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선무비] '매그니피센트7'이 서부극? 서부로 간 슈퍼히어로물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6.09.24 13:48
  • 글자크기조절
image


‘매그니피센트7’이 요란했던 나팔 소리에 비해선 성적이 사뭇 저조합니다. ‘밀정’과 ‘벤허’에 이어 박스오피스 3위를 유지하고는 있지만 100만명을 돌파할 수 있을지, 아슬아슬합니다.

추석 연휴인 14일에 개봉했는데 이 정도 성적이면 초라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같은 날 개봉한 ‘벤허’가 미국에서 폭삭 망했는데도 한국에선 그나마 100만명을 넘어선 것과 비교됩니다. 알려졌다시피 ‘매그니피센트7’은 고전 서부극 ‘황야의 7인’ 리메이크입니다. 왜 이 좋은 제목을 냅두고 영어 제목을 그대로 썼는지 의아스럽긴 합니다.


‘매그니피센트7’이나 ‘벤허’ 둘 다 리메이크인데 ‘벤허’는 제목 덕을 좀 봤습니다. 원작에 대한 추억을 잊지 못하는 중년 관객들이 두루 찾았으니깐요. ‘매그니피센트7’도 ‘황야의 7인’이란 제목으로 개봉했다면 좀 다른 결과가 나왔을지도 모릅니다.

그렇다고 ‘매그니피센트7’이 흥행이 저조한 건, 제목 때문일리는 없습니다. ‘매그니피센트7’ 마케팅은 상당했죠. 베니스국제영화제 폐막작에, 토론토국제영화제 개막작, 거기에 이병헌 출연까지 주목할 만 했습니다. 이병헌은 ‘마스터’ 촬영으로 바쁜 와중에도 토론토영화제 참석에 귀국 당일 한국 언론시사회 등 시간을 쪼개서 홍보에 나섰습니다. 이병헌은 “할리우드 출연작들 중 (흥행)대박은 없었는데 ‘매그니피센트7’은 솔직히 기대한다”고까지 했습니다. 한국에서 전 세계 최초 개봉했는데 흥행 성적은 고만고만하니 이번 주 개봉하는 북미 성적을 봐야겠죠.

혹자는 ‘매그니피센트7’의 저조한 흥행을 한국 관객이 서부극에 낯선 탓이라고 돌립니다. 그럴 수도 있겠죠. 할리우드 슈퍼히어로물에 익숙한 2030 관객들에겐 서부극이 낯설 수 있겠죠.


하지만 ‘매그니피센트7’이 과연 서부극이란 장르에 충실한 영화냐고 한다면 물음표가 따릅니다. 서부극이 서부에서 총 쏘는 영화라고만 한다면 ‘매그니피센트7’은 서부극입니다. 반면 ‘매그니피센트7’이 존 포드 감독으로 대표되는 고전 서부극부터 마카로니 서부극, 수정주의 서부극까지 이어진 오랜 정통 아래 있는 서부극이냐고 한다면, 아니올씨다에 가깝습니다.

오히려 ‘매그니피센트7’은 ‘어벤져스’류의 슈퍼히어로물에 가깝습니다. ‘황야의 7인’은 서부의 무법자 7명이 모여서 악당과 싸운다는 이야기입니다. 리메이크된 ‘매그니피센트7’은 외피는 서부극이지만 ‘어벤져스’처럼 다양한 능력을 지닌 인물들이 한 데 모여 악당과 싸우는 이야기입니다. 동양인인 이병헌은 총보다 칼을 더 잘 쓰죠. 활의 고수인 네이티브 아메리칸(인디언)도 나옵니다. 인디언 머리가죽 벗기기를 밥 먹는 것보다 좋아하는 사람도 나오죠. 이 사람들은 능력이 곧 캐릭터입니다. 그뿐입니다. 이런 무법자들을 모아놨는데 그 흔한 갈등도 없습니다. 그런 점에선 ‘어벤져스’가 참 잘 만든 영화라고 느껴집니다. 악당도 딱히 매력적이지 않습니다. 7명의 무법자들이 맞서는 인물인데 부하가 많다는 것 빼고서는 영 마땅찮습니다. ‘어벤져스’ 로키는 귀엽기라도 했죠. 그나마 ‘매그니피센트7’에서 이병헌이 비중 있게 등장하는 게 한국 관객들에겐 위안이라면 위안입니다.

그러니 ‘매그니피센트7’이 흥행성적이 저조한 건, 서부극이란 장르가 익숙치 않아서라기 보단 서부극도 슈퍼히어로물도 아닌 어정쩡한 만듦새 때문이라는 게 더 적절할 듯합니다. ‘인터스텔라’는 한국 관객이 SF영화에 익숙해서 천만명이 봤겠습니까.

‘매그니피센트7’이 북미에선 좋은 흥행 성적을 낼 수 있을까요? 참고로 한국은 할리우드 영화들에 테스트 마켓 성격을 갖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성공하면 미국에서도 성공한다는 것이죠. 몇몇 예외가 있긴 합니다만 대체로 맞아떨어집니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한국에서 가장 빨리 개봉하는 건, 워낙 불법 다운로드가 극심하기도 하지만, 데스트 마켓이란 점도 큽니다.

한국에선 저조한 성적을 거두고 있는 ‘매그니피센트7’이 미국에선 어떨지, 그래서 관심이 쏠립니다. 미국에서야 ‘황야의 7인’이란 제목을 안 써도 추억의 영화일테니깐요.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