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MLB산책] NY·SF·STL.. WC 초유의 '3자 동률' 나오면?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 입력 : 2016.09.23 09:09 / 조회 : 3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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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메츠 /AFPBBNews=뉴스1


이번 주말이 지나가면 2016 메이저리그 정규시즌은 딱 일주일만 남게 된다. 팀별로 이제 10경기 정도만을 남겨놓고 있는 가운데 6개 디비전의 우승 레이스는 사실상 막을 내렸다. 이는 지난번 칼럼에서 다룬 바 있지만 그 칼럼 이후 지구 1~2위 팀이 맞붙은 보스턴 레드삭스-볼티모어 오리올스 시리즈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LA 다저스 시리즈에서 모두 1위 팀들이 시리즈를 따내면서 각각 리드가 5, 6경기차로 더 벌어져 그나마 남아있던 한 가닥 변화의 여지도 사실상 완전히 사라졌다.


반면 와일드카드 레이스는 한층 더 ‘와일드’해졌다. 특히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뉴욕 메츠,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등 3팀이 2장의 와일드카드를 놓고 경쟁하는 내셔널리그(NL)에서는 3팀이 22일(한국시간) 경기까지 똑같은 80승72패의 성적을 기록하면서 자칫하면 ‘3자 동률’이라는 사상 초유의 시나리오가 등장할 가능성도 대두돼 흥미를 끌고 있다. 당초 남은 스케줄로 볼 때 3팀 가운데 가장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뉴욕이 NL 꼴찌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의 3연전에서 충격적인 싹쓸이를 당하면서 3팀의 성적이 똑같아진 것. 3팀 모두 비틀거리며 피니시라인을 향해 가고 있는 모습이어서 이젠 뾰족하게 유-불리를 논하기조차 힘들게 됐다.

아메리칸리그(AL)도 만만치 않다, 와일드카드 1위 토론토 블루제이스(83승69패)와 2위 볼티모어 오리올스(82승70패), 3위 디트로이트 타이거스(80승70패)와 4위 휴스턴 애스트로스(81승71패)가 단 2경기차로 순위경쟁을 하고 있어 경우에 따라 여기서도 3팀 이상의 동률이 나오는 것이 충분히 가능해 보인다. 여기에 시애틀 매리너스(80승72패)와 뉴욕 양키스(79승72패)도 아직 이 정신없는 레이스에 끼어들 가능성이 남아 있다. 자칫하면 AL의 와일드카드 레이스가 NL보다 더 혼란스러울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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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AFPBBNews=뉴스1


원래 여론조사 분석 사이트였으나 이젠 정치와 경제, 스포츠를 망라하는 폭넓은 분야에서 통계 기술을 활용해 종합적인 시대 현상을 점검하는 ESPN 산하 웹사이트 ‘파이브서티에잇’(FiveThirtyEight)이 예상 모델을 통해 시뮬레이션을 실시한 결과를 보면 NL에선 뉴욕이 2장 중 하나의 와일드카드를 따낼 확률이 75%로 가장 높았고, 이어 세인트루이스가 62%, 샌프란시스코가 59%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 시뮬레이션 모델에 따르면 이들 3팀이 정규시즌을 똑같은 전적으로 마칠 가능성은 3%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아직도 희망이 완전히 꺼지지 않은 피츠버그 파이리츠나 마이애미 말린스가 동률까지 올라올 가능성 0.5%를 보태면 NL에서 3자 동률이 나올 가능성은 약 3.5%로 집계됐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AL에서 3자 동률이 나올 가능성은 이보다 두 배 가량이나 더 높다는 사실이다. 가능성이 있는 후보팀들이 더 많기 때문이다. ‘파이브서티에잇’ 모델에 따르면 모든 가능성을 다 종합하면 AL에서 3자 동률이 나올 가능성이 6.2%에 달하는 것으로 나왔다. 결국 NL과 AL을 합치면 9.8%, 즉 거의 10%의 확률로 어디선가 3자 동률이 튀어나온다는 이야기가 된다.

메이저리그 플레이오프에서 와일드카드 제도가 처음 도입된 것은 1994년이었다. 하지만 그해는 선수 파업으로 인해 시즌이 중도에 되는 바람에 포스트시즌이 없었고 실제로 와일드카드 제도가 시작된 것은 1995년 시즌부터였다. 원래 와일드카드는 한 팀이었으나 2012년 시즌부터 한 팀을 추가해 현재의 제도로 운영되고 있다. 그리고 올해로 22년째를 맞는 메이저리그 와일드카드 플레이오프 역사에서 3자 동률이 나온 케이스는 한 번도 없었다. 그런데 올해는 그런 일이 벌어질 통계적 확률이 10%에 육박한다는 이야기이니 흥미롭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당장 다음 질문은 실제로 3자 동률이 나오면 과연 어떻게 ‘교통정리’를 하느냐 하는 것이다. 훨씬 복잡한 시나리오가 예상되는 AL 대신 뉴욕/세인트루이스/샌프란시스코 3팀이 깔끔하게(?) 경쟁 중인 NL을 놓고 그 과정을 살펴본다.

