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결' 신동엽 감독 "불사조 감독? 백번은 도전해야"(인터뷰①)

영화 '대결' 연출 신동엽 감독 인터뷰

윤성열 기자 / 입력 : 2016.09.23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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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홍봉진 기자


"주변 반응은 좋은 것 같은데, 이게 관객으로 이어져야죠. 하하."

영화 '대결' 개봉을 앞두고 만난 신동엽(39) 감독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는 "어제 VIP 시사회 끝나고 늦게까지 술을 마셔서 수제 햄버거로 해장했다"며 멋쩍게 웃었다.


'충무로 불사조'란 별명을 갖고 있는 신 감독. 내는 작품마다 흥행에 실패하는데 매년 새로운 작품을 찍는다고 해서 붙은 수식어다. 상업 영화 감독으로서 썩 반가운 별명은 아닐 게다.

하지만 신 감독은 의연했다. 사회과학 수업 시간에나 들을법한 '하인리히의 법칙'(대형 사고가 나기 전에 반드시 수많은 작은 사고와 징후들이 발생한다는 법칙)을 운운하며 "성공적인 큰 성과를 거두기 위해선 100번의 도전은 있어야겠더라"고 마음을 추스렸다.

"거대 시스템 안에서 미약한 발길질이라고 할까요. 소위 메이저라는 4대 배급사에 도전하고 싶어요. 커다란 바다에 작은 돌멩이를 던지고 있지만 작은 파장이라도 일으킬 수 있지 않을까하는 희망으로요."


2004년 데뷔작 '내 사랑 싸가지'로 주목을 받은 신 감독은 '웨딩 스캔들'(2012), '응징자'(2013), '따라지: 비열한 거리'(2014) 등 해마다 내놓은 영화들이 변변치 않은 흥행 성적을 거뒀다.

지난해는 임창정, 최다니엘을 주연으로 내세운 '치외법권'으로 복귀했지만 흥행 실패로 다시 쓴맛을 봤다. 하지만 신 감독은 이번에도 좌절하지 않고 절치부심했다.

그리고 꼬박 1년 만에 액션 오락 장르의 신작 '대결'을 들고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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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엽 감독 /사진=홍봉진 기자


"('치외법권' 흥행 실패로) 아픔이 컸어요. 영화를 만드는 게 아니면 우울증이 오래 갈 것 같더라고요. 생각한다고 뚝딱 만들어지는 것은 아닌데,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대결'은 형의 복수를 위해 게임회사 CEO와 맞서 싸우는 취준생의 이야기를 다룬 액션 물. 인터넷 세대를 상징하는 일명 '현피' 게임을 소재로 화려한 액션과 볼거리를 담아냈다. 취준생 풍호 역의 이주승, 게임회사 CEO 한재희 역의 오지호를 비롯해 신정근 손은서 이정진 등이 출연했다.

영화는 디지털 문명을 누리는 작금의 시대를 반영하지만 취준생 풍호가 황노인(신정근 분)을 스승으로 모시며 취팔선권을 연마하는 등의 주요 장면들은 80~90년대 선풍적인 인기를 끈 홍콩 영화를 오마주한 향기가 가득하다.

신 감독은 "나와 비슷한 나이 또래 친구들은 어렸을 적부터 견자단, 성룡 등 쿵후 영화에 대한 향수가 있다"며 "과거 한 시대를 풍미한 홍콩 영화에 바치는 헌사 같은 영화"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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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엽 감독 /사진=홍봉진 기자


극 중 신정근이 연기한 취팔선권의 고수 황노인은 70~90년대 홍콩 액션 배우로 이름을 날린 한국 배우 황정리가 모티브가 됐다. 황정리는 '취권', '사형도수' 등에서 악역으로 등장해 성룡과 액션 연기를 펼쳐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과거 한국에서 유명했던 무술 사범들이나 배우들이 홍콩으로 넘어가 활약했지만 요즘엔 모르는 사람들도 많아요. 성룡도 예전엔 한국에서 홍콩 영화를 많이 찍었죠. 이런 사실을 각인시켜 줄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생각했어요."

시대를 역행하는 영화라는 비난을 받을 만도 했다. 제작 초기만 해도 주위에선 신 감독에게 "미쳤다"는 소리를 종종 하곤 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사뭇 분위기가 달랐다. 매체에선 현대판 '취권'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고, 일부 평단들은 기대 이상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처음엔 '현피' 액션 영화라고 소개했는데 전혀 엉뚱한 영화였죠. 하하. 너무 향수나 추억에만 호소할 수 없으니까요. 취권을 전면에 내세운다는 것은 지금의 '벤허'를 '벤허'라고 할 수 없는 것과 같은 거죠. 젊은 층이 매력을 느낄만한 요소로 '현피' 액션에 중점을 둔 거죠. 어쩌면 그래서 취권이 더 돋보였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나름 승부수였어요. '모 아니면 도'였죠. 이번엔 '모'로 결과를 내렸습니다."

-인터뷰②에 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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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열 | bogo109@mt.co.kr

머니투데이 스타뉴스 연예국 가요방송뉴미디어 유닛에서 방송기자로 활동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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