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MLB산책] '前 현대' CLE 캘러웨이 코치가 밝힌 '투수 왕국' 비결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 입력 : 2016.10.21 09:00 / 조회 : 40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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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러웨이 투수 코치(왼쪽)와 대니 살라자르. /AFPBBNews=뉴스1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ALCS)에서 클리블랜드 인디언스가 토론토 블루제이스를 4승1패로 제치고 1997년 이후 19년 만에 처음으로 월드시리즈에 진출했다.

월드시리즈 진출을 확정지은 뒤 클리블랜드 지역지 더 플레인 딜러는 클리블랜드의 투수코치 미키 캘러웨이(41)를 'MVP'라고 선언했다. 여기서 'MVP'란 "Most Valuable Pitching coach"의 약자로 ‘최고 수훈의 투수 코치’란 뜻이다. 그만큼 클리블랜드가 월드시리즈에 오르는데 있어 투수진이 뛰어난 역할을 했고 따라서 투수코치인 캘러웨이의 공로를 인정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캘러웨이가 지도하는 클리블랜드의 투수진은 올 정규 시즌 팀 평균자책점 3.84와 팀 피안타율 0.243를 기록, 토론토에 이어 모두 AL 2위를 차지했다. 팀 탈삼진은 AL 1위에 올랐다.

특히 클리블랜드는 팀의 2선발과 3선발인 카를로스 카라스코와 대니 살라자르가 지난 달 잇달아 부상을 당해 아직 마운드에 서지 못하는 상황에도 불구,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실로 눈부신 팀 피칭능력을 보여주며 월드시리즈 티켓을 따냈다.

이번 포스트시즌 8경기에서 클리블랜드 투수진은 평균자책점 1.77을 기록했는데 이는 모든 포스트시즌 팀 가운데 1위다. 2위 토론토(2.52)를 훨씬 압도한다. 막강한 홈런군단 토론토는 클리블랜드와의 ALCS에서 5경기 동안 두 차례 팀 완봉패를 당하는 등 5경기 합쳐 단 8점, 경기 당 1.6득점을 뽑는데 그쳤다. 투수코치인 캘러웨이가 새삼 주목을 받는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다.

현역시절 우완투수였던 캘러웨이는 사실 한국 팬들에게도 익숙한 이름이다. 그는 지난 2005년 현대 유니콘스에 입단하며 3년간 한국 무대에서 뛰었기 때문이다. 캘러웨이는 2005년 현대 입단 첫 해에 16승9패, 이듬해 14승7패 등 두 시즌동안 30승을 올리며 팀 에이스로 활약했다. 이어 2007년엔 부상으로 시즌 중 한국을 떠났다. 그의 한국 무대 통산 성적은 32승22패 평균자책점 3.56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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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시절의 캘레웨이.



반면 그의 메이저리그 커리어는 별 볼일 없었다. 1999년에 탬파베이 레이스 유니폼을 입고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이어 애너하임 에인절스를 거쳐 2004년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메이저리그 커리어를 마칠 때까지 수시로 메이저와 마이너를 오간 저니맨이었다.

캘러웨이는 메이저리그에서 총 6시즌동안 40경기(선발 20회)에 나서 통산 4승11패, 평균자책점 6.27의 성적을 남겼다. 2002년 애너하임에 있을 때에는 시즌 막판 애런 실리가 어깨부상으로 하차하자 그를 대신해 팀의 5선발로 활약했다. 비록 포스트시즌에서는 뛰지 못했으나 그해 에인절스가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면서 월드시리즈 우승반지도 얻었다.

