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MLB산책] 커쇼의 'PS 불운'이 걷혀지고있다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 입력 : 2016.10.18 08:31 / 조회 : 3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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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이튼 커쇼./AFPBBNews=뉴스1


클레이튼 커쇼가 켄리 잰슨과 에이드리언 곤잘레스의 어시스트를 받아 LA 다저스에 천금같은 1승을 안겼다. 이 2차전에서 다저스가 졌다면 시카고 컵스의 싹쓸이가 될 가능성이 컸던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NLCS)였지만 이제는 흥미진진한 싸움이 됐다. 물론 다저스가 마지막 10번의 플레이오프 경기에서 커쇼가 던진 경기는 5승무패, 그가 안 던진 경기는 0승5패를 기록했다는 사실을 들여다보면 아직도 커쇼가 나머지 경기마다 모두 등판하지 않는 한(물론 불가능한 이야기다) 컵스의 우세를 점칠 수밖에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 ‘야구는 모른다’라는 평범한 진리를 생각하면 컵스도 긴장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만 28세의 나이에 이미 집에 3개의 사이영상 트로피를 보관중인 커쇼는 자타공인의 현역 메이저리그 최고 투수다. 하지만 평소에는 ‘마운드의 슈퍼맨’이었던 그에게도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포스트시즌이었다. 슈퍼맨이 ‘크립토나이트(Kryptonite)’와 접촉하면 모든 파워를 잃고 무기력해지는 것처럼 커쇼는 그동안 포스트시즌에선 전혀 그답지 못한 모습을 보여 왔다. 아니 그런 것처럼 보였다.

이날 경기 전까지 그의 포스트시즌 성적은 3승6패, 평균자책점 4.79였다. 그가 정규시즌에서 거둔 126승60패, 2.37과 비교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날 눈부신 피칭으로 그의 포스트시즌 성적은 4승6패, 평균자책점 4.39로 좋아지긴 했으나 여전히 그의 정규리그 성적과 비교하면 떨어지는 것은 분명하다.

그렇기에 지상 최고의 투수라는 커쇼가 마운드에 오른 경기에서도 다저스 팬들은 승리를 자신하지 못한 채 숨을 죽여야 했다. 특히 다저스가 벼랑 끝에 몰렸던 지난 2013년 NLCS 6차전에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를 상대로 선발 등판했다가 충격적인 4이닝 10안타 7실점으로 무너진 것과 이듬해 NLDS에서 역시 세인트루이스를 상대로 두 차례 등판에서 모두 패전을 기록한 것으로 인해 커쇼는 포스트시즌에 약하다는 이미지가 뿌리를 내리고 말았다.

실제로 커쇼는 지난 2013년 NLCS 2차전에서 6이닝동안 단 2안타 1실점(0자책점)의 눈부신 역투에도 불구, 불운한 0-1 패배를 당한 이후 지난해 NLDS 1차전에서 뉴욕 메츠에 패할 때까지 5연패를 당했고 이로 인해 지상 최고의 에이스라는 명성에 큰 타격을 입었다.

물론 커쇼의 포스트시즌 이미지가 실제 그의 피칭내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결과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실제로 커쇼의 포스트시즌 성적을 자세히 분석해보면 그의 투구내용에 비해 결과가 훨씬 더 나쁘게 나왔던 사실을 알 수 있다. 지난 2013년 NLCS부터 지금까지 커쇼가 강판되면서 누상에 남긴 9명의 주자 가운데 7명이 홈을 밟아 그의 포스트시즌 자책점을 부풀려왔다. 실제로 지난 2014년 포스트시즌부터 그의 포스트시즌 평균 자책점은 4.57에 달하지만 이는 그의 FIP(Field Independent Pitching) 2.25보다 훨씬 나쁘다. 그만큼 그가 포스트시즌에서 운이 따르지 않았다는 이야기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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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메이저리그'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 챔피언십(NLCS) 시카고 컵스와의 2차전 경기에서 7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린 클레이튼 커쇼./AFPBBNews=뉴스1


