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좀비영화 '아이 엠 어 히어로', 그 좀비는 한국 좀비

[전형화의 비하인드 연예스토리]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6.09.16 08:29
  • 글자크기조절
image


일본 좀비 영화 '아이 엠 어 히어로'(감독 사토 신스케)가 22일 개봉합니다. 3년 연속 일본 만화대상을 수상한 하나자와 켄고의 동명만화가 원작입니다. 전 세계에 600만 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죠.

올 여름 한국을 강타한 좀비 열차 '부산행'의 연상호 감독도 '아이 엠 어 히어로'를 보고 영감을 얻었다고 토로했을 정도로, 마니아 뿐 아니라 두터운 팬층을 보유한 만화입니다.


내용은 단순합니다. 좀비영화가 늘 그렇듯 원인불명의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들이 서로를 물어뜯으면서 좀비가 되는 세상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이들의 생존을 그립니다. 다른 점은 주인공이 영웅이 아닙니다. 잉여인간 취급받는 무명 만화가입니다. 또 다른 점은, 좀비들이 마지막 기억을, 가장 강렬한 감정을, 끝없이 되새긴다는 점입니다. 늘 하던 일을 반복합니다. 죽어서도 하던 일을 합니다.

원작은 일본에서 아직 연재 중입니다. 일본에선 5부작짜리 드라마로도 만들어졌다.

최근 일본에서 만화나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만든 영화를 보면, 처절한 실망을 하기 마련입니다. 영화 '진격의 거인'은 한숨만 나오죠. 그래도 '강철의 연금술사'가 실사로 만들어지는 걸 보니 돈이 되는 것 같긴 합니다.


그런데 '아이 엠 어 히어로'는 여느 만화 원작 영화와 사뭇 다릅니다. 강렬합니다.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을 만 합니다. 제34회 브뤼셀 국제 판타스틱영화제에서 '부산행' 프리퀄 애니메이션인 '서울역'이 은까마귀상을 탔죠. '아이 엠 어 히어로'는 이 때 황금까마귀상을 탔습니다. 이쯤 되면 좀비 마니아들의 가슴이 뛸 것도 같습니다.

한 가지 재밌는 점은, '아이 엠 어 히어로'에 등장하는 좀비떼들 중 상당수는 한국인이란 점입니다. '아이 엠 어 히어로' 대형 몰 장면을 한국에서 찍었기 때문입니다. 파주에 있는 한 대형 몰에서 찍었습니다. 좀비영화에 대형 몰이 등장하는 건 여러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몰(대형마트)은 사람들이 일상이 무너졌다는 걸 가장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장소입니다. 주인공들이 생필품을 구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구요.

바로 이 중요한 장면을 '아이 엠 어 히어로'는 한국에서 촬영했습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한국 촬영이 경제적이고 효과적인 게 가장 컸습니다. 일본 촬영보다 돈이 덜 든다는 뜻입니다.

올해 한국영화에는 기이하게 좀비들과 인연이 많습니다. 687만명이 지켜본 '곡성'에 좀비가 등장했죠. 1155만명이 관람한 '부산행'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일본 좀비영화까지 한국과 인연이 닿았다니, 어째 서늘합니다.

좀비영화는 메타포가 풍부합니다. 많은 걸 상징하죠. 일상이 하루아침에 무너집니다. 서로 살겠다고 물어뜯습니다. 그래서 다 죽죠. 살아남은 사람들은, 저 살기에 바쁩니다. 인간의 본성이 여실히 드러납니다.

'곡성'은 신령한 무엇이, 악한 무엇을, 인간의 선택으로 막지 못하는 이야기입니다. '곡성' 속 좀비는 그 악한 무엇의 산물입니다. '부산행'은 지금 대한민국의 여러가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부산행' 속 좀비는 지금 대한민국을 사는 사람들입니다. '아이 엠 어 히어로'는 죽어서도 늘 하던 일을 해야만 하는 그런 좀비 이야기입니다. 어쩌면 늘 하는 일이란 게 바로 그 사람이란 뜻이겠죠. 일본 돈으로 한국 좀비들이 움직였다니, 우연이지만 우연으로만 느껴지지 않습니다.

'아이 엠 어 히어로'는 잉여가, 잉여라서 영웅이 되는 이야기입니다. 인간이 악을 선택하고, 저 살기에 바빠 서로를 물어 뜯으면서도, 소중한 감정 하나는 잊지 못하고 늘 하던 일을 하는 좀비들의 이야기. 올해 좀비 영화를 마무리하면서 '아이 엠 어 히어로'를 찾는 것도 좋은 방법일 듯 합니다.

9월22일 개봉. 127분. 청소년관람불가.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