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선무비] '걷기왕' 스태프 성희롱 예방교육 실시..옳은 행보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6.10.22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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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왕’이 20일 개봉했습니다. ‘반드시 크게 들을 것’ 백승화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심은경이 주연을 맡은 영화입니다. 탈 것만 타면, 심지어 소를 타도, 죽을 것 같이 멀미를 하는 고등학교 1학년 만복이가 경보 선수가 되면서 겪는 일을 그립니다.

재밌습니다. 뻔한 스포츠 장르 성장물 같지만 다릅니다. 담고 있는 이야기가 만만찮습니다. 목적도 없이 죽어라 달려 꼭 1등을 할 필요는 없다고 위로합니다. 느리게 걷다가 또 다른 길로 가면 어떠냐고 말합니다. 제법 웃기게 말합니다.


‘걷기왕’은 착합니다. 아이들은 서로 미워할 만한, 이런 장르에서라면, 신발에 압정이라도 넣을 만하지만, 착합니다. 서로 돕습니다. 싸우다가도 노력하는 아이에게 응원을 아끼지 않습니다. 박제된 여고생은 없습니다. 섣불리 꿈을 강요하긴 하지만 선생님들도 선의로 가득합니다. 뚜렷한 악역이 없으니 좀 심심하긴 합니다만, 그게 ‘걷기왕’의 미덕입니다.

‘걷기왕’이 이런 미덕을 갖게 된 건, 만든 사람들을 닮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걷기왕’은 좀처럼 드물게 촬영 전 스태프들을 대상으로 성희롱 예방 교육을 했습니다. 정말로 좀처럼 드문 일입니다. 의무는 아닙니다. 영화산업노조에서 성희롱 예방 교육 권고를 하긴 하지만 지켜지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걷기왕’에 시나리오 작가와 스크립터로 참여한 남순아씨의 공이 컸다고 합니다. 남씨가 감독과 제작자, 프로듀서에게 의견을 내자 그 의견에 다들 동의를 했다고 합니다. 그리하여 여성민우회에서 강사가 와서 촬영 전 성희롱 예방 교육을 했답니다. '걷기왕' 콘티북에도 성희롱 예방 매뉴얼을 담았다고 하구요.


옳은 일입니다. 바람직한 일이구요. 영화 촬영장은 거칩니다. 거친 세계는 대개 남성성을 강조합니다. 효율적이기도 합니다만 폐단도 만만찮습니다. 여성 제작자와 프로듀서 등 여성인력이 늘어나면서 점차 바뀌고는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멉니다. 그런 세계에서 규칙을 정하는 건 뜻깊습니다. 규칙이 정해지면 말하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침묵과 상상은 관계를 무너뜨립니다. 말하지 않고 상상만 한다면, 선의든 악의든 전달되지 않습니다. 대화를 하는 법이 필요합니다. 성희롱 예방 교육은 대화를 하는 방법의 시작입니다.

‘걷기왕’의 작은 발걸음이 부디 한국영화계에 큰 발자국으로 남길 바랍니다.

다시 말하자면 ‘걷기왕’은 착합니다. 악의로 가득 찬 세상에서 선의가 가득한 이야기를 보는 건 반갑습니다. 이 이야기를 극장에서 확인하는 건, 관객에게 분명 좋은 기억으로 남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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