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주 "조재현의 뮤즈? 처음 청심환 먹고 오디션"(인터뷰)

영화 '나홀로 휴가'의 배우 윤주 인터뷰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6.09.23 14:35 / 조회 : 8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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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윤주 / 사진=홍봉진 기자


배우 조재현이 감독 도전장을 던진 영화 '나홀로 휴가'가 지난 22일 개봉했다. 10년 전 헤어진 여인을 잊지 못해 주위를 기웃거리며 지내는 중년의 남자 이야기다. 그 처량한 행복을 선사한 뮤즈는 배우 윤주(27)다.


2011년 '나쁜 피'로 데뷔, 크고 작은 작품에서 주조연으로 활약해 온 그녀는 어떤 이들에겐 아직 낯설고, 어떤 이들은 이미 눈에 담아뒀던 얼굴이다. 동그랗고 앳된 분위기지만 시시각각 완전히 바뀌는 얼굴을 지닌 윤주는 범죄와 학대에 노출된 캐릭터들을 수차례 소화했다. 이번 윤주는 '나홀로 휴가'에선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모호한 여인 시연으로 변신했다. 남자주인공 박혁권과 파격적인 베드신도 펼쳤다. 그녀의 당찬 매력에 여성미가 듬뿍 더해졌다.

캐스팅 과정부터 만만하지 않은 작품이었다. 더군다나 윤주가 오디션 후보 1번이었다. 감독 조재현은 첫 번째로 눈에 들어온 그녀를 일단 '킵' 해두고 50명의 배우를 더 만나보고서야 캐스팅을 결정했다. 대선배 연기자가 감독으로서 배우를 뽑는다니 윤주에겐 더 피말리는 오디션이었다.

"청심환을 먹고 오디션에 갔어요. 저 그런 스타일이 아니거든요. 처음이었고 그 후에도 없던 일이에요. 감독님께 오디션을 보는 것과 존경하는 선배님에게 오디션을 보는 게 또 다른 경험이었어요. 하지만 답을 바로 주지 않으셨어요. 총 3번 오디션을 봤는데 마지막 보는 날까지도 결정을 못 하셨다더라고요. 그 날은 '위로주를 사 주시려나보다'하고 마음을 접고는 티셔츠에 반바지 입고 이곳 사무실에 왔었거든요. 그 모습이 좋으셨나봐요. 그 모습에서 시연이가 보였다고 하시더라고요."

막상 캐스팅이 정해지자 조재현 감독과의 거리감은 크게 줄어들었다. 미팅을 오는 길에 불쑥 꽃다발을 사 와 '시연이에게 어울릴 것 같았다'고 안겨준 적도 있었다. 영화 속 시연처럼 극 안팎에서 듬뿍 사랑을 받은 셈. 윤주는 "내가 관심받고 있고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으로 챙겨주셨다"며 "저도 모르게 기댈 수 있었고 오디션보다 오히려 촬영이 더 편했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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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윤주 / 사진=홍봉진 기자


'스토킹이 아니냐'는 평이 있긴 하지만 한 남자로부터 그렇게 지극히 관심받고 사랑받는 역할은 윤주에겐 처음이다. 데뷔작 '나쁜 피'부터 모질게 스스로를 학대하거나 혹은 학대를 당하는 등 폭력에 고통받는 캐릭터를 거푸 연기해온 터라 도리어 바뀐 분위기가 낯설었다. 윤주는 "제가 맞는 것, 기구한 것은 자신이 있는데 이건 오히려 잘 안 되더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영화 안팎에서 계속 사랑받았어요. 현장에서도 그렇고 영화 속에서도 혁권 선배라든지 남편, 아이 사랑을 내내 받았고요. 그런데 안 받다가 받으려니까 어색한 거예요. 행복한 표정으로 자연스럽게 웃어야 하는데 입주변이 막 떨리고 그랬어요. 촬영이 진행되고 점점 친해지다 보니 뒤로 갈수록 그게 자연스러워지더라고요. 비교하긴 뭐하지만, 확실히 촬영을 마치고 잠을 자기 전 기분이 좋아요. 맞고 죽고 하는 연기를 하고 잠을 자면 찝찝한데, 숙소에 돌아와 늘 기분좋게 잠든 것 같아요."

상대역 박혁권과의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옛 연인의 다정한 모습과 헤어진 이후의 모습 등 극단적인 관계를 그려야 했지만 현장에서의 호흡만은 변함없이 최고였단다. 심지어 매니저 없이 진행된 제주도 촬영에선 박혁권이 윤주의 매니저 역할을 해주다시피 했다. 식사를 챙기고 촬영이 끝난 뒤 숙소 문 앞까지 바래다주는 것도 박혁권이 다 했다.

"선배님이 계셔서 든든했어요. 항상 옆에 혁권 선배님이 계셨다. 처음엔 어색했어요. 진지하고 무뚝뚝해보여서 잘 못 다가가겠더라고요. 그런데 생각보다 즐겁게 사시던걸요. 에너지, 센스, 흥이 있으세요. 툭툭 던지는 말 한마디에 자지러지겠더라고요. 든든한 울타리 안에서 편안하게 풀 뜯어 먹으며 노는 느낌이었어요."

여러 스트레스를 받기 마련인 베드신, 노출신도 박혁권 덕에 훨씬 수월하게 해낼 수 있었다고 윤주는 털어놨다. 촬영 초창기 몰아서 베드신을 촬영하다시피 해 더욱 걱정이 많았지만 먼저 나서 서 분위기를 풀어준 박혁권 덕에 조심스럽고 움츠러들었던 마음이 풀어졌단다. 윤주는 "부담되고 걱정되고 움츠러들어서 처음엔 컷 소리만 나면 이불에 들어가 있고 했다"며 "되려 헉권 선배가 나서서 풀어 주시니까 시선에 대한 부담도 줄더라. 너무 감사하는 마음"이라고 거듭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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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윤주 / 사진=홍봉진 기자


윤주는 앞으로도 장르를 가리지 않고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여전하다. 꼭 해보고 싶은 장르는 뜻밖에도 액션. 실제 윤주는 태권도 3단의 유단자다.

윤주는 "기회가 된다면 대역 없이 액션을 직접 연습해 선보이고 싶다"고 눈을 반짝였다. 하지만 이제껏 해 왔듯이 남들이 잘 주목하지 않는 깊고 거친 감성, 안타까운 목소리를 다룬 작은 영화에도 관심과 애정을 이어가고 싶다고 강조했다. 도전적이고 실험적인 한국영화아카데미 KAFA의 작품에 꼭 출연해보고 싶다고 이야기하곤 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윤주는 "영화는 재미와 대중성을 위해 만드는 것이긴 하지만 내 말을 하기 위해 만드는 것이기도 하다고 생각한다"며 "비록 대중적이지 않은 깊숙하고 어두운 감정, 이야기들이라 해도 그것이 어쩌면 우리가 들어야 할 이야기인 것 같고 진짜 현실과 가까운 이야기 같아 더 재미와 흥미를 느낀다"고 털어놨다.

"밝은 영화도 좋지만 아프고 힘든 영화에도 늘 관심을 두고 지내고 싶어요. 속으로 삭이는 대신 울부짖고 화를 내면서 도리어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도 같고요. 앞으로도 내가 할 수 있는 이야기, 내가 대신 전할 수 있는 이야기를 찾아가게 될 것 같아요. 지켜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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