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MLB산책] 카일-코리 시거에 비춰본 ML 슈퍼 브라더스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 입력 : 2016.08.30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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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 시거./AFPBBNews=뉴스1


LA 다저스의 신인 유격수 코리 시거(22)와 시애틀 매리너스의 베테랑 3루수 카일 시거(28)가 ‘형제 메이저리거’로 역대급 시즌을 만들어가고 있다.

동생 코리는 현재 시즌 타율 0.321에 23홈런과 62타점, 87득점, OPS 0.920을 기록하며 내셔널리그 신인왕 예약을 끝마치고 이젠 MVP 후보로까지 슬슬 이름이 거론되기 시작됐다. 동생 코리의 신들린 루키 성적에 다소 가려 있기는 하지만 그의 형 카일의 성적도 만만치 않다. 시즌 타율 0.290에 24홈런 83타점 72득점, OPS 0.885를 기록 중인 카일은 올 시즌 생애 첫 30홈런-100타점 페이스를 보이고 있다. 오히려 WAR(Wins Above Replacement)에선 형 카일이 동생 코리에 앞서가며 형으로써 자존심을 지켜가고 있다. 카일은 WAR 5.9로 메이저리그 전체 포지션 선수들 가운데 8위이고 코리는 5.6으로 바로 뒤인 9위다. 형제가 WAR에서 나란히 메이저리그 전체 톱10에 포진한 가운데 두 선수 모두 시즌 WAR 6.0을 넘기는 사상 최초의 형제선수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100년이 훨씬 넘는 메이저리그의 역사에서 형제가 메이저리그에서 함께 뛴 경우는 400회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두 형제가 모두 스타급까지 오르는 것은 그리 흔한 일이 아니고 특히 같은 시즌에 형제가 모두 정상급의 성적을 올린 케이스는 더욱 드물다.

과거 라몬 마르티네스와 페드로 마르티네스의 경우처럼 형제가 모두 정상급 메이저리거라도 형제의 전성기가 시간적으로 수년의 차이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형제의 나이 차이가 별로 없다면 둘이 같은 해에 정상급 성적을 올리는 것이 충분히 가능한 일이지만 그런 경우는 그리 많지 않았다. 하지만 시거 형제의 경우 형 카일과 동생 코리의 나이차가 6년 반이나 되는데 둘이 나란히 올 시즌 메이저리그 톱10 WAR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은 더욱 인상적이다. 역대 최고급 ‘형제 시즌’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이들의 올해 성적을 과거 메이저리그에서 형제가 같은 시즌에 최고의 성적을 올렸던 케이스와 비교해보면 시거 형제의 성적이 그 어느 형제와 겨뤄도 결코 꿇리지 않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이전까지 메이저리그에서 한 시즌에 형제가 동시에 최고의 시즌을 보낸 경우는 아직도 깨지지 않고 있는 메이저리그 최고의 전설적 기록인 56경기 연속안타의 주인공인 조 디마지오와 그의 동생 돔 디마지오의 1941년 시즌이 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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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일 시거. /AFPBBNews=뉴스1


당시 뉴욕 양키스 중견수였던 조 디마지오는 56경기 연속안타라는 ‘신의 기록’과 함께 타율 0.357, 30홈런, 125타점, WAR 9.1이라는 경이적인 성적으로 리그 MVP에 올랐고 양키스의 라이벌 보스턴 레드삭스의 중견수였던 그의 동생 돔 디마지오는 타율 0.283에 8홈런, 58타점, 3.0 WAR를 기록했다.

더욱이 1941년은 디마지오 형제 가운데 가장 덜 알려진 맏형 밴스 디마지오(피츠버그 파이리츠)도 커리어 최고의 성적을 올린 해였다. 밴스는 그해 타율 0.267에 21홈런, 100타점, 3.7 WAR를 기록했는데 디마지오 형제의 1941년 WAR 합계인 15.8은 한 시즌에 형제가 합작한 역대 최고 기록이다.

