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우석 '고산자' vs 김지운 '밀정', 추석 극장가 대첩 ①

[★리포트]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6.08.30 10:57 / 조회 : 3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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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웠던 여름 극장가가 마무리되자, 다시 추석 대목을 놓고 불이 붙기 시작했다. 올 추석 극장가는 사실상 두 편의 한국영화 대결로 압축됐다. 9월7일 나란히 개봉하는 강우석 감독의 '고산자, 대동여지도'와 김지운 감독의 '밀정'.


두 영화는 여러모로 비교된다. 과연 어떤 영화가 관객들의 사랑을 더 받을지 관전 포인트를 미리 짚는다.

'고산자'는 조선 말 백성을 위해 정확한 지도를 만들려 했던 고산자 김정호 선생의 이야기를 담는다. 차승원이 주연을 맡았다.

'밀정'은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중국 상해에서 조선 경성으로 폭탄을 들여오려는 의열단과 그들을 쫓으며 회유하려는 조선인 출신 일본경찰의 이야기를 그린다. 송강호와 공유가 출연했다.

올 추석은 최대 5일 동안 이어지는 연휴인데도 불구하고 4대 메이저 투자배급사 중 CJ E&M만 참전한다. '고산자'를 내놓는 CJ E&M은 명절 연휴 배급력을 최대한 발휘할 생각이다. '밀정'은 할리우드 직배사 워너브라더스 코리아가 처음 선보이는 한국영화. 할리우드 직배사가 선보이는 한국영화가 민족감정을 자극할 수 밖에 없는 독립운동 이야기라는 게 이채롭다.


#아날로그 강우석 vs 비주얼리스트 김지운

'고산자'와 '밀정'은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두 중견감독의 맞대결이란 점에서 눈길을 끈다. '고산자'는 한국영화 승부사로 꼽히는 강우석 감독의 20번째 영화. '밀정'은 김지운 감독이 '악마를 보았다' 이후 6년만에 한국영화로 돌아온 작품.

두 영화는 감독의 색깔을 그대로 담아낸다. 우직하게 승부하는 강우석 감독 영화 답게 '고산자'는 백두산부터 해남까지 전국을 일일이 돌며 대한민국 풍경을 스크린에 옮겼다. 강우석 감독은 얼어붙은 강 위에 놓여있는 돛단배 장면을 찍기 위해, 강이 얼어붙기 3개월 전에 배를 놔두고 기다렸다가 찍었다는 후문. 그 만큼 아날로그 감성을 담아내려 애썼다는 뜻이다.

반면 스타일리스트로 정평 난 김지운 감독은 '밀정'은 차가운 느와르를 표방했다. 일제 시대를 다루지만, 고전 스파이물 같은 색감과 정서로 차별을 두려 한 것. 김지운 감독은 '밀정'을 짙은 푸른 색과 검정, 회색으로 차갑게 담아내 기존 일제 시대를 다룬 영화와 다르게 구현했다. 아날로그 감성과 스타일리스트의 대결, 첫 번째 관전 포인트다.

#역사 다룬 두 영화, 동시대성 획득이 관건

'고산자'는 익히 알고 있다고 믿어지는 김정호의 이야기를 다룬다. 사실 김정호의 기록은 그리 많지 않다. 이 많지 않은 기록 때문에, 그를 둘러싼 여러가지 설들과 거짓 이야기들이 만들어졌다. 대동여지도 목판이 불태워졌다는 둥, 김정호 부녀가 흥선대원군에 의해 옥에 갇혀 죽었다는 둥, 일제가 조선 권력자들의 무능함을 강조하기 위해 만든 여러 설들이 한동안 정설처럼 떠돌았다. 강우석 감독은 '고산자'를 만들면서 김정호에 대한 무수한 논문을 검토하며 이야기를 새로 꾸몄다. 지도를 백성을 위해 만들려는 김정호와 권력을 위해 사용하려는 위정자 틀로 재구성했다. 이런 시도는, 자칫 역사왜곡으로 흐를 수 있다. 이에 대해 강우석 감독은 영화를 직접 보고 판단해달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밀정'은 일제시대 친일파와 조선총독부 요인을 암살하려 했던 의열단과 황옥 경부 사건을 모티프로 만들었다. 김지운 감독은 실존 인물 이름을 그대로 쓰는 대신, 실제 사건에 밀정이란 요소를 차입해 새롭게 구성했다. 일제시대 독립운동을 하며 자신을 희생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필연적으로 민족의식을 자극한다. 김지운 감독은 "'국뽕'(지나친 민족주의)을 경계했지만 필연적으로 뜨거워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때문에 '밀정'은 콜드 느와르를 표방하지만 민족의식이 자극되는 이야기인 건 분명하다. 백성을 위하는 사람과 권력을 위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그린 '고산자', 독립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밀정', 두 영화가 동시대성을 지금 관객들에게 어떻게 얻느냐가 또 다른 흥행 포인트다.

#투박한 차승원 '고산자' 배우들 vs 화려한 '밀정' 송강호 공유

'고산자'의 타이틀 롤은 차승원, '밀정'은 송강호와 공유가 책임진다. 묵묵하게 '고산자'를 이끌 차승원에 김인권이 감초 역할을, 유준상이 흥선대원군으로 무게를 더한다. '밀정'은 명불허전 송강호와 부드러운 감성을 더하는 공유에 특별출연으로 이병헌과 박희순이 등장하는 등 초호화 출연진을 자랑한다. 투박함과 화려함, 배우들의 대비도 '고산자'와 '밀정'의 비교 포인트다.

#전체 관람가 '고산자' vs 15세 관람가 '밀정'

'고산자'는 전체 관람가고, '밀정'은 15세 이상 관람가다. 두 영화의 등급 차이는 두 영화의 색깔 차이기도 하다. 전체 관람가가 15세 이상 관람가보다 더 많은 관객을 끌어들일 수 있다는 건 분명하다. 대신 전체 관람가 등급이란 건, 성인 관객 취향과는 안 맞을 수 있다는 선입견도 준다. 반면 전체 관람가 등급이 명절에 극장 나들이에 나선 가족 관객을 끌어 모으는 데는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고산자'는 순제 93억원, '밀정'은 순제 110억원이 투입됐다. 마케팅 비용을 포함하면 두 영화 모두 100억원이 넘는다. 여름 성수기에 개봉할 만한 규모란 뜻이다. 실제 '밀정'은 여름 시즌 개봉을 검토하기도 했었다.

과연 '고산자'와 '밀정', 두 영화가 모두 이번 추석 극장가에서 관객에 사랑을 받을 수 있을지, 아니면 뚜렷하게 명암이 갈릴지, 이번 추석 극장가 빅 매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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