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경엽감독 "포스트시즌요?..맥그레거에게 목숨겁니다"

[김재동의 만남] 4년연속 PS 진출 눈앞에 둔 승부사의 이야기①

김재동 기자 / 입력 : 2016.09.05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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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방 탁자위엔 ‘마음을 움직이는 승부사 제갈량’이란 책이 놓여있었다. “무슨 책입니까?”했더니 팬이 선물한 책이란다. 묘하다. 책 제목 13글자가 마치 그를 설명해주는 느낌이다. 그는 마음을 움직이는 지도자며 승부사로 정평난 감독이고 별명은 ‘염갈량’이다. 넥센 염경엽감독을 2일 SK전을 앞두고 고척돔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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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경엽 넥센 히어로즈 감독./고척돔= 이기범 기자



“2위 싸움이라뇨. 3위 확정이 당면과제입니다.”

막바지 페넌트레이스 성적에 대해 묻자 그는 보수적인 태도를 취했다. “팀 전력이란게 있고 NC가 우리보다 세니까 2등을 하고 있는 거죠. 페넌트레이스에선 그 전력의 간극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시즌 시작부터 NC는 우승후보였고 우리는 꼴찌 후보였잖습니까?”라 반문하며 냉정한 자가진단을 내린다. 하지만 “다만 포스트시즌에 들어가면 승운에 따라 그 향방이 바뀔 수 있겠죠”란 말로 단기전 승부에 대해선 의욕을 보였다.

꼴찌후보로 시작한 넥센이 사실상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지은 모양새다. 122경기를 치른 4일 현재 69승 1무 52패, 승률 .570로 2위 NC를 2게임차로 쫓고있고 4위 KIA를 9게임차로 따돌리고 있다. 남은 22경기서 승률 5할만해도 넥센은 80승을 거두게 된다.


시즌전 미디어데이때 여러팀 감독들이 최하위 예상팀으로 넥센을 지목한데 대해 염경엽감독은 “그렇게 생각할 수 있죠. 1,2선발 빠졌고 3,4,5번이 빠지면서 2015시즌 대비 전력의 80%가 날아갔으니 당연합니다”고 수긍했다. 하지만 당시 염경엽감독은 “보이지않는 부분을 간과하고 계신다. 우리 팀은 포스트시즌에 진출한다”고 단언했었다.

그런 장담이 어떻게 가능했는지가 궁금했다. “스프링캠프에서 선수들의 열정을 확인하며 확신했어요. 당시 말한 ‘안보이는 부분’이란 것이 결국 팀 케미입니다. 박병호 유한준 손승락 등의 공백은 이미 2013년부터 준비된 부분이었어요. 야구전문구단으로서 70~80억씩 주고 FA선수들을 잡을 순 없고 병호는 메이저리그 진출을 전제로 야구를 시켜왔으니까요. 2015년까지의 야구가 스타를 만들어서 선수 가치를 창출해 성적을 냈다면 금년 시즌은 개인의 가치보단 팀이란 굴레안에서 개인의 가치를 창출한다는 쪽으로 방향이 잡혀있었죠. 물론 말은 쉽지만 실행은 어려운 부분입니다.”

그 실행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염감독은 스프링캠프에서 2승1패를 거둔 일본팀과의 경기를 통해 포스트시즌 진출에 대한 확신을 갖게됐다고 밝힌다. 당시 염감독은 페넌트레이스의 일부라 생각하고 팀 전력 100%를 투사하여 경기에 임했고 젊은 선수들의 열정에 힘입어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팀케미’라는 방향성에 선수들이 정서적으로 협조해주었고 잘 따라주면서 ‘된다’는 확신을 가졌다고 한다. 최고 잘하면 75승, 아니면 72승+1,2 승 정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겠다는 깜냥이 섰다고. 목표는 이미 초과달성 분위기다.

그는 어떤 감독이 되고 싶었고 현재의 그는 어떤 감독일까? “처음 감독을 맡으며 고민이 많았습니다. 어떤 감독이 될 것인지.. 그리고 기획하고 계획하는 감독이 되자고 맘 먹었죠.” 염감독의 팀운영은 3개년 계획에 기초해 이루어진다. 통상 감독 계약연한이 3년이기 때문일 것이다. 즉 2013년 취임후 2015시즌까지의 플랜을 마련하고 2014시즌이면 그 플랜에 다시 2016년까지의 플랜이 더해지는 방식이다. 그러니 2016시즌의 넥센은 2014시즌 전에 준비된 플랜에 2015시즌을 보낸후 추가된 플랜까지를 포함하여 운영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런 운영방식은 선수들에게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시즌전 염감독은 27명 엔트리가 아닌 35~37명으로 그만의 엔트리를 꾸리고 1년간 그들을 끌고다니며 훈련시키고 경기보는 눈을 일깨워주고 기회를 제공해 적응시켜왔다. 2016시즌 예견됐던 전력공백은 그렇게 메워진 셈이다.

