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스피릿'PD "착한 예능? 독한 장치 넣을까 생각도 했지만.."(인터뷰)

임주현 기자 / 입력 : 2016.09.26 18:00 / 조회 : 18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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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티 유지, 레이디스코드 소정, 피에스타 혜미, 스피카 김보형(맨 윗줄), 오마이걸 승희, 에이프릴 진솔, 우주소녀 다원, 플레디스걸스 성연(중간), 라붐 소연, 러블리즈 케이, 소나무 민재, CLC 승희(맨 아랫줄)/사진=김휘선 인턴기자


수많은 경연 프로그램이 존재하는 경쟁의 시대에 착한 경연 프로그램이 생겼다. 바로 종합편성채널 JTBC 예능 프로그램 '걸스피릿'. '걸스피릿'은 데뷔 후에도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던 여자 아이돌 보컬들의 숨겨진 실력을 확인할 수 있는 경연 프로그램.

탈락도 없고 악마의 편집도 없었다. 걸그룹 보컬 멤버들의 목소리에 이름을 찾아주겠다는 의도에 충실해 이들의 숨겨진 보컬 실력에 집중했다. 12명이라는 참가자 수도 이들이 무대를 준비할 시간을 주기 위함이었다. '걸스피릿' 연출 마건영 PD는 일주일에 한 번 무대를 준비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방송이 일주일에 한 번 나가야 하는데 일주일에 한 번씩 편곡하고 연습하고 공연하는 자체가 말이 안 된다 싶었어요. 그래서 최소 2주의 시간을 주기 위해 12명으로 참가자 수를 정했죠. 먼저 명수를 고민하다가 어떻게 하면 2주의 시간을 줄 수 있을까 해서 12명으로 결정했고 탈락 없이 리그전으로 해서 준비 시간을 주자고 했어요."

리그전으로 진행될 뿐만 아니라 탈락도 없어 긴장감이 없다는 평도 있었다. 현재 많은 경연 프로그램이 탈락이라는 장치를 통해 긴장감을 주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장치를 사용하지 않은 것 역시 출연진을 위한 배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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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스피릿' 마건영 PD/사진제공=JTBC


"노래를 잘 보여줄 수 있는 장치들을 최대한 마련하자고 했는데 '긴장감이 없다'는 평이 나왔어요. 프로 야구에서 꼴등 한다고 해서 팀이 해체되지 않아요. 탈락은 팀의 해체 같은 느낌이에요. 이 친구들이 대중들이 봤을 때는 인지도가 없을지 몰라도 누군가에게는 딸이고 언니, 동생인데 자기의 꿈을 이루려고 노력하는 이들에게 탈락이니 뭐니 하고 싶지 않았죠. 괜히 상처를 줄 장치를 만들고 싶지 않았는데 경쟁에 익숙해져 있는 분들에게는 긴장감이 없어 보였던 것 같아요. 전 프로야구 볼 때 팀이 꼴찌 한다고 팬이 없어지지 않고 팀이 올라가려고 노력하는 모습에 응원하는 것처럼 그런 긴장감도 있다고 판단했어요."

이 때문에 방송 초반에는 프로그램에 대한 악성 댓글도 있었다. 이에 새로운 장치를 넣을까 생각했지만 마건영 PD의 마음을 돌린 것도 달라진 반응이었다.

"초반에는 긴장감이 없고 너무 뻔해서 시청률이 안 나올 것이라는 댓글이 많았어요. 그런데 '그래도 되돌아보니 이렇게 착한 방송이 없었다. 몰랐던 애들을 알게 해줘서 고맙다'라는 반응이 오고 댓글이 착해졌어요. 악플이 많았는데 이제 없어졌죠. 그래서 파이널 때 독한 장치를 넣어볼까 하다가 끝까지 착하게 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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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스피릿'의 오구루인 천명훈, 장우혁, 탁재훈, 서인영, 이지혜(사진 왼쪽부터)/사진제공=JTBC


오구루(탁재훈, 천명훈, 장우혁, 서인영, 이지혜) 역시 '걸스피릿'의 기획 의도를 잘 보여주는 존재들이다. 다섯 명의 스승이라는 뜻을 담고 있는 오구루는 걸그룹 멤버들의 무대를 지켜보지만 평가하지 않는다. 오구루는 이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조언을 하며 성장을 돕는 역할을 했다.

"모든 경연 프로그램에는 독하게 잘못을 집어내는 분, 따뜻하게 하는 분 두 맥락의 평가가 있는데 우리는 평가를 하고 싶지 않았어요. 무대가 없었던 친구들이 나왔는데 '잘했어'라는 격려는 못 해줄망정 '넌 이래서 안 돼'라는 느낌이 들게 하고 싶지 않았죠. 오구루가 지금껏 봤던 심사위원과 비교해 즐겁게 얘기하고 장난치는 게 가볍게 보일 수 있겠지만 가벼운 게 아니라 편안하게 해줬어요. 선배로서 음악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를 요구했는데 제가 생각할 때는 잘해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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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걸 승희(왼쪽)와 러블리즈 케이/사진제공=JTBC


기획의도에 충실하다 보니 걸그룹 보컬 멤버들의 목소리에 이름을 찾아주겠다는 최종 목표에 다다랐다. 대표적으로 러블리즈 케이, 오마이걸 승희라는 보컬의 발견이 눈에 띄었다. 마건영 PD는 해당 목표를 조금은 달성한 것 같다며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이 친구들이 솔로 무대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별로 없어요. 지금 친구들은 너무 좋아하고 고마워하고 있죠. 이미 노래를 잘 부른다고 했지만 어느 부분의 누구인지 몰랐던 친구들을 알려 목표를 조금 달성한 것 같아요. 케이 같은 경우는 저도 놀랐어요. 케이는 가성으로 노래를 부른다고 생각했는데 케이를 만나보니 진성에 단단한 소리를 가지고 있는데 많이 노출돼 있지 않더라고요. 그런 면이 보여졌다고 생각해요."

'걸스피릿'은 오는 27일 방송을 끝으로 종영한다. 스피카 보형, 피에스타 혜미, 레이디스코드 소정, 베스티 유지, 라붐 소연, 에이프릴 진솔, 러블리즈 케이, 소나무 민재, CLC 승희, 오마이걸 승희, 우주소녀 다원, 플레디스걸즈 성연까지. 걸그룹 메인보컬에게 스포트라이트를 선사해줬기 때문에 시즌2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걸스피릿' 혹은 '보이스피릿'으로 돌아올 '걸스피릿' 시즌2가 주목된다.

"시즌2를 생각 중인데 많이 개선해야 할 것 같아요. 시즌1 시청자분들이 지적해주신 문제들을 알고 있어요. 모든 인터넷 커뮤니티와 댓글을 보면서 인지했죠. 그래서 (시즌2는) 준비 기간이 필요할 것 같아요. 여자그룹을 할지 남자그룹을 할지는 미정인데 저는 개인적으로 여자그룹을 또 하고 싶어요. 남자그룹은 더 어려울 것 같아요. 남자그룹 멤버들도 노래를 잘하지만 너무 바쁜 것 같아요. 걸그룹도, 남자그룹도 바빠서 스케줄을 맞출 수 있을지 고민되지만 만약 남자그룹을 다룬다면 제목은 '보이스피릿'이 될 거에요. 시즌2를 잘 만들어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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