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술남녀' 하석진 "'문제적 남자', 폐지때까지 할것"(인터뷰③)

tvN 드라마 '혼술남녀' 진정석 역 하석진 인터뷰

문완식 기자 / 입력 : 2016.10.26 07:30 / 조회 : 46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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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하석진 /사진=마루기획


(인터뷰②)에서 계속


공대(한양대)를 다녔던 하석진은 군대를 제대하고 2005년 연예계에 발을 내디뎠다. 친구의 부탁으로 한 신생기획사에 들어갔고 이후 10년 넘게 활동 중이다. 아직 대학을 졸업하지는 못했다. 그는 "학점은 이수를 다했는데 시간이 없어 학사졸업논문을 쓰지 못했다"고 했다.

-공대생이 배우의 길에 들어선 이유가 있었나.

▶배우의 길이 내 길이라고 생각한 건 얼마 안됐어요. 2005년 데뷔를 했는데 2010년 까지는 제가 연기자라고 생각 안했죠. 연기는 돈을 버는 수단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어느 날 잠이 안 오는 거예요. 친구들은 직업의식을 갖고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난 뭘 하고 있는 거지. 내가 프로의식이 있나. 그저 현장에 가서 NG 내지 않고 연기하고 퇴근하는 게 목표인가. 이런 생각들로 잠을 못 이뤘어요. 아마 연기자가 된 게 제 뜻보다는 우연이 강해서 그랬을 거예요. 제 중학교 친구가 신문방송학과를 나와서 연예기획사에 들어갔는데 신생기획사가 그렇듯 배우가 부족했어요. 그래서 저를 추천한 거죠. 12월에 군대 제대하는 친구가 있는데 괜찮다고요. 저 TV도 잘 안보고 단 한 번도 연예인의 피가 제 몸에 흐른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거든요. 그렇게 5, 6년을 살다 보니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든거예요. 데뷔 전까지 22, 3년을 어머니가 학원가라고 하면 가고, 말 잘 들으면서 열심히 살았거든요. 학사경고를 맞고 군대를 가기는 했지만 뒤쳐지지 않으려고 열심히 살았는데 연기자가 돼서 공부할 때보다 시간도 많이 나고 돈도 많이 버는데 매일 돈 생기면 PC방 가서 축구게임만 하고 5년을 산 거예요. 2010년 겨울에 tvN에서 '원스어폰어타임 생초리'라고 첫 주연작을 했는데 정말 추웠어요. 끝나고 나서 제 자신이 고생했다는 생각에 한 달 동안 여행을 갔는데 거기서 많은 생각을 했어요. 결론은 열심히 하자, 였죠.

-2005년으로 돌아간다면 다시 배우의 길을 택하겠나.


▶그때의 '불안함'을 생각하면 배우 일을 다시 못 시작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지금 후회를 하지는 않아요. 모르겠어요. 제가 어떤 안 좋은 일에 휘말릴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는 10년 넘게 잘 버티고 있다고 봐요. 죽을 때까지 문제가 없다면 연기자로서의 삶이 아쉬움은 없을 것 같아요. 참 다이내믹하게 살았어요. 지난 10년. 때로는 어려움도 있었지만요.

-어릴 적 다른 꿈은 없었나.

▶별로 없었어요. 그냥 컴퓨터 좋아하고 물건 고치는 걸 좋아했어요. 기계 만지는 것도 좋아했고요. 그런데 이걸 할 수 있는 게 전파사 사장님밖에 없더라고요. 한 때는 내가 망하면 어떻게 하지, 연기를 하다 사람들이 불러주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 이런 고민도 했어요. 그때마다 그렇게 되면 기계 블로거나 되자. 이런 생각을 했어요(웃음).

-연기자 치고 예능 출연이 적지 않다.

▶'나 혼자 산다'에 나왔을 때는 좀 깨고 싶었어요. 당시 전작이 드라마 '세 번 결혼한 여자'였는데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날 하석진'을 드러내고 싶다는 생각을 했죠. 그 때 '나 혼자 산다' 출연 제의가 들어온 거예요. '나 혼자 산다'에서 많은 연예인들이 포장을 하려고 하는데 전 그러고 싶지 않았어요. 멋있고 싶지 않았죠. 실장님이나 본부장님은 안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문제적 남자'는 오래 했고 친숙하기는 하지만 예능은, 여전히 두려워요. 오해를 사기 쉽고 뭔가를 포장할지 아니면 날 것을 보여줄지 계산이 서지도 않고요.

-연기적으로 욕심 같은 게 있나.

▶음침한 역할을 할 때 어디까지 음침할 수 있을지 궁금해요. 두려움도 있어요. 김명민 선배님처럼 내 몸을 망쳐가면서 캐릭터에 몰입할 수 있을까. 나를 어디까지 망가뜨릴 수 있을까 하고요.

-30대 남자 배우로서 '배우 하석진'의 차별점을 무엇일까.

▶모르겠어요. 연기로 보여드려야죠. 제일 어려워요. 저는 다른 드라마를 보면서 아 나도 저렇게 연기를 해야 하는데 하는 생각을 많이 해요. 요새 드라마들이 재미 있는 게 많잖아요. 젊은 친구들을 보면 내가 저 나이 때 저렇게 했으면 더 잘했을 텐데 그런 생각도 하고요. 제 또래 배우들을 보면 어떻게 저렇게 대사를 맛있게 할까 이런 생각도 많이 해요.

-드라마는 많이 했는데 영화 출연은 적다.

▶드라마가 더 많이 출연 제의가 들어오니까요. 영화도 하고 싶어요. 좋은 기회가 있으면 하고 싶은데 제안이 잘 안 오는 것 같아요. 장르가 무엇이냐에 따라 조금은 다르겠지만 하나의 컷에서 보여주는 캐릭터의 깊이는 차이가 있겠죠. 광고는 30초 동안의 연기, 영화는 두 시간 동안의 연기, 드라마는 한 시간 곱하기 16시간, 혹은 20시간의 호흡을 보여주는 거잖아요.

-다음 작품은 언제쯤 볼 수 있을까.

▶겨울에는 좀 쉬려고요. 추워서요(웃음). 겨울은 추위를 참느라 가짜를 만들어내는 느낌이에요. 여름과 달라요. 추워서 발음도 제대로 안 되고 추운데 안 추운 척 코트 없이 얇은 점퍼만 입고 연기를 한 적도 있어요. 이번 겨울은 그런 걸 하고 싶지 않아요. 워낙 쉬지 않고 5개월 동안 달려오기도 했고요. 아, '문제적 남자'는 폐지만 되지 않는다면 계속 출연할 것 같아요. 거기는 히터가 나오 거든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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