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선무비]'아수라'는 사나이 영화? 反사나이 영화?

[록기자의 사심집합소]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6.10.02 07:22 / 조회 : 35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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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아수라' 스틸컷


김성수 감독의 '아수라'가 화제입니다. '남자영화'라는 데 이론은 없을 겁니다. 화려한 남성 배우 군단이 '남자 이야기'로 이름난 감독과 손을 잡았고, 안남시란 가상의 무대는 짐승같은 남자들의 것인 데다 온통 남자뿐이고, 몇 안 되는 여성 캐릭터마저 제한적인 역할에 머물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나이 영화'라고 한다면, 글쎄요. 조금 고개가 갸우뚱해집니다.

비리 형사 한도경(정우성)은 시장 박성배(황정민)의 하수인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런데 박성배를 노리던 검사 김차인(곽도원)과 수사관 도창학(정만식)은 도경의 약점을 틀어쥐고 박성배를 잡을 증거를 가져오라 합니다. 도경은 자신 대신 후배 문선모(주지훈)를 시장 밑으로 들여보내죠. 물지 않으면 물리는 지옥에서 벌어지는 핏빛 아귀다툼은 끝장을 보고야 맙니다.

이 남자들은 '수컷'일지는 몰라도 '사나이'는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선 '한창 혈기가 왕성한 남자를 이르는 말'이라 하지만, 사나이의 속성을 간단히 규정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다만 '사나이 중의 사나이', '사나이답게', '진짜 사나이' 같은 말들은 남성적 속성을 긍정적으로 떠올리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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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아수라' 스틸컷


하지만 '아수라'의 남자들은 어느 하나 '사나이다운' 데가 없습니다. 남자들의 세계, 혹은 그 세계의 수컷들을 전혀 긍정적이거나 멋지게 묘사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도리어 안남시란 지옥 속에 모두 빠져 허우적거리게 된 걸 다 남자들의 탓으로 돌립니다. 그들은 하나같이 악하고 비열하며 부도덕합니다. 정의는 물론이거니와 낭만, 의리, 우정…. '아수라' 남자들의 세계엔 존재하지 않는 것들입니다.

주인공 도경은 아픈 아내를 끔찍이 여기는 것 같지만 바람을 피우고, 동생 같은 후배도 이전 같지 않자 고깝게 여기죠.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려 객기도 부리고 위악도 부려보지만 사실 시키는 건 다 합니다. 박성배는 수하를 개처럼 부려 끔찍한 판을 벌이면서 제 손에는 피 한 방울 안 묻히는 악질 중의 악질이자 사이코패스입니다. 순진했던 문선모는 감당도 못 하면서 알아서 악행을 거듭합니다. 검사 김차인도 약한 자에겐 강하지만 강자에겐 처절할 만큼 비굴합니다. 도창학도 예외는 아닙니다. '이게 아니다' 싶어도 어쨌든 하고 말죠.

그래서 '아수라'의 남자들은 기가 막히지만 하나도 멋지질 않습니다. 무슨 작품을 봐도 '정우성은 멋있어'라며 극장 문을 나오게 했던 정우성 조차 그렇습니다. 시선을 고정하지 못하고 두리번거리며 뒷골목을 걸어가던 첫 등장부터 그는 변화를 예고합니다. 영화를 처음 본 날, '이렇게 안 멋있는 정우성은 처음'이라 했더니 정우성씨는 '내겐 칭찬으로 들린다'며 싱글벙글 하더군요. 맞아요, 칭찬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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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아수라' 스틸컷


p.s.

'아수라' 안에서 찾을 수 없는 사나이다움을 느끼는 건 오히려 영화 밖, 영화를 만들어낸 사람들을 통해서입니다. 정우성과 김성수 감독은 '무사' 이후 15년 만에 신작을 함께했습니다. 재난영화 '감기' 이후 내가 진짜 해보고 싶은 이야기에 대한 갈망을 품었던 김성수 감독이 정우성에게 '아수라'의 이야기를 꺼냈을 때 이야기입니다. 김성수 감독의 이야기를 가만히 들은 정우성은 이렇게 이야기했다고 합니다. "형이 하고 싶으면 나도 하고 싶어." 정우성이 시나리오도 보지 않고 '아수라'에 합류하게 된 사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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