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때 시작해 어느새 30년"..배우 차승원이 그린 인생지도(인터뷰)

영화 '고산자, 대동여지도' 김정호 역할 차승원 인터뷰

김미화 기자 / 입력 : 2016.09.01 10:24 / 조회 : 26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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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차승원 / 사진=임성균 기자


배우 차승원(46)이 사극으로 스크린에 돌아왔다. 차승원은 지난 2014년 개봉한 '하이힐' 이후 2년 만에 강우석 감독의 손을 잡고 관객 앞에 섰다.

차승원은 최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영화 '고산자, 대동여지도'(감독 강우석) 인터뷰를 가졌다. 언론배급 시사회 다음날 이뤄진 이날 인터뷰에서 차승원은 영화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촬영 비하인드 스토리 등을 전했다.

'고산자, 대동여지도'는 미천한 신분으로 시대와 권력에 맞서 역사상 가장 위대한 대동여지도를 탄생시킨 지도꾼 김정호의 감춰진 이야기를 그린다. 박범신의 소설 '고산자'를 원작으로 했다.

차승원은 '고산자'에서 짚신을 신고 전국 방방곡곡을 걸어 다닌다. 다도해부터 백두산까지 두 발로 걸어 다니며 아름다운 풍경을 담아내며 압도적인 스케일을 선보인다. 전국을 누비며 촬영한 소감을 어땠을까.

"쉽지 않았어요. 백두산 촬영 전에 '가벼운 마음으로 오라'고 해서 갔어요. 갔는데 날씨가 맑아서 그림에서 봤던 백두산이 펼쳐졌어요.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런 경우가 1년에 며칠 없다고 하더라고요. 촬영이 딱 끝나고 나니까 구름이 껴서 백두산 천지가 하나도 안 보였어요. 다음날도 촬영하려고 했는데 못했고요. 영화 속에는 하루 촬영한 게 나왔어요. 만약 백두산의 날씨나 그런 상황을 알고 갔으면 겁이 났을 거예요. 우리 영화에서 풍경을 담은 장면은 거의 99% 직접 가서 찍은 실사 장면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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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차승원 / 사진=임성균 기자


차승원은 '고산자'의 김정호를 연기하며 배우 인생에서 새로운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긴 기간 동안 한 인물을 쫓아가며 연기한 것이 처음이라는 그는 자신의 연기를 차곡차곡 쌓은 느낌이라고 털어놨다. 실존인물 김정호를 연기한 것이 본인에게 득보다 실이 더 많을 것 같지만, 공들여서 만들었다고 전했다.

"고민도 많았고 조심스러웠어요. 사실 김정호에 관해 여러 가지 이야기가 많이 나오잖아요. 기록도 얼마 없고요. 일제강점기 기록됐던 내용을 교과서로 만들어서 배웠는데, 나중에 새로운 이야기가 나오면서 대동여지도는 김정호가 직접 돌아다니며 만든게 아니라 있던 지도를 모아서 집대성해서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나왔죠. 기본적으로 그런 생각을 했어요. 지도에 그렇게 관심 많고 지리지를 편찬했는데 단 한 번도 안 가봤을까? 목판본을 그렇게 다량으로 생산하며 확인차 가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으로 위안을 삼았죠. 물론 심리적인 부담이 있었어요. 어쨌든 100%의 사실만은 가지고 영화를 만들지 않고 픽션이 가미 됐으니 보는 것은 관객들의 몫인 것 같아요. 요새 실존 인물을 다룬 영화가 많고 사실과 다르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저 역시도 굉장히 조심스러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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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스틸컷


영화 '고산자'에서도 차승원식 유머코드가 있다. 영화 속에서 김정호가 직접 '삼시세끼'를 언급하는 대사는 생각지 못한 웃음을 전한다. 차승원의 애드리브라고 생각했지만, 사실 이것은 강우석 감독의 연출이였다. 실제 이 대사를 한 차승원은 어땠을까.

