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교환 "연기로 받은 상은 처음..제인에게 감사"(인터뷰)

제21회 BIFF '올해의 배우상' 수상자, '꿈의 제인'의 구교환 인터뷰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6.10.19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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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꿈의 제인' 배우 구교환 / 사진=이동훈 기자


"제가 아니라 제인이 받은 거죠. 개인적으로는 제인에게 고마운 마음이 커요. 연기상을 받는다는 것은 상상을 못 한 일이에요."

구교환(34)은 최근 폐막한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올해의 배우상' 주인공이다. 그는 한국영화의 오늘-비전 부문에 출품된 조현훈 감독의 '꿈의 제인'에서 트랜스젠더 제인 역을 맡아 열연했다. 명색이 타이틀롤이지만 원톱 주연은 아니다. 영화는 가출팸을 전전하는 소현(이민지)의 이야기를 따라간다. 늘 누군가와 함께이고 싶지만 아무도 곁에 없는 소녀의 삶은 고단하기만 하다. 제인은 소녀의 유일한 안식처이자 피난처다.


손에 잡힐 듯 생생하면서 한편으론 꿈결같기도 한 구교환의 제인이 어떠했는지는 심사위원 김의성의 표현을 빌리는 게 낫겠다. "이 배우의 연기가 저의 마음을 가장 강하게 움직였다"면서 구교환에게 상을 안긴 김의성은 말했다. "미스터리하면서도 따뜻한 마음을 가진 트랜스젠더 제인 역을 황홀하게 연기해 주었고, 말하는 것보다 듣고 생각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잘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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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꿈의 제인' 배우 구교환 / 사진=이동훈 기자


장문의 심사평보다, '올해의 배우상'이란 묵직한 타이틀보다 구교환을 기쁘게 한 건 김의성이 남겼다는 뒷이야기. 구교환을 몰랐던 그는 '실제 트랜스젠더가 아니냐. 여우주연상을 줘야하는 거냐'고 관계자들에게 물었단다.


"하이힐이 아프긴 진짜 아프더라고요. 신고 못 걸을 줄 알았어요. 그런데 걸어지대요. 미리 사서 신고 다녔어요. 화장이나 분장도 과정 중에 하나라 힘들지는 않았어요. 한 순간도 가짜같은 순간이 만들어지면 안 돼서 고민했어요. 두려웠던 건, 이것이 가짜라고 믿는 순간 영화 자체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었어요. 김의성 선배님이 '원래 그런 사람이냐' 생각해주신 것 자체가 최고의 칭찬인 것 같아요."

'꿈의 제인'에서 함께 한 소현 역 이민지와 함께 '올해의 배우상'을 휩쓸어 놀라움이 더 크다. 더욱이 '꿈의 제인'은 CGV아트하우스상까지 받아 올해 영화제의 유일한 3관왕에 올랐다.

"이게 뭔 일이야 진짜, 그랬어요. 이민지는 워낙 뛰어난 배우예요. 영화를 보면서도 너무 좋았어요. 단편 '뎀프시롤:참회록'에 함께 출연했지만 같이 연기할 기회가 없었거든요. 워낙 팬이었어서 촬영장에서도 극 중 제인과 소현처럼 계속 있었던 것 같아요. 데면데면해 보이지만 둘 사이에 연대가 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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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제인'의 소현 이민지(사진 왼쪽)와 제인 구교환 / 사진='꿈의 제인' 포스터


"제가 사랑하는 사람은 모두 제 곁을 떠났어요. 그들 중 몇 명은 말했죠. '넌 영원히 사랑받지 못할거야. 왜냐면 넌 사랑받고 싶어서 누군가 사랑하거든.' 그렇게 저는 여전히 혼자인 채로 있습니다. 몰론 외로운 삶은 쉽게 바뀌지 않겠죠. 불행한 삶도 영원히 계속되겠죠. 어짜다 이렇게 한 번 행복하면 됐죠, 그럼 된 거예요. 우리 죽지 말고 오래오래 살아요.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또 만나요. 불행한 얼굴로"(영화 '꿈의 제인' 속 제인의 이야기)