캘러웨이는 한국생활을 하는 동안 특히 한국 음식에 완벽하게 적응해 눈길을 끌었다. 그가 가장 즐겨 먹는 음식은 바로 동태탕이었다. 밥 위에 동태탕의 두부와 국물을 올리고 쓱쓱 비벼 입에 가져가는 캘러웨이의 모습에 현대 선수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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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동태탕을 좋아했다. /사진=현대 유니콘스 제공



캘러웨이는 부상으로 2007년 한국생활을 중도하차한 뒤 2008년엔 대만리그에도 진출, 1년을 더 뛴 뒤 선수생활을 마감했다. 2010년부터 클리블랜드의 싱글A팀에서 투수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그리고 현역시절 저니맨으로 눈물 섞인 빵을 씹으며 산전수전 다 겪었던 그의 경험이 코치로선 엄청난 자산임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캘러웨이는 "난 구위가 그렇게 뛰어나지 못했기에 선수 생활 내내 고전을 이어 갔다"면서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경기를 했는데 그것은 그런 경험이 나중에 매우 소중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난 항상 투수보다는 코치가 내게 더 적합할 것이라고 느꼈지만 코치로서 필요한 경험을 얻기 위해 가능한 오래 선수 생활을 하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마이너에서 투수코치로 뛰어난 평가를 받았다. 클리블랜드는 2012년 10월 새 감독으로 부임한 테리 프랭코나에게 투수코치 후보로 캘러웨이를 추천했다. 프랭코나 감독은 당시 캘러웨이와 일면식도 없었던 사이였고 다른 최종후보 중에 자신이 잘 아는 사람도 있었으나 인터뷰 끝에 캘러웨이에게 투수 코치의 중책을 맡겼다.

그리고 그 선택은 탁월한 것이었음이 입증됐다. 캘러웨이는 클리블랜드에서 깊은 슬럼프에 빠져있던 우발도 히메네스(현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스캣 캐즈미어(현 LA 다저스)의 커리어를 되살려냈다. 현 팀 에이스 코리 클루버를 사이영상 수상자로 키워 커리어를 본격적으로 궤도에 올려놓은 것도 그다. 트레버 바우어, 대니 살라자르, 저스틴 매스터슨 등과 함께 리그 최고의 투수진을 구축하기에 이르렀다.

토론토와의 ALCS 5차전을 앞두고 프리게임 기자회견에 투수코치 캘러웨이를 대동하고 나선 프랭코나 감독은 "미키(캘러웨이)는 자신감에 넘치는 사람이다. 거기에는 이유가 있다. 그는 자신이 하는 일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라면서 "그는 자기의 투수들을 매우 아낀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계속해서 "투수 교체 때도 내 입에서 이름이 나오기도 전에 그는 이미 누구를 올릴 지를 알고 있다. 투타 매치업 분석에선 그가 나보다 잘 알기에 조언을 구한다. 우리는 항상 같은 페이지에 있다"며 깊은 신뢰를 나타냈다.

ALCS 5차전에서 클리블랜드는 메이저리그 경력이 달랑 11이닝을 던진 것이 전부인 24살의 루키 라이언 메릿을 선발로 내보냈다. 카라스코와 살라자르에 이어 바우어마저 손가락 부상으로 나오지 못하게 되면서 어쩔 수 없었던 고육지책이었다.

그렇기에 4차전에서 시리즈 첫 승을 따낸 뒤 기세 충천했던 토론토의 슬러거 호세 바티스타는 5차전 선발 메릿을 놓고 “그 애송이는 아마 지금 야구화 속에서 발을 덜덜 떨고 있을 것”이라고 조롱하기도 했다.

하지만 캘러웨이와 프랭코나 감독이 메릿을 마운드에 올린 데에는 그만한 이유와 기대감이 있었다. "메릿은 마이너시절 스트라이크를 던지는 비율이 상위 1%안에 있었다"고 말한 캘러웨이는 "불펜에서도 그는 자신의 공을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그렇기에 그를 내보낸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메릿은 그 기대를 100% 이상 충족해냈다. 덜덜 떨기는커녕 경기 시작 후 첫 10명의 토론토 타자들을 잡아냈다. 4⅓이닝동안 단 2안타만을 내주는 빼어난 호투로 팀 승리에 디딤돌 역할을 해냈다.

