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은진 "베복 8년, 배우 10년..아직 갈길 멀었죠"(인터뷰)

영화 '우주의 크리스마스' 심은진 인터뷰

윤성열 기자 / 입력 : 2016.09.28 17:19 / 조회 : 4489
  • 글자크기조절
image
심은진 /사진=임성균 기자


"베이비복스 출신 꼬리표요? 굳이 떼고 싶단 생각은 안 했어요. 오히려 주변에서 자꾸 떼 내려고 하시더라고요. 하하."


90년대 최고의 인기를 누린 1세대 걸 그룹 베이비복스의 멤버 심은진(35). 2004년 팀 탈퇴 이후 배우로 전향한 그녀는 2006년 KBS 1TV 대하 드라마 '대조영'을 시작으로 다수의 작품에 출연하며 연기 경험을 쌓았다.

27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심은진은 "아직 가야 할 길이 너무 멀다"고 했다. 배우로서 10년, 어느새 베이비복스 시절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지나온 세월은 가수 출신 연기자란 선입견을 부수는 시간이었다고 했다.

"베이비복스로 8년 했는데, 연기자로는 이제 10년이에요. 가수로선 단기간에 정점을 찍었지만 배우론 아직 멀었죠. 베이비복스는 저 혼자가 아니어서 파급효과가 더 컸던 같아요. 연기자로 활동할 때는 아무래도 가수 출신이란 편견이 있었거든요."

image
심은진 /사진=임성균 기자



활기차고 막힘 없는 말투 속에 시원 털털한 특유의 성격이 베어 나왔다. 이내 그는 "(연기는) 잘하면 그냥 '기본빵', 조금 거슬리면 공격을 받곤 했다"며 웃었다. 주위의 편견에도 불구하고 배우로서 단단하게 여물어 가는 심은진은 올 가을 영화로 관객과 만난다.

오는 10월 13일 개봉하는 김경형 감독의 신작 '우주의 크리스마스'로 스크린 복귀를 앞뒀다. 지난해 7월 개봉작 '쓰리 썸머 나잇'(감독 김상진) 출연 이후 1년 3개월여 만이다. '우주의 크리스마스'는 똑같은 이름으로 닮은 인생을 살아가는 세 명의 여자 성우주의 기적을 담은 판타지 드라마.

극 중 심은진은 38세 성우주(김지수 분)의 친구 도연 역을 맡아 스크린 첫 엄마 역할에 도전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내 자식이 있는 엄마 역할을 처음이었어요. 한 번도 그런 캐릭터를 해본 적이 없어 부담됐죠. 실제 누구의 엄마도 아니고, 결혼도 안 했는데, 어떻게 공감대를 끌어낼지 고민됐어요."

그는 "이런 역할을 벌써 해야 하나 두려웠다"고도 털어놨다. 풋풋했던 아이돌 가수 시절을 떠올리면, 심은진으로선 격세지감을 느낄 만했다. 그래도 2~3년 전 '내 아내의 모든 것', '연애시대' 등 연극에서 부부 연기를 했던 경험이 보탬이 됐다.

심은진은 "연극 할 때를 되짚어보니 못할 것도 없겠더라"며 "내 나이가 슬슬 그런 역할을 해야 하는 나이라니, 겁도 났지만 막상 해보니 겁은 없어졌다"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image
심은진 /사진=임성균 기자


심은진은 '우주의 크리스마스'에서 9살 연상의 김지수와 친구로 호흡을 맞췄다. 심은진은 '선배' 김지수의 연기에 대해 "몸에 배어있듯 너무 자연스럽게 연기하더라"고 칭찬했다.

"전 도연이란 역할이 딱딱하고 통통 튀어야 돼서 대사를 대사 같이 한 게 있거든요. 그런데 (김지수) 언니는 그런 부분까지도 자연스럽게 잘 소화하세요. 저게 연륜이구나 생각했죠."

무려 25년간 연기자로 외길 인생을 살아온 김지수는 심은진에겐 존경의 대상이었다.

"이 바닥에선 톱이 되는 게 아니라 끝까지 버티고 살아남는 게 승자라 하더라고요. 언니는 예전부터 지금까지 쭉 주조연을 오가며 활동하고 있잖아요. 유지하기 쉽지 않을 텐데, 존중하고 싶어요. 그만큼 내공이 장난 아니겠죠. 나보다 훨씬 많은 작품을 만났을 테고, 몸으로 받아들였을 텐데 과연 레벨이 어디까지일까요? 정말 존경스러워요."

김지수가 한 우물을 제대로 파는 성향이라면, 심은진은 여러 분야에 도전하는 선구적 감각이 뛰어나다. 그도 그럴 것이 심은진은 데뷔 이래 뮤지컬, 연극, 음악, 영화, 드라마, MC, DJ, 미술 작가까지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나타내며 활동 영역을 넓혀왔다.

"'배우 심은진이야, 가수 심은진이야, 작가 심은진이야'라고 묻는다면, 전 '그냥 심은진, 인간 심은진'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자신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노래를 하고, 연기를 하고, 사진도 찍고, 글도 쓰는 거죠. 전 죽을 때까지 표현하다 죽고 싶어요."

'이왕이면 하나라도 제대로 해'라고 신랄하게 보는 시선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심은진은 "하나만 하는 것은 내 성격이랑 안 맞는다"며 "연기도, 노래도 즐길 수 있을 만큼만 하고 싶다"고 고백했다.

image
심은진 /사진=임성균 기자


물론 남들과 출발선이 달랐다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렵다. 연기 데뷔작인 '대조영'에서 비중 있는 금란 역을 따낸 것도 베이비복스의 영향이 컸다고 했다.

"돌이켜보면 '대조영' 대 좋은 역할을 할 수 있던 것도 베이비복스의 공이 컸던 것 같아요. 다른 사람이 보면 배 아플 수 있겠죠. 하지만 가수도 그 자리에 올라가기 까지 쉬운 건 아니거든요. 그거나 저거나 도긴개긴이에요."

그녀는 아직 가수 활동에도 미련이 남아 있다고 했다. "베이비복스 출신이란 호칭이 따라다녀도 상관없어요. 제가 베이비복스로 데뷔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니까요. 아직까지 음악도 너무 좋아요. 좋은 기회가 되면 싱글도 내고 싶습니다."
기자 프로필
윤성열 | bogo109@mt.co.kr

머니투데이 스타뉴스 연예국 가요방송뉴미디어 유닛에서 방송기자로 활동 중입니다.

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