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 커리어 글랜드슬램' 박인비 "은퇴는 아직.. 골프 즐겁다"(일문일답)

The K호텔=심혜진 기자 / 입력 : 2016.08.29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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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비./사진=뉴스1





'골프 여제' 박인비(28, KB금융)가 리우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소감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밝혔다.


박인비는 29일 오전 10시 서울 양재동 The K 호텔 3층 크리스탈볼룸에서 열린 골든 커리어 그랜드슬램 달성 기자회견에서 "아직은 은퇴 계획이 없다. 현재 골프하는 것이 즐겁다"고 밝혔다.

박인비는 지난 17일부터 나흘간 진행된 '2016 리우 올림픽' 여자 골프서 최종합계 16언더파 268타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116년 만에 부활한 여자골프에서 따낸 값진 금메달이었다.

박인비는 올 시즌 허리와 손가락 부상으로 부진이 이어졌고, 부상이 장기화되면서 올림픽 출전이 불투명했다. 하지만 회복에만 전념하며 몸 상태를 끌어올렸고, 고심 끝에 올림픽 참가를 결정했다.


연습 라운드에서 홀인원을 기록하는 등 좋은 샷 감각을 보인 박인비는 매회 라운드에서 선두 자리를 빼앗기지 않으며 금메달을 따냈다. 이로써 박인비는 골프 사상 첫 골든 커리어 그랜드슬램(금메달+4대 메이저 우승)이라는 위업을 달성했다.

다음은 박인비와의 일문일답.

- 현재 손가락 상태와 메이저 대회 일정

▶ 올림픽에서 느끼기에는 많이 호전이 됐다고 느꼈다. 좋은 결과라 있을 거라 예상했지만 통증 없이 경기를 하고 싶다고 말씀드리니 3주간은 깁스를 해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다. 에비앙 대회는 참가는 어렵게 됐다. 남은 일정 중에 가장 나가고 싶은 대회였고, 마지막 메이저 대회여서 무리해서 나가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앞으로 위해서는 몸 상태에 더욱 신경쓰기로 했다. 3주 후에 상태를 보고 3주 재활 후 이후 대회 출전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 포상금 용도 & '인비 키즈'에 대한 말도 생겼고, 골프 발전에 도움이 될 것 같은데

▶ 이번 올림픽에서 골프가 정식 종목이 되면서 골프에 많은 관심을 어린 아이들이나 젊은 층의 친구들이 올림픽을 봤다는 얘기를 해주는 것을 보고 이번 올림픽을 통해서 팬층이 많아졌다고 생각해 더욱 기뻤다. 포상금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할지 고민하고 있다. 어디를 통해 해야 할지 생각 중이다.

- 양궁 금메달 싹쓸이에 대해 얘기를 나눴었는데

▶ 예전부터 양궁과 골프는 닮아있는 스포츠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바람과 많이 싸우는 스포츠다. 양궁도 세계 최강이듯이 골프도 세계 최강임을 입증하고 싶었다. 그래서 양궁과 골프를 더욱 연관 지을 수 있었던 것 같다.

- 앞으로의 시즌 판도에 대한 생각, 이루고자 하는 목표

▶ 올 시즌 후반기에 접어들고 있다. 올해는 완치하는데 힘을 쓸 예정이다. 기회가 된다면 1~2개 대회 나갈 생각이다. 올해는 젊은 층이 발전된 시즌이라고 생각한다. 주타누간, 리디아 고 등 젊은 층이 이번 시즌을 계기로 앞으로의 시즌에서도 강세를 보일 거라고 생각한다. LPGA 투어에는 아직도 베테랑 층이 단단하기 때문에 현재 젊은 층의 기세가 강해 꺾이지는 않을 듯 하지만 나이에 상관없이 우승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 귀국 후 어떤 시간을 보냈나

▶ 지난 주말 경포대에 다녀왔다. 그 전까지는 병원 등에 다녀오느라 바빴다. 당분간은 계속해서 바쁠 것 같다. 몸 상태에 신경쓰면서 감사한 분들에게 인사를 드리러 다닐 예정이다.

