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선무비] '그물'과 '자백' 닮은 듯 다른 영화..운명은?

[전형화의 비하인드 연예스토리]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6.10.16 10:17 / 조회 : 3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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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물'과 '자백'은 닮았습니다. 다르지만 닮았습니다.


김기덕 감독의 '그물'은 엔진이 고장 나 군사분계선을 넘어 남쪽으로 흘러 들어온 북한 어부가 다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기까지 겪는 일주일을 담았습니다. 김기덕 감독과 류승범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았죠.

최승호 감독의 '자백'은 유우성 간첩조작 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입니다. 국가정보원이 탈북자 신분으로 서울시 공무원이 된 유우성씨를 간첩으로 몰아세운 과정을 짚었습니다. 'PD수첩' 최승호PD가 MBC에서 해직된 뒤 대안언론을 표방한 뉴스타파에 들어가 해당 사건을 취재한 다음 더 내용을 보강해서 만들었습니다. 지난 5월 열린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아시아영화진흥기구상을 수상했습니다.

두 영화는 모두 간첩 조작 사건을 다룹니다. 다큐멘터리인 '자백'이야 말할 것도 없죠. '그물'에선 엔진 고장으로 남으로 흘러온 북한 어부를 어떻게든 간첩으로 만들려는 국정원 요원의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다른 간첩 조작 사건이 들통 나는 모습도 나옵니다. 당연히 유우성씨 사건이 연상됩니다. 김기덕 감독은 "실제 사건에서 빌려오지 않을 수 없었다"고 했습니다.

'그물'과 '자백'은 국가가 개인을 어떻게 억압하는지, 어떻게 그물에 가두고 없는 사실을 자백하게 만드는지를, 같은 소재로 다르게 풀었습니다.


'그물'은 화려합니다. 베니스 황금사자상 수상자인 김기덕 감독 영화답게 베니스, 토론토 등 세계 11개 국제영화제에서 러브콜을 받았습니다. 메이저 투자배급사인 NEW가 배급을 맡았습니다. 매스컴의 많은 조명을 받았습니다.

'자백'은 초라합니다. 내용이 내용인지라 개봉 여부조차 불투명했습니다. 수많은 후원자들의 도움으로 간신히 개봉까지 하게 됐습니다. 언론의 조명은 없습니다.

'그물'은 화려하고, '자백'은 초라했지만, 결과는 어떨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지난 6일 개봉한 '그물'은 첫날 6805명을 동원했습니다. 첫날 374개 스크린에서 979번 상영됐습니다. 15일까지 누적 5만 3399명을 모았습니다. 조만간 극장에서 하차 수순을 밟을 예정입니다.

13일 개봉한 '자백'은 첫날 7812명이 찾았습니다. '그물'보다 많습니다. '그물'의 3분의 1 수준인 125개 스크린에서 330번 상영됐는데도 더 많습니다. 고무적입니다. 15일까지 4만 6256명이 찾았습니다.

물론 후원자들이 개봉하자마자 '자백'을 우선 관람한 것일 수 있습니다. 그러니 '자백'이, '자백'에, 얼마나 관객이 찾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합니다. 그러려면 스크린과 상영횟수가 좀 더 늘어야 합니다.

'자백'이 영화 내용과 상관없이 시장에서 걸맞게 판단 받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자백'은 스크린과 상영횟수가 적습니다. 당연합니다. 독립영화 현실입니다.

세계적인 거장인 김기덕 감독의 신작에, 메이저 배급사인 NEW가 배급하고, 류승범이란 유명배우가 출연한 '그물'조차도 첫날 374개 스크린에 불과했습니다.

스크린과 상영횟수는 멀티플렉스에서 인지도와 선호도, 예약률, 좌석점유율 등등을 고려해 결정합니다. '자백'이, '그물'의 3분의 1 수준으로 출발한 건, 그래서 당연합니다. 일각에선 정치적으로 민감한 내용이라 CGV와 롯데시네마가 '자백'을 틀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사실과 다릅니다. 상영합니다. 골치 아픈 영화보다는 돈 될 다른 영화들이 많아서 꺼렸다는 게 정답에 가까울 것입니다.

아무튼 그런 어려움 속에서 '자백'은 개봉했습니다. 첫날이지만 의미 있는 결과를 냈습니다. 인지도도 높아지고 있고, 좌석점유율은 '럭키'에 이어 2위며, 예약률 순위도 좋습니다. 시장에서 걸맞은 대우를 받을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10월 극장가는 비수기에 돌입했습니다. 비수기에, 더 많은 영화들이 쏟아지는 건 아이러니지만 합리적입니다. 성수기에는 블록버스터 틈바구니에서 상영할 기회조차 얻지 못합니다. 때문에 비수기에 작지만 다양한 영화들이 상영 기회를 얻어 쏟아집니다. '자백'은 그 틈에서 경쟁을 벌어야 합니다. 경쟁력이 있을지는 관객이 판단할 노릇입니다. 관객이 판단하기 위해선, 판단할 기회가 있어야겠죠.

'그물'과 '자백'은 닮았습니다. 닮았지만 다릅니다. 시스템 속에서 희생된 개인을 그린 두 영화가, 현실에서 같은 결말을 맺게 될지, 다른 운명을 맞을지, 관객의 선택이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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