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별점토크]'공항 가는 길' 불륜 아닌 정통 멜로로 바라보자

이수연 스타뉴스 방송작가 / 입력 : 2016.09.23 17:30 / 조회 : 2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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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공항가는 길' 포스터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이 있다. 그렇다. 사연 없는 사랑이 어디 있을까. 당사자들에게는 모두 애틋함일 것이다. 그래도 가정은 지켜야 한다. 이것이 세상의 법이요, 배우자에 대한 예의다.


KBS에서 새로 시작한 드라마 ‘공항 가는 길’에 대해서도 로맨스냐, 불륜이냐 의견이 분분하다. 여기서 김하늘, 이상윤 두 주인공은 유부녀, 유부남이다. 김하늘은 극 중에서 스튜어스 신입 시절 기장인 남편과 결혼해서 상하 관계를 유지한 채 살아간다. 부부가 아니라 마치 직장 상사처럼 아이 문제도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남편이 김하늘에게는 항상 어려운 존재다. 이상윤은 미혼모인 아내와 결혼한 후, 친아빠 이상의 사랑과 정성으로 아이를 키웠지만, 아이가 사고로 죽는다. 여기서 이상윤은 아이에 대한 그리움과 슬픔을 드러내지만, 아내는 오히려 숨기고 외면하면서 서로의 감정에 균열이 가기 시작한다. 2회까지의 이야기는 김하늘, 이상윤이 아이에 대한 마음을 나누면서 서로에게 조금씩 끌리는 시작을 보여주었다.

방송이 나간 직후, 댓글이나 SNS상에서 ‘불륜을 미화하지 말아라’, ‘불륜 조장 드라마다’, ‘아무리 포장해도 두 사람은 불륜이다’라는 의견들이 쏟아졌다. 맞다. 유부녀, 유부남들의 만남이니 현실적으로는 그렇다. 그런데, 여기서 살짝 눈을 돌려 잔잔한 감정선을 따라 드라마를 보면 어떨까? 그 동안 로맨스물은 발랄한 로맨틱 코미디물이 많았다. 그에 비해 ‘공항 가는 길’은 트렌디함이나 코미디가 없는 정통 멜로다. 로맨틱 코미디물은 매 씬마다 재치있는 상황을 넣어 코믹함을 유지하기 때문에 어느 새 웃다보면 다음 회 예고가 나온다. 물론 그것이 로코물의 큰 장점이다. 반면 ‘공항 가는 길’의 경우는 등장인물의 감정선을 계속 천천히 따라가며 짚어준다. 웃음은 없지만, 끝날 때까지 등장인물과 동화되어 천천히 빠져들게 하는 매력이 있다.

물론 이런 감정선을 전달하는데에는 김하늘, 이상윤의 공이 크다. 대사가 없어도 눈빛 하나, 손짓 하나, 걸어가는 몸짓만으로도 세세한 감정들을 모두 표현해낸다. 스킨십 없이도 서로에게 끌리는 감정 변화를 다 보여준다. 우리는 서로 좋아하는 사이야, 서로 끌려, 하며 시청자에게 강요하지 않아도 두 사람의 애틋함이 느껴진다. 이것이 간만에 보는 정통 멜로의 흡인력이다.

그렇다고 두 사람의 잘못 된 만남을 지지하란 얘기가 아니다. 다만, 빠른 전개, 통통 튀는 재치, 판타지한 설정들이 주류를 이뤘던 그 동안의 드라마 시장에서, 오랜만에 만나는 잔잔한 이야기에 잠시 빠져보자는 것이다. 그저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 불륜 조장이라고 외면하지 말고, 그냥 두 사람이 서로에게 안식을 취하듯이, 우리도 이 가을, 감정의 휴식을 취해보면 어떨까?


‘공항가는 길’, 오랜만에 만난 정통 멜로라 반갑다. 그래서, 제 별점은요~ ★★★★ (4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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