우선 이들 3팀 가운데 누가 가장 높은 시드를 지녔는지를 정해야 한다. 동률 시 가장 먼저 고려하는 타이브레이커인 시즌 맞대결 부문을 살펴보면 세인트루이스와 뉴욕이 모두 샌프란시스코에 4승3패로 앞섰고 세인트루이스와 뉴욕은 3승3패로 비겼다. 하지만 다음 타이브레이커인 디비전 성적에서 세인트루이스가 뉴욕에 앞서있어 이들 3팀간의 3자 동률이 나오면 세인트루이스가 1번시드를 받고 뉴욕이 2번, 샌프란시스코가 꼴찌 시드를 받는다.

그렇다면 여기서 시드가 높은 것은 도대체 무슨 혜택이 있는 것일까. 쉽게 말해 3자 동률일 경우 펼쳐지는 타이브레이크 플레이오프의 시나리오 가운데 어떤 길로 갈 것인지, 그 선택권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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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AFPBBNews=뉴스1


3자 동률일 경우 상위 2개 시드 팀은 와일드카드 PO티켓을 따낼 두 번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즉 상위 두 팀인 세인트루이스와 뉴욕이 먼저 (시드가 높은) 세인트루이스 홈구장에서 맞대결해 승자가 와일드카드 PO로 직행하고 패자는 꼴찌 시드인 샌프란시스코와의 원정경기로 두 번째 경기를 치러 그 경기 승자가 두 번째 와일드카드를 얻는 것이다. 따라서 세인트루이스와 뉴욕은 두 번의 기회가 있는 반면 샌프란시스코는 단판승부로 와일드카드 진출여부가 가려지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고려할 사안은 톱시드인 세인트루이스가 반드시 위의 시나리오(편의상 1번안으로 부르자)를 선택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이다. 두 경기 중 한 번만 이기면 되는 1번안 대신 다른 두 팀이 먼저 대결하도록 한 뒤 그 경기의 패자를 홈에 불러들여 PO행이 걸린 단판승부를 치르는 2번안을 선택할 수도 있다. 한 번의 추가 기회를 스스로 포기한다는 점에서 매우 위험한 발상이지만 1번안의 경우 만에 하나 홈에서 뉴욕에 패할 경우 벼랑 끝 2차전을 샌프란시스코에 들어가 ‘미스터 옥토버’ 매디슨 범가너를 상대로 치러야 한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그렇다면 차라리 두 번째 선택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단판승부인 2번안의 위험성을 감안할 때 현실적으론 두 번의 기회가 있는 1번안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 사실이다.

세인트루이스가 1번안을 선택한다면 뉴욕도 선택을 할 권리가 생긴다. 뉴욕의 경우 1번안을 선택한다면 세인트루이스 원정이나 샌프란시스코 원정 중 한 번만 이기면 와일드카드 플레이오프에 나갈 수 있다. 기회가 두 번이라는 점에선 세인트루이스와 같지만 두 번 모두 원정경기란 점이 틀리다. 뉴욕 역시 이 옵션이 싫다면 샌프란시스코를 먼저 세인트루이스로 보내고 그 경기에서 패한 팀을 뉴욕으로 불러들여 운명의 단판승부를 치르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두 번의 원정경기냐, 한 번의 홈경기냐가 걸린 선택이다.

뉴욕 역시 배수진을 친 경기에서 범가너를 만나는 것이 두렵다면 마지막 옵션을 선택할 수도 있다. 더구나 부상으로 선발진이 만신창이가 된 메츠 입장에선 두 명의 선발투수가 필요한 옵션보다는 단판승부를 선호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하지만 역시 두 번의 기회 중 한 번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 쉽지는 않은 결정이다.

마지막으로 꼴찌시드인 샌프란시스코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그렇기에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 앞의 두 팀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주어진 길을 가기만 하면 된다. 홈에서 범가너를 앞세워 단판승부를 치른다면 사실 누구를 상대로도 자신 있다. 그게 아니라면 두 번의 기회가 생기는 셈이니 그 역시 나쁘지 않다. 사실상 가장 편한 입장이다. 일단 포스트시즌에 나간다면 샌프란시스코의 ‘짝수해 우승행진’ 매직이 또 어떤 힘을 발휘할지 예측할 수 없게 된다. 와일드카드 후보 3팀 중 꼴찌 시드가 가장 편한 입장이라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결국 만의 하나 실제로 이런 3자 동률이 이뤄진다면 세인트루이스와 뉴욕이 과연 어떤 선택을 할지도 정말 흥미롭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과연 그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가 보고 싶어 이번에 3자 동률이 꼭 한 번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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