2015년으로 끝난 1차 3개년계획 촌평을 부탁했다. “2014년과 2015년엔 한국시리즈 우승에 도전할만했었는데 결국 실패했죠. 방망이에 모든 초점을 맞추면서 투수를 못만든게 패인였습니다. 2014년에 밴 헤켄, 소사, 오재영으로 돌렸는데 포스트시즌에서 당할 수가 없음을 확인했죠”라고 밝힌다. 그래서 2015년부터 2017시즌까지 3개년계획의 목표엔 ‘투수왕국 건설’이 첨부됐다. “2015년은 빛 못보고 2016년 현재 좋아지고 있는거고 2017년에 완성시킨다는 계획입니다. 물론 2017시즌 맞기전에 이번 포스트시즌부터 잘 넘겨야죠”라는 염감독.

2016시즌 혜성처럼 등장한 신재영 김세현 박주현 등 넥센 마운드의 샛별들은 2014년 실패후 2015년의 준비를 거쳐 이제 빛을 발하기 시작하는 선수들인 셈이다. 2017시즌 한현희 조상우까지 부상에서 돌아와 가세하면 그의 ‘투수왕국’은 우뚝설 것으로 기대된다.

그는 신인트래프트에는 전혀 관계하지 않는 감독이다. “드래프트에는 아무 관심없습니다. 저도 스카우트를 해봤지만 감독이 어쩌다 한경기 보는 것 보단 1년 내내 따라다니며 지켜본 스카우트 눈이 정확하죠. 뽑아놓은 선수들 제 눈으로 보고 부족한 부분있으면 가르치는게 제 일인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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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아웃의 염경엽감독은 항상 서있다. 그는 선수들이 뛰는동안 앉아있진 않겠다는 다집을 한 바 있다.


그럼 꼴찌 후보에서 3위로 껑충 뛰어오른 넥센의 포스트시즌은 어떻게 될까?

“지금 목숨거는 게 맥그레거예요. 맥그레거가 남은 5경기서 어떤 변화를 보여주는가에 따라 포스트시즌 향방이 정해질거예요. 후반기 들어 안좋았다가 다시 좋아지는 추세의 신재영도 지켜봐야되고 상무 복무 마치고 복귀할 강윤구가 어떤 역할을 해줄지도 기대됩니다. 불펜쪽에선 포스트시즌 경험이 없는 김세현 이보근 김상수 보다는 마정길과 오재영 활용도를 높여볼 생각”이라고 밝힌다.

일단 그가 목숨 걸었다는 맥그레거는 인터뷰 이후인 4일 한화전서 7.1이닝 동안 103개의 공을 던져 7개의 탈삼진을 잡아내며 승리투수가 돼 좋은 출발을 보이고 있다.

한현희 복귀도 궁금한데 “아직 던지지말라고 그랬습니다. 지금을 넘기면 몇 개월을 푹 쉴수 있는데 무리할 필요 없죠. 팀으로선 내년, 후년이 중요한 거니까”라고 답한다.

포스트시즌 첫 상대가 어느 팀이면 좋겠느냐는 질문에 염감독은 “그건 상대팀을 자극할 수 있어서..”라며 말을 아낀다. 다만 포스트시즌에선 KIA가 돌풍을 일으키지 않을까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KIA가 어떻길래? “김선빈 안치홍 돌아오죠, 윤석민 들어오죠, 김진우 들어와있죠. 용병 둘에 양현종까지 다른 팀 1선발급인 확실한 선발이 3명 있는데다 돌아온 김진우도 무시할 수 없는 전력이고 뛰는 야구 되고 파워히터 있고.. 짜임새만 갖춰지면 두산도 이길 수 있는 팀이 될겁니다. 이번 포스트시즌의 변수는 기아가 될 것 같네요”라고 점쳐본다.

그리고 본인 팀의 성적에 대해선? “포스트시즌은 변수가 많아 예단할 수 없습니다. 최선을 다하고 결과를 받아봐야죠”한다. 4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을 눈앞에 둔 4년차 감독은 매사가 조심스러운 모양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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