"'삼시세끼' 대사에 대해서는 반대보다는 찬성 의견이 많았어요. 사실 저는 갸우뚱했거든요. 네비게이션도 개그도 갸우뚱 했고요. 그래서 나중에 정리 하시겠지 했는데 그대로 나왔어요. 아마 그 시나리오를 여러 분들에게 모니터링 했겠죠. 여러가지 의견 종합하는데 빼는 것보다는 앞에 여정부분과 중반 이후의 내용을 감안해 앞에 배치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해서 완충 작용으로 넣은 것 같아요."

'고산자'의 김정호는 지도에 완전히 미쳐있는 인물이다. 남들과 다르게 어떤 한 가지에 미쳐있는 김정호의 모습에서 배우로서 공감을 느끼지 않았는지 물었다. 차승원은 작품을 할 때 자신도 잠시 미친 적이 있다며, 나중에 진짜 미치는 작품을 만날 날을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김정호를 연기하며 나는 뭔가에 확 미쳐본 적이 있었나 생각했어요. 제가 워커홀릭이라 그런 면이 없지 않아 있어요. 굉장히 계획적으로 살려고 노력도 많이 하고요. 근데 과연 (김정호처럼) 이렇게 확 미쳐있을 수 있나 생각했죠. 저도 확 미쳐서 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고 있어요. 작품이건 뭐건, 정말로 완전히 100% 쏟아부어서 털어낼 수 있는 뭔가를 만나고 싶어요. 제가 잠시 이 작품에 미쳐있었구나 하는 것은 의심할 여지 없어요. 나중에 진짜 더 미치는 작품을 만날 수도 있기를 학수고대 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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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스틸컷


앞서 지난해 MBC 드라마 '화정'에서 광해군 역할을 맡았던 차승원은 '화정'에 이어 '고산자'를 촬영하며 두 작품 연속 사극을 했다. 두 작품 속 맡은 인물 모두 실존 인물이라는 점도 비슷하다. 그래서일까. 차승원은 당분간은 사극을 안하고 싶다고 털어놨다.

"아무래도 역사극을 찍으면 조심스럽죠. 빨리 현대극을 해야 될텐데요. 하하. 당분간 사극을 안하려고요. SF 영화를 하고 싶어요. 그런거 있잖아요? 현실과 완전히 동떨어진 이야기 같은 것을 해보고 싶어요. 블랙 코미디도 늘 하고 싶어요. 제가 워낙 코미디를 좋아하거든요. 코미디도 나이가 들면서 좀 변하더라고요. 웃음의 포인트도 달라지고요. 앞으로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언제나 사회에 칼날 들이대는 블랙코미디는 환영입니다."

차승원은 연기 뿐 아니라 tvN '삼시세끼' 어촌편과 고창편을 통해 예능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삼시세끼'를 통해 차줌마라는 별명을 얻은 차승원은 '삼시세끼'가 특별한 프로그램이 아니라 유해진과 함께하는 다른 일상 같다고 말했다.

"'삼시세끼'는 방송을 목적으로 뭔가를 한다는 생각보다는 우리의 모습을 그들이 찍고 싶어서 찍는 거라고 생각해요. 서로 합의 하에 뭘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냥 있는데 누가 찍어주는 느낌이랄까요? 유해진씨와 그런 이야기를 했어요. '삼시세끼'라는 그 공간 안에서는 별개의 인물인 것 같은 착각이 든다고요. 제가 보기에도 만재도나 고창의 차승원과 유해진은 밖에 있는 배우 차승원이나 유해진이 아닌 것 같아요. 힘들 때도 있지만 다 모였을 때의 소소한 재미가 있어요. 그것이 차곡차곡 쌓이다 보니 편해지게 되고 방송인 것을 잊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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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스틸컷


지난 1988년 모델로 데뷔한 차승원은 내년에 데뷔 30년 차를 맞는다. 30년이라는 숫자에 본인도 깜짝 놀란 그는 앞으로 자신이 되고 싶은 '사람'에 대한 소신을 전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모델 일을 시작해서 벌써 여기까지 왔어요. "배우로서가 아니라 사람 차승원으로서 누군가가 싫어하는 것을 안하고 싶어요. 후배들이 30년 앞서 간 선배로 나를 바라볼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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