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김성근 감독과 아직 끝나지 않은 한화 야구

잠실=김우종 기자 / 입력 : 2016.09.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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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잠실구장. 토요일 오후 5시 경기였다. 잠실구장은 우측 외야부터 하나둘씩 채워지고 있었다. LG 트윈스의 홈 팬들이 자리하는 관중석이었다. 반면 좌측 외야는 텅 비어 있었다. 평소 같았으면 좌측 외야부터 빈자리가 지워졌을 터였다. 마리한화 열풍은 그렇게 식은 듯했다. 경기가 시작되기 전까지는….

경기를 약 2시간 30분 정도 앞둔 시각. 오후 2시 30분께. 한화 선수단을 태운 버스가 잠실구장 출입구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린 한화 선수들은 라커룸으로 이동해 짐을 풀기 시작했다.


한화 이글스 김성근 감독. 그는 올 시즌 도중 허리 수술을 받았다. 김 감독은 홈 경기가 아닌 원정 경기 시, 비교적 경기장에 늦게 도착하는 편이다. 올 시즌 내내 거의 그랬다. 원정 3연전 중 특히 첫 경기에 늦게 도착한 적이 많았다. 차가 밀리는 상황에서 경기 시작 약 5~10분을 앞두고 도착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올 시즌 LG와의 최종 16차전을 앞두고 김 감독은 비교적 일찍 잠실구장에 도착했다. 이어 그라운드에 나와 선수들이 배팅 훈련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원정 특타, 혹은 심야 특타를 할 때 김 감독은 직접 선수들을 지도하곤 한다. 하지만 이렇게 경기 전 팬들이 입장하는 시간에, 경기장에서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본 적은 거의 없었다.

이 순간 한화의 A선수는 "감독님이 언제부터 나와 계신지 아느냐"라고 되물었다. 그는 "감독님이 너무 욕을 많이 먹는 거 같아 마음이 아프다"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B선수는 "우리가 가을야구 하려면 어떻게 해야지"라며 경우의 수를 물었다. '우리가 전승을 하고 경쟁 중인 다른 팀이 전패를 해야 한다. 사실상 어렵다'는 답이 전해지자 이 선수는 "그래? 그럼 6위라도 해야지"라면서 의지를 불태웠다.


이즈음, 타격 훈련을 물끄러미 지켜보고 있던 발걸음을 뗐다. 그는 경기장 안에 있는 원정 감독실로 이동했다. 경기가 시작하려면 아직 40~50여분 정도 남아 있는 상황. 그를 찾는 특별한 손님이 찾아온 것도 아니었다. 취재진과의 사전 인터뷰가 충분히 가능한 시간이었지만, 김 감독은 인터뷰를 고사했다. 한 관계자는 "지금 무슨 말씀을 하겠는가"라며 말을 아꼈다.

경기 시작 시간이 다가오자 비어 있던 좌측 외야 관중석이 어느 사이 가득 차 있었다. 원정 한화 팬들이었다. 넘실거리는 오렌지 물결. 8회에는 여전히 '최강한화'라는 육성응원이, 반대편에서는 '무적엘지'라는 또 다른 함성이 오고갔다. 모처럼 한화는 12-7로 승리, 5연패에서 탈출했다. 비록 팀은 5강 진출이 어려워졌지만, 한화 팬들은 올 시즌 좀 더 오랫동안 선수들을 보고 싶어 하는 듯했다. 아직 한화의 시즌은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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