라 의료진이 그에게 타격과 주루는 가능하다는 허락은 내렸지만 외야 수비 쪽은 허락이 내려지지 않은 상태다. 그래서 슈와버는 27일(현지시간) 의료진으로부터 수비 출전여부 허락을 받기 위해 재검진을 받았는데 결국은 이번에도 허락을 받지 못했다. 아직 외야 수비에 나설 만큼 무릎의 상태가 완전히 회복된 것은 아니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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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조가 홈을 밟은 뒤 적시타를 친 슈와버에 기쁨을 표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컵스 입장에선 타선에서 슈와버의 존재감이 워낙 커져 어떻게 해서든 그를 필드에 내보내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그가 원래 야수로는 그렇게 좋은 선수가 못되는데다 그가 지난 4월에 입은 부상도 수비 도중에 생긴 것이어서 야수 기용을 고집할 수는 없는 입장이다. 슈와버 본인 역시 “의사들의 의견을 존중하지 않을 수 없다”고 야수 출전 불가를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슈와버는 이번 홈에서 벌어진 3~5차전에선 벤치를 지키다 고비에서 대타로 경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타자로서 그의 존재감이 워낙 대단하고 그에 대한 컵스 팬들의 반응도 거의 광적인 수준이어서 그가 다음 3경기에서 나설 3차례 대타 타석이 이번 시리즈의 명운을 결정할 수도 있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슈와버는 만 23세로 지난해 빅리그 루키시즌을 보냈다. 지난해 성적은 69경기에 나서 타격 슬래시라인 0.243/0.355/0/487로 OPS 0.842를 기록했고 16홈런과 43타점, 56득점을 올렸다. 준수한 루키 성적이다. 그리고 그의 진가는 지난해 포스트시즌에서 9경기에 홈런 5개를 때려내며 더욱 빛을 발했다. 올해 월드시리즈 첫 두 경기까지 합치면 그의 포스트시즌 OPS는 무려 1.274에 달한다.

하지만 그의 잠재력은 그가 지금까지 보여준 성적보다 훨씬 더 엄청나다고 대부분 전문가들은 입을 모이고 있다. 그가 얼마나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지는 그가 부상으로 시즌 아웃되자 메이저리그 단장들은 저마다 올해엔 뛸 수도 없는 그를 영입하기 위해 컵스의 티오 엡스타인 사장에게 앞 다퉈 전화를 걸었던 사실에서 잘 알 수 있다.

많은 팀들은 엡스타인에게 슈와버를 내준다면 누구라도 내줄 수 있다고 제안했다고 한다. 심지어 뉴욕 양키스는 현재 클리블랜드의 불펜에이스인 앤드루 밀러도 오퍼했지만 거부당했다. 아직 만 23세의 영 슬러거지만 이미 많은 메이저리그 관계자들은 그가 베이브 루스를 연상시키는 선수가 될 수도 있다는 희망을 품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이번 월드시리즈 첫 두 경기에서 그런 희망이 지나치게 허황된 것만은 아님을 입증해냈다.

이미 미국 언론들은 그의 이번 월드시리즈 출장을 ‘슈와버의 전설’이라고 부르며 ‘스와비노’(스와버에 베이브 루스의 애칭인 밤비노를 합친 것)라는 닉네임까지 만들어내는 등 흥분하고 있다. 컵스가 108년 만에 처음으로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다면 슈와버는 그대로 컵스의 전설로 각인될 기세다.

올 시즌 내셔널리그 MVP 수상이 유력한 크리스 브라이언트는 “지금 그가 하고 있는 일들은 거의 불가능한 것들이다. 만약 내가 같은 처지였다면 지금쯤 겨우 방망이를 잡기 시작했을 것”이라면서 “언젠가 그에 대한 영화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장담하고 나섰다. 슈와버가 다음 홈 3연전에서 대타로 경기에 나서는 순간 리글리필드의 광적인 반응이 벌써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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