이처럼 투수진의 빼어난 퍼포먼스로 인해 칭찬이 쏟아지지만 캘러웨이는 항상 “난 별로 하는 게 없다. 모든 것은 선수가 하기에 달린 것”이라고 한 발짝 물러선다. 그는 이날 메릿이 경기 전 긴장하는 기미가 보였느냐는 질문에 “나만큼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의 모습을 보고 내가 안도했다”고 답했다. 무슨 특별한 조언을 해줬느냐는 질문엔 “노”라면서 “오히려 그가 한 마디 해서 날 진정시켜 줬으면 좋았을 것”이라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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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드류 밀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캘러웨이 코치. /AFPBBNews=뉴스1



캘러웨이의 가장 큰 능력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전 세계를 떠돌아다녀야 했던 그 자신의 선수생활 경험에서 얻은 자산이다.

그는 “난 웬만한 것은 다 경험해봤다. 월드시리즈 우승팀에도 있었고 형편없던 팀에서도 뛰었다. 그런 경험으로 선수들이 지금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지를 잘 알 수 있다. 내가 직접 경험한 것이기에 그들을 이해하기가 훨씬 쉽다”고 말한다.

그렇기에 그는 자신이 하는 일의 80%는 투수들의 투구 모션에 관한 것이 아니라 심리적인 부문에 집중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그들은 이미 뛰어난 어깨를 갖고 있다. 그렇지 않았다면 여기에 있지도 않을 것”이라면서 “모두가 재능은 갖고 있다. 단지 차이는 불필요한 감정과 요소를 배제시키고 필요한 것에 집중할 수 있느냐 하는데 있다”고 강조했다.

캘러웨이의 가장 유명한 재활 프로젝트 성공 사례는 히메네스다. 히메네스는 2009년 투수들의 무덤이라는 콜로라도 로키스에서 19승8패, 2.88의 눈부신 성적을 올렸다. 그러나 2012년엔 9승17패, 평균자책점 5.40까지 떨어졌다.

그런 히메네스가 2013년 캘러웨이의 부임과 함께 13승9패, 3.30으로 되살아났다. 특히 그해 시즌 후반기 평균자책점 1.82로 맹위를 떨친 그는 시즌 종료 후 프리에이전트로 4년간 5000만달러 계약을 받고 볼티모어로 이적했다.

당시 히메네스는 “투수 코치가 계속 지시만 하고 내 말을 들어주지 않을 땐 정말 힘들다. 하지만 미키(캘러웨이)는 다르다. 그는 많은 것을 알고 있지만 자신의 의견을 말하기에 앞서 선수의 이야기를 듣는다”고 캘러웨이 효과를 설명했다.

그런 그가 캘러웨이 곁을 떠났기 때문일까. 클리블랜드를 떠난 이듬해 히메네스의 성적은 6승9패, 평균자책점 4.81로 다시 곤두박질쳤다. 이후 다시 2013년 후반기의 위력적인 모습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캘러웨이는 이제 투수코치로 철벽 투수진을 이끌고 월드시리즈에 나선다. 1948년 이후 월드시리즈 우승이 없는 클리블랜드로선 무려 68년만의 월드시리즈 우승 도전이다.

아직 상대는 결정되지 않았지만 만약 시카고 컵스가 올라온다면 그는 전 팀 동료였던 존 랙키를 적으로 맞게 된다. 2002년 루키였던 랙키는 그해 월드시리즈 7차전에 선발로 나서 승리를 따냈고 캘러웨이는 그 덕에 귀중한 월드시리즈 우승반지를 얻었다.

하지만 포스트시즌에 그 자신은 전혀 뛰지 못한 채 얻은 우승반지였기에 내세우기엔 다소 쑥스러운 면이 없지 않은 반지였다. 하지만 이번에 그가 두 번째 월드시리즈 우승반지를 얻는다면 그것은 누구에게도 당당하게 자랑할 수 있는 반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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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러웨이 코치.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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