요즘 새로 도입된 또 다른 세이버 매트릭 통계인 SIERA(Skill-Interactive ERA) 수치를 살펴봐도 마찬가지다. SIERA는 FIP와 같은 개념이지만 투수가 컨트롤 할 수 있는 요소에 더욱 중점을 두고 투수의 보다 정확한 ERA(평균자책점)을 추정하는 것인데 이 수치에 따르면 커쇼의 생애 통산 정규시즌 SIERA는 2.99지만 포스트시즌 SIERA는 2.65로 오히려 포스트시즌이 더 좋다. 지난 2013년부터 올해까지 커쇼의 SIERA를 살펴보면 2.23, 1.36, 2.31, 2.34로 꾸준하게 뛰어나다. 팬그라프는 SIERA 수치에 따라 투수를 7등분하고 있는데 최상위 그룹인 'Excellent'는 SIERA 2.90 이하를 말한다. 포스트시즌에만 되면 바로 무너진다는 이미지를 갖고 있던 커쇼지만 실제 그의 피칭은 전혀 나쁘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되니 놀랍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세이브 매트릭 통계만 놓고 커쇼가 포스트시즌에서도 뛰어났다고 우기는 것은 무리다. 실제로 피부로 느끼는 결과는 전혀 커쇼답지 못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가 포스트시즌에서 기대에 못 미쳤다는 사실을 가장 먼저 인정할 사람이 바로 커쇼다.

그럼에도 불구, 그동안 포스트시즌 등판에서 그에게 운이 별로 따라주지 않았다는 것 역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런데 그런 불운했던 트렌드가 이제는 서서히 바뀌면서 그의 진짜 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3년 NLCS 2차전에서 6이닝 2안타 무자책점 호투에도 불구, 패전투수가 됐던 것부터 커쇼는 지난해 뉴욕 메츠와 디비전 시리즈 1차전에서 6.2이닝 4안타 3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되기까지 5연패를 당했다. 특히 이 기간은 그가 역대 최고의 투수로 명성을 떨치던 시기였기에 이같은 부진의 여파가 더욱 두드러지게 각인됐다.

하지만 그는 지난해 메츠와의 디비전 시리즈 4차전에서 7이닝 3안타 1실점의 역투로 승리를 따낸 것을 계기로 불운 추세를 완전히 돌려놓은 느낌이다. 특히 이번 컵스와의 2차전에서 7회 하비에르 바예스의 잘 맞은 타구가 센터 워닝트랙 앞쪽에서 센터필더 작 피더슨에게 잡힌 것은 커쇼의 포스트시즌 행운을 완전히 바꿔놓은 일대 터닝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커쇼는 경기 후 1-0의 박빙 리드를 지키는 상황에서 바예스의 배트에 타구가 맞는 순간 “넘어갔다”고 생각,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고 실토했다. 최소한 담장에 맞는 2루타를 각오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 타구가 피더슨의 글러브 안에 안전하게 빨려 들어가면서 커쇼는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이 타구가 잡힌 것은 커쇼로선 운이 좋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그동안 그가 불운했던 것들을 생각하면 이제 모든 것이 균형을 찾아가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번 포스트시즌 들어 워싱턴과 디비전시리즈에서 3경기에 나서 1승과 1세이브를 기록하면서도 사실 완전히 커쇼다운 모습을 보여주진 못했던 그는 이날 컵스를 상대로 생애 첫 포스트시즌 무실점을 기록하면서 완전히 ‘진짜 커쇼’로 되돌아왔다.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털어버린 그에게 훨씬 더 위력적인 모습을 기대할 수 있는 이유다.

지난 2008년 만 20세의 나이로 처음 포스트시즌 무대를 경험했던 커쇼는 지금까지 통산 17번의 포스트시즌 경기에 마운드에 올라 84이닝을 던지며 4승6패, 평균자책점 4.39를 기록 중이다. 커쇼라는 이름의 명성에 비하면 절대 성에 찰 수 없는 성적이다. 그리고 ‘평균의 법칙’을 감안한다면 이는 멀지 않아 제자리를 잡을 것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과연 제 모습을 찾아가는 슈퍼맨 커쇼가 막강 컵스를 상대로 다저스를 월드시리즈로 이끌 수 있을까. 무려 108년만의 월드시리즈 우승에 도전하는 컵스 앞에서 커쇼가 과연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관심이 모아지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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