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정' 권수현 "송강호·이병헌과 연기..거짓말 같은 시간"(인터뷰)

김미화 기자 / 입력 : 2016.10.06 08:59 / 조회 : 17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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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권수현 / 사진=김창현 기자


영화 '밀정'의 마지막 엔딩을 장식한 신인배우 권수현(30)을 만났다. 마지막 장면 송강호와 만나 의열단장의 안부를 전한 뒤 폭탄을 실은 자전거를 타고 조선 총독부 건물로 향하며 강렬한 엔딩을 장식한 인물이다. 짧은 장면이었지만, 담백한 연기로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김지운 감독의 광팬이라 같은 영화를 수십 번 봤다는 그는 '밀정'도 이미 다섯 번이나 봤다며 영화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또 권수현은 영화 속에서 송강호 이병헌과 함께 연기했던 순간을 회상하며 거짓말 같은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사실 말도 안 되죠. 송강호 이병헌이라는 배우와 함께 연기해보는 것을 어떤 배우가 꿈꾸지 않겠어요. 저에게도 꿈 같은 시간이었어요. 특히 송강호 이병헌 선배가 같이 연기하는 것을 보는 것은 정말 대단했어요. 거짓말같이 좋았어요. 같은 세트장에서 같은 공기를 마시는 것만으로도 행복했어요."

신인 배우에게 송강호 이병헌과 함께하는 촬영은 꿈 같은 순간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긴장되는 순간이기도 할 터. 권수현은 송강호와 마지막 엔딩신을 촬영하며 말없는 카리스마에 압도당했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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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호, 이병헌과 함께 한 촬영현장 / 사진=본인 인스타그램



"송강호 이병헌 선배님은 사석에서 선배 배우로서의 아우라가 있어요. 그리고 촬영 들어갔을 때 풍기는 카리스마가 어마어마하죠. 사실 송강호 선배님과 엔딩신 찍을 때 저는 좀 당황했어요. 제가 '단장님께 뭐 전할 말 없으세요'라고 묻고 나서 송강호 선배님이 '꼭 다시 보세'라고 말하는 장면이거든요. 그 말 사이에 잠깐 공백이 있었는데 그 사이 눈빛으로 주는 에너지 대단했어요. 눈으로 말한다는 게 이런거구나 생각했죠. 나도 이런 배우가 돼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밀정'에서 권수현이 등장하는 장면은 얼마 되지 않는다. 6개월 동안 동료들과 함께 영화를 촬영했지만 분량은 많지 않다. 하지만 권수현은 자신이 편집된 장면에 대해 전혀 아쉬워하지 않았다. 영화에 대한 만족도가 높기에 그런 것은 큰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밀정'의 엔딩을 장식해서 뿌듯하고 영광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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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호와 함께 '밀정'의 엔딩을 장식한 권수현


"제가 시사회 때 친한 선배를 초대했어요. 그런데 제가 영화에 너무 안나오니까 '나중에 뭐라고 말해줘야 하나' 걱정하셨대요. 그런데 엔딩에서 보고 너무 좋았다고 하시더라고요. '엔딩이 다 했네'라고 말씀 해주시는데 감사했어요. 영화를 본 친구들은 놀려요. 네가 무슨 김지운 감독 영화에 나오냐고요. 사실 저도 얼떨떨해요. 얼마나 많이 나왔는지보다는, 이런 대규모 프로젝트의 엔딩을 장식했다는 것에서 만족감을 느꼈어요."

권수현은 미술을 공부했고, 음악에도 소질을 보여서 기타리스트로 활동했다. 그런 그가 군대를 다녀온 뒤로는 미술도 음악도 접고 배우의 길에 들어섰다. 우연히 음악 영화를 촬영하다가 연기에 대한 매력을 깨달았단다. 연기 경력은 많지 않지만, 연기도 미술과 음악처럼 내면을 표현하는 예술이기에 그의 연기는 자연스럽게 관객에게 다가간다.

"미술을 그리고 악기를 다루고 곡을 썼던 작업 속에서 제가 매력을 느꼈던 것은 사실 표현하는 것에 대한 욕심과 갈망이었어요. 머리에 있는 것을 그림으로 표현하고, 곡으로 표현했죠. 그러다가 우연히 음악영화를 찍게 됐는데 표현의 폭이 넓어지는 느낌이 들었어요. 연기는 함축적이지 않고 그 안에 직접 들어가서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이 너무 매력적이더라고요. 그래서 군대 갔다와서 오디션 보고 소속사 찾아서 드라마도 찍고 이렇게 '밀정'에도 나오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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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권수현 / 사진=김창현 기자


현재 tvN 드라마 '더 케이투'(THE K2)를 촬영 중인 권수현은 앞으로 이름 앞에 배우라는 글자를 붙여도 쑥스럽지 않은 사람이 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권수현인 촬영이 없어도 촬영장에 꼭 가서 다른 사람들의 촬영 모습을 지켜 본다는 털어놨다.

"저는 '밀정'을 찍을 때도 촬영이 없어도 항상 촬영장에 갔어요. 현장의 그 분위기가 너무 좋은 것 같아요. '더 케이투' 촬영도 마찬가지에요. 또래 지창욱씨나 다른 배우들이 연기하는 것을 보는게 좋아요. 현장에서 많이 배우거든요. 따로 연기를 배우기보다 그렇게 현장에서 보는게 좋은 것 같아요. '더 케이투'에서도 제 역할을 작지만 현장에서 배우는 것이 많기 때문에 항상 기쁜 마음으로 가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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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권수현 / 사진=김창현 기자


어쩌면 남들보다 늦은 시작일 수도 있지만, 권수현은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 배우의 길을 가고 있었다. 맡고 싶은 배역이 있느냐는 질문에 "아직 그런 말을 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배우로서 권수현의 목표는 '밀정'의 강렬하고 담백한 엔딩만큼 짧고 간결했다.

"어떤 배우, 혹은 어떤 감독과 함께 해보고 싶다고 하기에는 저는 많이 부족한 것 같아요. 어떤 감독님이, 또 다른 누군가가 저를 찾아주신다면 거기에 맞춰서 잘 해보고 싶어요. 아직 그것을 잘할 준비가 된 것은 아니지만 '준비를 할' 준비가 됐어요. 아직은 배우라고 하기 쑥스럽지만, 노력해서 배우가 돼가는 모습을 보여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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