- 골프로서의 멘탈이 어떤 부분에서 도움을 주나

▶ 골퍼로서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집중하면 주변에 무관심한 부분이다. 어떻게 보면 단점으로 보일 수 있지만 골프를 할 때는 장점이 된 것 같다. 항상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나오자, 나오자' 해서 나오는 것은 아니고 메이저 대회나 더 긴장을 했을 때 나오는 것 같다. 항상 어렵다. 매 대회마다 그 느낌을 가지고 경기를 하고 싶은데 쉽지는 않다. 이번 올림픽 때는 어느 대회보다 확실히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매 라운드 18번홀 끝내고 내려올 때 '코스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다 했구나'라고 느꼈다. 골프 선수로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될 수 있었던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 더 큰 수확이었다.

- 골프에서 멘탈, 샷, 창의력 중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 정신력이 50%, 샷과 테크닉이 30%, 창의력 15%. 정신력과 테크닉은 비슷한 비중을 둔다. 이번 올림픽 코스 같은 경우에는 창의력을 많이 요구하는 코스였다. 까다로운 코스 중 하나. 띄우는 샷이 통하지 않은 코스여서 46, 50도 웨지를 많이 사용했다. 그린 주변에서 그런 그림을 가지고 해야 했다. 편안한 마음가짐이 있어서 세컨 샷이 잘 되었던 것 같다.

- 올림픽에서 큰 세리머니를 해 화제가 됐는데

▶ 다음 목표는 다른 어떤 대회보다 메이저 대회에서 커리어를 쌓는 것이 나의 욕심이다. 올림픽을 경험해보니 2020년에 지키는 것도 하나의 목표라고 생각하지만 장담은 못하겠다. 내년에도 5개 메이저대회에서 많은 승수를 쌓을 수 있도록 하겠다. 많은 선수들에게 귀감이 될 수 있는 선수가 되는 것이 가장 큰 목표다. 다른 어떤 대회보다 세리머니는 좋았다고 생각한다. 자연스럽게 나온 동작이어서 제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모습이었다.

- 박세리 감독님과 어떤 대회를 나눴나

▶ 힘든 상황에 대해 말씀드렸다. 부담도 되고 잘한 결정인지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박세리 감독님이 대회를 끝나고 나서 누구보다 좋아해주셨다. 특별한 운명을 타고났다는 느낌을 받았다. 함께한 궁합이나 운 때도 잘 맞았던 것 같다.

- 올림픽 금메달을 깨물었을 때 어떤 느낌

▶ 116년 만에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것, 올림픽에 첫 출전해 금메달리스트로 이름을 올릴 수 있을 수 있어 큰 의미 있는 일을 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같이 경기하는 선수, 주니어들에게 영감을 주는 금메달이라고 생각한다. 국민 모두의 금메달이다. 트로피에는 입맞춤을 하는데 금메달은 깨물어야 하더라. 무게가 꽤 나간다. 시합했었던 순간들이 스쳐 지나가면서 트로피와 입맞춤할 때와 비슷했다.

- 내조에 대한 부분과 2세 계획은

▶ 선수 생활을 하는 동안은 남편의 외조를 받아왔다. 굉장히 고마운 부분이 많다. 나중에 은퇴를 했을 때 남편의 외조 이상으로 내조를 하고 싶다. 전폭적인 지지와 응원을 보내주고 싶다. 그런 마음도 준비되어 있다. 엄마가 되고 싶다는 부분은 확실하다. 아직 나이도 어리고, 현재 골프하는 것이 즐겁고, 선수 생활을 하는 동안에는 계획이 없다. 은퇴 후에 아이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을 때 그 때 가질 계획을 갖고 있다. '나중에 아이가 원한다면 골프를 시키자'라고 남편과도 얘기를 나눴다.

- 메이저 최다승도 염두해두고 있나

▶ 선수의 위대한 업적을 얘기할 때 빠지지 않는 부분이 메이저대회 승수다. 매 대회 집중력이 향상되면 좋겠지만 메이저대회에 더욱 집중할 수 있도록 하면 어떨까. 매년 몸을 혹사시킬 수 없기 때문에 메이저대회에 집중하겠다는 의미다. 매 메이저대회에 출전한다면 좋은 결과가 없으리라는 보장도 없기 때문에 도전할 것이 남아있고, 올해 에비앙 대회를 나가지 못하기 때문에 아쉽다. 에비앙 대회를 마지막 숙제로 남겨놨다는 부분에서 더욱 집중할 수 있을 것 같다.

