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키'와 '아수라'의 뒤바뀐 운명..개봉 밀린 게 신의 한수

[전형화의 비하인드 연예스토리]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6.10.18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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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키'가 흥행질주 중입니다. 지난 13일 개봉해 3일만에 100만명, 4일만에 200만명을 돌파했습니다. 코미디영화 최고 흥행속도입니다. 이미 손익분기점(170만명)도 넘어섰습니다. 17일까지 225만명이 봤습니다. 월요일인 17일 하루에만 25만명이 관람했습니다.

'럭키' 흥행이 놀라운 건, 텅 빈 극장에 관객을 불러 모으고 있다는 점입니다. 10월 극장가는 '아수라' 뒷심이 빠지면서 한산했습니다. 관객이 크게 줄었죠. 그런데 '럭키'가 등장하면서 사람들이 극장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럭키'는 현재 상영 중인 모든 영화들보다 더 많은 관객을 모으고 있습니다. '럭키'의 독주이자, 박스오피스를 견인하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럭키' 흥행을 놓고 이런저런 분석들이 나옵니다. 유해진의 코미디가 통했다, 그간 잔혹한 영화들이 흥행을 주도했기에 반사효과다, 마땅한 경쟁작이 없을 때 빈집털이다, 등등이 있습니다. 셋 다 어느 정도 일리가 있습니다.

그런데 빈집털이는 우연의 산물입니다. 아니, 울며 겨자 먹기를 했는데 뜻밖에 터졌습니다.

사실 '럭키'는 9월 28일에 개봉을 하려 했습니다. 그 주에 개봉하면 개천절 연휴까지 노릴 수 있었죠. 투자배급사인 쇼박스와 제작사 용필름은 '럭키' 개봉 일정 및 마케팅을 그 시점에 맞춰 타임테이블을 준비했었습니다.


하지만 CJ E&M에서 덜컥 '아수라'를 9월 28일에 개봉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아수라'는 정우성 황정민 곽도원 주지훈 정만식 등 초호화 라인업을 갖춘 영화죠. 100억원이 넘는 제작비가 투입된 블록버스터입니다. 40억원이 든 코미디 영화 '럭키'와는 천양지차입니다. 배우의 면면도 차이가 나는 게 사실입니다. 더욱이 '아수라'는 국민 예능이라 불리는 MBC '무한도전'에 주연배우들이 모두 출연해 2주 연속 방영 된 만큼 홍보도 어마어마했습니다.

'럭키'로선 눈물을 머금고 개봉을 뒤로 미뤄야 했습니다. '아수라'와 같은 날 경합하는 건, 무리라고 판단한 거죠. 황금연휴도 포기해야 했습니다.

결국 '아수라' 개봉 2주 뒤로 개봉일을 잡았습니다. 10월은 극장 비수기죠. 추석 연휴가 포함됐다면 모를까, 올해처럼 추석도 없으면 극장이 텅 빕니다. 단풍놀이와 프로야구 포스트 시즌 등 야외 나들이가 많은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럭키'가 경쟁할 상대는 다른 영화가 아니라 단풍인 셈입니다. 빈집털이라지만, 10월 극장가는 그냥 빈집입니다.

그런데 '럭키'가 터졌습니다. 앞서 개봉한 '아수라'는 호불호가 크게 엇갈리면서 개천절 당일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에 덜미를 잡혔습니다. 17일까지 258만명이 봤습니다. '럭키'는 19일쯤 '아수라'를 넘을 것으로 보입니다.

'럭키'는 개봉이 밀린 탓에 운명이 바뀌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만일 '아수라'와 같은 날 개봉했다면, 이런 성적을 내기가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아수라' 반사효과도 없었을 겁니다. 극장에서 지금처럼 '럭키'를 엄청나게 밀어줄 수도 없었을 겁니다. '럭키'는 개봉 첫 주 일요일인 16일 1158개 스크린에서 5881번 상영됐습니다. 성수기 블록버스터와 비슷합니다. 마땅한 경쟁작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러니 영화의 운명은 모를 일입니다.

'럭키'는 일본영화 '키 오브 라이프'의 리메이크입니다. 카리스마 넘치는 킬러와 무명배우가 목욕탕에서 키가 바뀌자 운명도 바뀌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코믹극이죠. '럭키'의 운명도 비슷하니 신기합니다.

'키 오브 라이프'를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원작은 무명배우 비중이 좀 더 큽니다. '럭키'도 처음 각색할 때는 무명배우와 킬러 비중이 비슷비슷했습니다. 그러다가 무명배우 캐스팅이 쉽지 않자, 지금처럼 킬러 비중을 높였습니다. 이견이 없진 않았죠. 사실상 유해진 원톱영화가 된 셈이니깐요. 유해진 호감도가 높긴 하지만 상업영화 원톱 주인공으로 흥행에 성공시킨 전례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론 유해진 원톱영화가 터졌습니다. '럭키'는 유해진이 영화를 이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의 매력이 영화의 빈틈을 메우고 있습니다. 유해진의 코미디와 그에 대한 호감이, 절묘하게 시너지를 냈습니다. 카리스마 킬러가 청소에 요리에 배려까지 완벽하니, 여성관객들에겐 더 반가운 것 같습니다. 최근 한국영화 속 카리스마 넘쳤던 남자배우들이 사람을 썰고 여자를 이용하고 욕설을 입에 달고 살았다면, 유해진은 김밥을 썰고 여자를 배려하고 욕은커녕 말 한마디도 조심스러워합니다. 다릅니다. 이 다름이 통한 것 같습니다.

'럭키'는 익숙한 한국형 코미디와도 다릅니다. 관객에게 익숙한 한국형 코미디는 전반부 웃기고, 후반부 울립니다. 폄하되기도 합니다만, 관객에게 익숙하고 사랑받는 장르의 틀이기도 합니다. '럭키'는 다릅니다. 유해진의 원맨쇼에 기대는 부분이 크긴 하지만 슬랙스틱 코미디와 폭풍 눈물은 없습니다. 이 다름이 통한 것도 새롭습니다.

'럭키'는 빈틈도 많습니다. 일본영화 원작이라 그런지 다분히 연극적입니다. 소소하다는 뜻이죠. 킬러와 무명배우 부분에 온도차이도 큽니다. 유해진의 원맨쇼라는 건, 유해진만 보인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많은 사랑을 받는 건, 배우와 기획, 만듦새와 개봉일까지 여러 요소가 시너지를 냈기 때문일 것입니다.

제작사 용필름 임승용 대표는 기자에게 "다른 건 몰라도 개봉일이 밀려서 관객이 안 든다면 배우(유해진)를 볼 낯이 없다"고 했습니다. 그게 신의 한수가 됐으니, 정말 세상만사 새옹지마 입니다.

요즘 말이 화제입니다. 말만 잘 타면 대학도 잘 들어가고, 학점도 잘 받는 일이 벌어지고 있죠. 그 말이 금수저 말이라면, '럭키'의 말은 도망도 가고 아들의 다리도 부러뜨린 말입니다. 그런데도 '럭키'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으니, 정말 인생사 새옹지마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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