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장' 남연우 "1700만원으로 만들어낸 영화..기적같다"(인터뷰)

영화 '분장' 연출 겸 주연배우 남연우&음악감독 오도이 인터뷰

김미화 기자 / 입력 : 2016.10.21 14:58 / 조회 : 7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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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도이 음악감독, 남연우 감독 / 사진=이동훈 기자


"제 돈 1700만 원으로 1시간 40분짜리 장편 영화를 찍었어요. 모두의 힘이었어요. 기적이었죠."

영화 '분장'의 주인공인 배우 남연우(34)를 만났다. 이번 인터뷰는 배우가 아닌 감독으로 진행했다. 남연우는 '분장'의 연출과 주연을 모두 맡아 이번 영화를 이끌었다.

'분장'은 무명 연극배우 오송준(남연우 분)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성 소수자 연극 '다크라이프' 주연배우로 캐스팅이 된 이후 미처 생각지 못한 사건으로 자가당착에 빠지는 모습을 그린다. 진정성을 갖고 혼신의 연기를 다하며 명예와 인기를 얻었지만, 자신의 말이 모두 거짓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 인물의 심리를 묘사한 영화다. 이 영화는 제 21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비전' 부문에 공식 초청을 받아 호평 받았다.

이번 인터뷰는 감독 겸 주연 배우를 맡은 남연우와, 이번 영화의 음악을 담당한 음악감독 오도이(33)와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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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겸 감독 남연우 / 사진=이동훈 기자


-첫 감독 데뷔작이다. 성소수자 영화는 어디서 영감을 받았나.

▶남연우(이하 남): 술자리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다들 '나는 이해한다'라고 말 하는데 그중 딱 한 사람은 '그건 잘 못된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때 분위기가 '요즘 어느 시대인데 그러냐' 하고 넘어갔는데 집에 가면서 사람들이 정말 이해하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는 성소수자들에 대한 인식이 경계선에 서 있다. 그래서 그런 이야기를 만들어 보고 싶었다.

-연기만 하다가 처음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까지 했는데 소감이.

▶남 : 내가 연출하면서 가장 행복한 이유 중 하나는 좋아하는 배우와 같이 호흡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영화에 나온 배우들은 내가 다 신뢰하는 배우들이고 믿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디렉팅 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다. 어떤 느낌을 이야기하기 보다는 목적을 던지고 정확한 행동 동선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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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장' 트렌스젠더로 분장현 송준(남연우 분) / 사진=영화 스틸컷


-평소에도 성소수자에 관심이 있었는지? 어떤 것에 중점을 두고 영화를 만들었는지 말해달라.

▶ 남 : 나도 동성애자는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성소수자 이야기를 다룰 때 그 누구에게도 폭력적이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동성애자가 이 영화를 보고 폭력적이라고 느낀다면 그것은 피하고 싶었다. 경계에서 잘 걸어가야 한다고 생각이 들었다. 사실 그동안 동성애나 성소수자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영화를 준비하며 실제 성소수자를 인터뷰하고 만나고 다큐멘터리 찾아봤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그들을 이해한다거나, 그들은 안다고 하는 것은 너무 거만한 것 같다. 알아가게 됐고, 또 이들에 대해서 좀 더 알아야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속 연극에서 트렌스젠더 연기를 펼쳤는데 너무 예쁘다. 트렌스젠더 연기를 해 본 기분이 어땠나.

▶ 남 : 분장의 힘이 컸다. 사실 트렌스젠더 연기는 큰 부담이 없었다. 단지 극중 인물이 10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연극을 하는 배우이다보나 걸음걸이나 서있는 자세 등을 연습했다. 나중에는 영화를 보다보니 더 하지 못한 것이 조금 아쉬었다. 연출하고 제작하고 다 신경쓰다보니까 밑이 다 드러난 느낌이다. 하하

-투자 받기가 쉽지 않아서 적은 예산 때문에 힘들었다고?

▶ 남 : 투자가 엎어져 내가 모은 돈 1700만원으로 찍었다. 하하. 모두의 힘이었다. 모두가 제작자의 마음이자 가족의 마음이었다. 의상은 배우들이 직접 가져오고 가발도 직접 다 했다. 극장 장면에서 보조출연이 400명이 필요했다. 아는 사람 모르는 사람 다 부르고 SNS에도 올렸다. 평일 낮이었고 사람들이 많이 안 올 것이라 생각했고 불안했다. 그런데 그날 375명이 왔다. 기적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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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도이 음악감독 / 사진=이동훈 기자


-이 영화에서 트랜스젠더가 부르는 노래가 인상 깊다. 마치 주인공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한 가사도 독특해서 귀에 남는데 오도이 음악감독은 어떻게 음악을 준비했나.

▶ 오도이 음악감독(이하 오) : 첫 곡의 가사를 보면 '새벽은 빛을 주는 데 아침은 사치인가'라는 가사가 있다. 남연우 감독과 트렌스젠더 클럽에 갔다와서 생각한 가사다. 밤에는 화려한 조명아래 있지만 과연 이 사람들이 아침에는 어떻게 다닐까 생각하며 그 세계를 표현했다. 트렌스젠더 이나 역할을 맡은 홍정호가 굉장히 잘 불렀다. 처음에 트레이닝 할 때 남자 목소리가 많이 나와서 고민을 많이 했는데 잘 나왔다.

-오도이 감독은 영화 속에서 트렌스젠더로 연기도 했는데 원래 연기 경험이 있나?

▶ 오: 원래 직업이 가수다. 소울스테이지로 활동 중인데 원래 영화를 좋아해서 영화 음악도 하고 싶었다. 연기는 어렸을 때 했었는데 그러다가 음악쪽으로 발을 돌렸다. 전공도 실용음악이다. 그래서 연기 하는 것이 두렵기도 했지만 설레기도 했다. 트렌스젠더 연기라 특별히 더 어렵지는 않았다. 현장 분위기가 좋고 즐거웠기 때문에 굉장히 재밌게 연기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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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도이 남연우 / 사진=이동훈 기자


-'분장'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관객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다. 각각 어떤 사람들에게 이 영화를 추천하고 싶은가.

▶ 오 : 부산영화제 첫 상영 당시 관객들이 어떤 호흡을 가지고 영화를 보는지 궁금했다. 관객들의 반응도 살폈는데 끝나고 나서 드는 생각은 어쨌든 성 소수자에 관한 내용이 아직까지는 우리나라에 좀 불편한 것 같다는 것이었다. 우리 영화 같은 경우는 이것을 좀 더 드러내놓고 서로 이야기해보자는 생각으로 만들었다. 앞에서는 '나는 이해한다'라고 해 놓고 뒤에서 상처되는 말 하는것 폭력적이다. 이 영화는 다같이 편하게 보면서 이야기 할 수 있는 영화가 아닌가 생각한다.

▶ 남: 영화를 연출하면서 '재밌어야 된다'는 생각을 가장 많이 했다. 의미를 깊게 담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가 연출하는데 있어서는 영화가 재밌어야 한다. 원래 유머를 좋아하기도 한다. 그래서 '영화가 재밌습니다'라고 추천해 주고 싶다.(웃음) 영화가 보기 전에 생각하는 것만큼 무겁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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