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관 감독이 말하는 '최악의 하루' 그리고 서촌(인터뷰①)

영화 '최악의 하루' 연출·각본 김종관 감독 인터뷰

윤성열 기자 / 입력 : 2016.08.29 14:41 / 조회 : 4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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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관 감독 /사진=이동훈 기자


'폴라로이드 작동법'(2004), '낙원'(2005) 등 다수의 단편 영화를 통해 아름다운 영상미와 감성적 스토리텔링, 그리고 남녀 관계의 미묘한 결을 섬세하게 담아낸 김종관 감독(41).


그는 2010년 장편 데뷔작 '조금만 더 가까이' 개봉 이후 서울 경복궁 인근에 자리한 '서촌' 마을로 거주지를 옮겼다. 옛것과 새것이 공존하는 이 공간에서 그는 정처 없이 거리를 거닐며 영감을 얻고, 시나리오를 썼다.

그리고 한 여자와 세 남자의 로맨스를 다룬 영화 '최악의 하루'를 만들어 늦여름 관객들과 만났다.

김 감독의 집에서 걸어서 5분 거리, 서촌의 한 카페에서 김 감독을 인터뷰했다. 굳이 염색하지 않은 흰 머리에, 느릿느릿하고 소박한 그의 말투는 따뜻한 서촌의 온기와 제법 닮아있었다.

"어릴 적 서촌을 봤을 땐 되게 평범한 공간이었는데, 요즘엔 평범한 게 특이해진 시대잖아요. 한옥으로 둘러싸인 조그만 골목 골목들은 이제 이 근처 아니면 볼 수 없는 게 돼 버렸으니까요. 계속 변화하는 공간이라 재밌어요. 정말 중요한 시기에 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서촌에 '최악의 하루' 포스터가 붙어 있는 여러 카페와 술집이 대부분 그가 단골로 찾는 장소다. 그는 "길을 걸으며 생각하고, 카페에 들어가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 내 일상이었다"며 "마침 영화 제작사도 이 동네에 있고, 혼자 밥을 먹던 식당과 친구들을 만나는 술집들도 많이 도와줬다. 졸지에 동네영화가 된 듯한 느낌"이라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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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관 감독 / 사진=이동훈 기자


'최악의 하루'는 최선을 다했지만 최악의 상황에 빠져버린 여주인공 은희(한예리)와 그녀를 둘러싼 세 남자의 이야기다. 영화는 철저하게 서촌과 남산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복잡하게 얽힌 이들의 관계를 그리는데 초점을 맞춘다.

"적은 예산과 적은 회차로 힘 있는 내용을 고민하던 찰나, 하루라는 시간을 이용해 길 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해보자고 생각했어요. '비포 선라이즈', '로마의 휴일', '미드나잇 인 파리'처럼 도시 공간의 무드를 이용하는 영화에 대한 취향도 있었죠."

영화는 서촌의 좁은 골목길에서 처음 본 일본인 료헤이(이와세료)와의 만남을 시작으로, 남산 산책로로 이동해 남자친구 현오(권율)와 전 남자친구 운철(이희준) 사이에서 방황하는 은희의 하루를 그린다.

그는 "서촌과 남산은 일상적이지만 낮에 일하는 사람들에겐 노인과 아이들만 남아 있는 비일상적인 공간이다"며 "시간의 흐름이 다른 것 같은 공간에서 판타지까지는 아니지만 마치 이상한 세계가 열리는 것 같은 비일상의 틈을 볼 수 있는 공간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인터뷰②에 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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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열 | bogo109@mt.co.kr

머니투데이 스타뉴스 연예국 가요방송뉴미디어 유닛에서 방송기자로 활동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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