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체인지업] '김영란 법'에 걸릴 MLB 기자실 밥값 관행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 입력 : 2016.10.05 06:09 / 조회 : 3367
  • 글자크기조절
image
잠실야구장.


2016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이 5일 시작된다. 한국사회를 뒤흔들고 있는 김영란법이 만약 미국에서도 적용된다면 '란파라치'들은 짐을 싸 미국 원정을 떠날만 하겠다 싶다.


그동안 기자·해설위원 등 취재진에게 무료로 제공되어오던 야구장 기자실이 ‘김영란법’ 시대를 맞아 유료화됐다. 기자실 냉장고에 비치되어온 생수병도 사라졌다. 잠실 야구장의 식대는 8000원으로 정해졌다.

김영란법의 시행으로 사라진 냉장고의 생수병을 떠올리면 그동안 한국의 야구 기자들은 공짜 접대를 당연히 받아온 집단였던가 싶은 자괴감이 든다. 과연 그런가? 한국보다 선진국이면서 부패지수도 낮은 미국, 그리고 같은 프로야구 산업을 펼치는 메이저리그는 어떨까? 메이저리그는 당연히 무조건, 기자들에게 밥 값을 받을까? 그게 아니라면 우리 한국 프로야구장의 ‘김영란 법’ 무조건 적용은 옳고 당연하기만 한 것인가?

필자가 박찬호 기사를 쓰기 위해 LA에 베이스를 두고 LA 다저스와 동행하며 메이저리그를 본격적으로 취재한 때가 1996시즌이었다. 당시 LA 다저스 구단주는 피터 오말리였다. 당시 프레스 박스 즉, 기자실은 올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전설적인 스포츠 캐스터의 이름을 빌어 ‘빈 스컬리 프레스 박스’로 명칭이 바뀌었다. 어쨌거나 1996년에도 올해에도 위치는 다저스타디움 5층에 그대로 있다.

피터 오말리 구단주 시절 LA 다저스 기자실 바로 뒤에 있는 식당에서는 취재진과 구단 직원들, 그리고 야구 관계자, 초대 손님들에게 무료로 식사가 제공됐다. 토미 라소다 전 감독, 작고한 토미 존 서저리의 대가 프랭크 조브 박사 등이 기자들과 어울려 식사를 하고는 했다. 식판을 들고 음식을 선택해 받을 때 요리사에게 1달러, 그리고 식사 후 정리하는 분들을 위해 1달러, 모두 2달러의 팁을 놓으면 스테이크 스파게티 등 요리사가 현장에서 바로 준비한 식사를 할 수 있었다. 경기 중에는 허기를 느낄 기자들 및 관계자들을 배려해 핫도그가 무료 제공됐는데 역시 1달러의 팁을 주는 것이 관례였다.


그렇다면 당시의 LA 다저스와 피터 오말리 구단주는 기자들에게 뇌물을 준 것인가? 부정 청탁의 소지가 있는가?

아니었다. LA 다저스의 월터 오말리와 피터 오말리로 이어진 가문은 담당 기자들과 해설가 캐스터를 모두 ‘가족’으로 본 것이다. 물론 원정팀 기자들에게도 무료로 제공됐다. 모두가 동업자였다.

그런데 1998년3월 LA 다저스 구단이 3억1100만달러에 세계적 미디어 재벌, 루퍼트 머독이 이끄는 폭스(FOX ) 그룹으로 넘어 가면서 다저스타디움 야구장 기자실 밥값이 생겼다. 7달러였는데 기자들도 평소 2달러 정도 쓰던 팁을 1달러로 줄였다. 음식을 받을 때만 1달러를 줬다. 당시 그런 얘기들을 했다. ‘있는 사람들이 더 한다’, ‘그러니까 폭스 그룹처럼 돈을 많이 벌었지’ 등이었다.

그래도 메이저리그는 무조건 모두 밥값을 받지는 않는다. 이제 포스트시즌이 시작되는데 포스트시즌이 시작되면 메이저리그 구단 식당의 풍경도 바뀐다.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구단들과 메이저리그 사무국도 축제 분위기가 되면서 페넌트레이스 한 시즌 동안 함께 고락을 나눈 취재진 및 관계자들과 추가 수익이 발생하는 보너스 경기를 하게 된 기쁨을 나눈다. 가능하면 따뜻한 식사를 무료로 제공하는데 보스턴 레드삭스의 경우 푸짐하게 뷔페식을 준비하기도 했었다.

2008년 디비전 시리즈에서 LA 다저스는 시카고 컵스와 맞붙었는데 원정 1,2차전서 승리를 하고 다저스타디움에 돌아와 3차전을 했을 때 부실하게도 차가운 햄과 터키 샌드위치를 제공하고 7달러를 받아 지독하다는 욕을 먹었다. LA 다저스는 3차전도 승리해 필라델피아와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를 펼치게 됐다. 그런데 이번에는 원정 1,2차전에서 패하고 다저스타디움에서 3차전을 가지게 됐다. 디비전시리즈 밥값을 받은 게 마음에 걸렸는지 당시 프랭크 맥코트 구단주는 필라델피아와의 3차전 기자실 식사를 무료로 제공했다. 무려 250여명의 취재진과 관계자들이 모였음에도 불구하고 연어와 닭고기 샐러드 등이 풍성하게 제공됐다.

물론 이 비용은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지불했을 가능성이 높다. 디비전시리즈까지는 홈 구단이 식사를 제공하지만 챔피언십 시리즈부터는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운영을 맡기 때문이다. 이 경우 메이저리그 사무국 역시 ‘김영란 법’에는 저촉되는 행위를 한 셈이다.

잠실구장의 밥값을 내기가 아깝고, 8000원이 적정한가 의문이 생겨서만은 아니다. 이미 야구장 기자실에서는 자장면을 주문하기 시작했다. 안타까운 것은 야구장 기자실에서 취재진에게 반드시 밥값을 받아야만 청렴하고 도덕적인 사회가 된다고 무조건 판단하는 것이다.

메이저리그가 때로는 최고의 음식을 기자 해설가 관계자 초청 손님들에게 무료로 제공하고 함께 기쁨을 나누는 관행을 비도덕적이고 부정하게 바라볼 일은 아니다.

관련기사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