또한 형제 3명이 모두 올스타로 선정된 경우도 메이저리그 역사상 디마지오 형제가 유일무이하다. 조 디마지오가 13년 메이저리그 커리어에서 한 번도 빠짐없이 올스타로 뽑혔고 막내 돔은 7차례 올스타가 됐으며 형 밴스도 생애 두 번 올스타로 선정돼 이들 3형제의 올스타 선정 수는 무려 22번이나 된다. 특히 조와 돔 디마지오 형제가 제2차 세계대전 중이던 1943-45 시즌 동안 군 복무로 인해 메이저리그를 쉬지 않았더라면 이들 형제의 올스타 횟수는 이보다 훨씬 더 많았을 것이다.

이밖에 펠리페 알루와 매티 알루 형제가 1968년 각각 타율 0.317, 11홈런 57타점, 6.5 WAR와 타율 0.332, 0홈런, 52타점, 5.3 WAR를 기록하며 타격왕 레이스에서 피트 로즈에 이어 3위와 2위에 오른 것도 기억한 만한 형제시즌을 기록되고 있다.

한편 형제가 한 시즌에 나란히 정상급 투수로 명성을 떨친 경우도 수차례 있었다.

1934년 디지 딘과 폴 딘 형제, 1970년 게일로드 페리와 짐 페리 형제. 그리고 1979년 필 니크로와 조 니크로 형제가 그들이다. 딘 형제는 1934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서 함께 뛰었는데 시즌 30승7패, 평균자책점 2.66과 WAR 8.5를 기록한 디지 딘은 사이영상이 없던 그 시절 MVP를 차지했고 19승11패, 3.43, 4.9 WAR를 기록한 폴 딘은 MVP 투표 9위에 올랐다. 특히 이들은 그해 월드시리즈에서 2승씩을 올려 세인트루이스가 디트로이트를 4승3패로 꺾고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는데 형제가 주도적 역할을 했다.

게일로드와 짐 페리 형제는 역사상 형제가 모두 사이영상을 수상한 유일무이한 케이스다. 이 둘은 통산 529승을 합작했는데 특히 1970년 시즌은 엄청났다. 게일로드는 23승13패, 3.20, 7.6 WAR의 성적으로 NL 다승왕에 오르며 NL 사이영상 2위에 올랐고 짐은 24승12패, 3.04, 3.8 WAR의 성적으로 AL 다승왕과 함께 AL 사이영상을 차지했다.

메이저리그 역사에서 페리 형제보다 더 많은 승리를 합작한 유일한 형제가 너클볼 투수들이었던 필과 조 니크로였다. 필 니코로가 318승을 올리는 등 총 539승을 합작해 페리 형제보다 10승을 더 올렸다. 이들은 1979년 나란히 21승씩을 기록했다.

형제가 한 명은 타자, 한 명은 투수로 같은 해에 정상급 시즌을 보낸 경우는 정말 드문데 가장 잘 알려진 케이스로는 1976년 조지 브렛과 켄 브렛 형제가 있다. 타자인 조지 브렛은 그해 타율 0.333, 7홈런, 67타점, 7.5 WAR를 기록했고 투수인 켄 브렛은 그해 10승12패, 평균자책점 3.32에 4.1 WAR를 기록했다.

시거 형제의 경우는 올해로 5년 연속 20홈런 시즌을 이어가고 있는 형 카일이 이제 만 28세로 아직 전성기를 향해 가고 있는데다 동생 코리는 메이저리그 데뷔 시즌부터 MVP 후보로까지 거론될 만큼 빼어난 성적을 올리고 있기에 이들이 과연 어느 정도까지 전진할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올해 한 시즌만이 아니라 커리어 전체 차원에서도 메이저리그 역사에 기록될 ‘슈퍼 브라더스’로 올라설 모든 조건을 갖추고 있는 시거 형제들의 ‘무한도전’을 지켜보는 것도 메이저리그 팬의 즐거움 중 하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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