삶은 불행의 연속이고 이따금 행복이 흩뿌려져 있는 것이라 믿는 제인은 구교환과 만나 더 매력적인 캐릭터로 태어났다. 시나리오를 받아든 구교환이 덜컥 트랜스젠더 연기에 나선 것도 제인에 대한 궁금함과 애정 때문이었다.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제인만이 아니라 모든 인물이 매력적이었어요. 이 이야기 전력에 보탬이 된다는 것만으로도 좋았어요. 읽고 바로 연락을 드렸던 것 같아요. 트랜스젠더 캐릭터에 대한 두려움은 있었죠. 잘 못할까봐 두려움이 컸는데 다행스럽게도. 그래서 이 상이 더 특별한 것 같아요."

구교환은 '제인은 어떤 사람이야' 따로 규정하지 않았다. 법칙이나 규칙도 정하지 않았다. 장식이나 장치로 그녀를 표현하고 싶지 않아 목소리조차 따로 꾸미지 않았다. 감독과 구교환이 모두 동의한 부분이었다. 다만 여성들을 관찰하고 여배우들의 영화를 찾아 보면서 뭔가를 발견해가려 했다. 지금도 제인에 대해 이야기하는 게 조심스럽단다. 그녀에게 누가 될까 싶어서.

그는 거식증을 앓은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10kg 이상을 감량하기도 했지만 "자랑거리가 아니다"며 손사래를 쳤다. "연기를 위해 살을 뺐다는 게 몇 kg인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제인이 섭식을 잘 못하다 보니 감독님과 제인이 어떤 상태인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어요. 촬영 할 때도 유지를 해야 하니 살이 쭉쭉 빠지더라고요. 제인의 상태에 맞게 있었던 것 같아요. 이제는 많이 돌아와서 제 몸무게를 찾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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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교환 / 사진제공=부산국제영화제


구교환은 이미 업계에선 널리 알려진 재능있는 독립영화 감독이자 배우다. 수상경력도 화려하다. 연출과 주연을 겸한 단편 '왜 독립영화 감독들은 DVD를 주지 않는가?'(2013)로 미쟝센단편영화제 희극지왕 부문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했으며 '연애다큐'(2015), '플라이 투 더 스카이'(2015) 등에서 또한 연출과 주연을 맡아 주목받았다. 단편 '남매의 집'(2009), '4학년 보경이'(2014) 등에 출연하며 배우로도 두각을 드러냈다. 이젠 TV에서도 그를 만날 수 있다. 오는 11월께 방송을 앞둔 KBS 드라마스페셜 '아득히 먼 춤'에 캐스팅돼 촬영이 한창이다.

배우로서는 이번 '올해의 배우상'이 첫 수상이다. '상을 '덜컥' 탔느냐' 물으니 구교환은 "'울컥' 하는 게 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상금 500만원은 어찌 쓸 계획인가 물으니 "매니지먼트가 부모님이다. 대표님 두 분께 일단 떼 드리겠다"고 넉살이다. "역시 연기가 돈을 벌어주는 건가" 혼잣말도 덧붙였다.

아닌 게 아니라 '꿈의 제인'이 워낙 인상적이었던 터라 '감독보다 배우에 좀 더 집중하면 어떻겠냐'는 반응도 나온다. 분위기를 전하며 계획과 포부를 물었다. 구교환은 이옥섭 감독과 공동으로 준비하는 시나리오가 있다며 "다음 영화는 제가 연출하는 작품이면 좋겠다"고 답했다. 어느 하나가 더 좋다고 이야기할 수가 없단다. 연기 욕심만큼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고픈 욕심도 큰 탓이다.

"'너의 정체는 뭐야' 하는 질문들이 부담스럽지만 기분 나쁘지만은 않아요. 궁금해 해 주시는 것이 감사해요. 둘 다 잘 하고 있다는 증거일수도 있으니까요…. 배우로서의 포부요? 많지만 뭔가를 정해서 '저기까지 올라가겠습니다'는 아니에요. 궁금하고 반가운 인물을 만나 연기하는 순간이 또 온다면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그런 역할에 저를 선택해 주신다면 기분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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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꿈의 제인' 배우 구교환 / 사진=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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