- 은퇴 후 계획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것이 있나

▶ 현재는 선수 생활하는 것이 골프계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직 염두해둔 것이 없다. 스포츠나 골프에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

- 인기가 많아졌는데, 피부로 느낀 경험담이 있다면

▶ 강원도에 여행을 갔을 때 사투리를 쓰시는 할머니 두 분이 축하한다고 말씀해주셨다. 사복 복장을 하고 가족들과 밥먹으러 갔는데 알아봐주셔서 놀랐다. 어린 아이들이 알아봐준다는 점, 골프를 치지 않는 분들에게까지 영향을 간 것이 올림픽의 힘이라고 느꼈다. 앞으로의 우리나라 골프 발전에 좋은 일인 것 같다.

- 결정적으로 올림픽 출전을 결심한 계기 & 올림픽 직전 삼다수 대회에서의 경기력에 대해

▶ 사실 포기하고 싶은 부분이 많았다. 언제 어떻게 아플지 몰랐기 때문에 결정내리기 힘들었다. 116년만에 열리는 골프 대회이고 나라를 대표해 나가는 자리인만큼 포기하기에는 올림픽 정신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다른 선수들이 어떤 마음으로 올림픽에 참가할까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고, 극복하며 많은 사람들의 축복을 받는 자리인데 포기를 하게 된다면 골프 인생에서 포기를 한다는 마음이 컸다. 패배자가 되고 싶지 않다는 마음과 가족들이 많은 응원을 해줬다. 스윙 교정 후 테스트하는 대회가 삼다수 대회였다. 과정은 마음에 들었다. 시합장에서 해보는 것이고, 어떤 샷이 나오는지를 알 수 있어야 했고, 어떤 대비를 세워야 할지고민이 많았다. 경기 내용적인 부분에서는 후회가 없었다.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고 생각했고, 남은 3일 동안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뭘 하면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에 대한 연구를 많이 했다. 올림픽 대회 전 5일 동안 연습을 하면서 원하는 샷이 나왔던 것 같다. 1라운드에서 잘 쳤던 것이 좋은 계기였던 것 같다. 모든 타이밍이 잘 맞아줬다. 1라운드의 좋은 성적이 금메달을 딸 수 있는 '키(key)'였던 것 같다.

- 통증을 어떻게 이겨냈는지 & 금메달 확신이 들었던 순간은

▶ 집중하면 통증이 느껴지지 않는다. 다만 숙소에 갔을 때 느껴졌다. 진통제나 소염제를 먹을 수 있었지만 아무것도 먹지 않는 스타일이라 테이핑이나 약을 복용하지는 않았다. 아파도 이런 스윙을 하자는 의지가 있었기 때문에 괜찮았다. 의사 선생님은 고정을 권유했지만 올림픽 끝나고 하기로 말씀드렸다. 엄지 손가락 부분만 고정한 것이기 때문에 다른 손가락은 쓸 수 있다. 재활 적인 부분에서는 더 편하다. 다른 대회였다면 9번홀 끝났을 때 긴장이 풀렸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올림픽에서는 17번홀 마칠 때까지 긴장감을 놓을 수 없었다. 매 순간 진지하고 최선을 다해야 했기 때문에 더욱 신중하게 하려고 노력했다. 모든 상황에 마음을 열어놓고 대비를 하고 있었다.

- 알려지지 않은 숙소에서의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 시합 기간 동안은 남편과 나와서 생활했다. 그 전에 엘리베이터에 갇히는 일이 있었다. 한 8명이서 30분 동안 갇혀있다가 소방수들이 출동해 구조됐다. 약간 한 층이 떨어졌었다. 올림픽 전에 액땜을 했다고 생각했다. 연습 라운드 때 홀인원도 좋은 길조라 생각했다. 홀인원이라는 것도 기뻤지만 샷이 잘 되어 만족스러웠다.

- 퍼팅에 임할 때 손, 발 감각 가운데 더 중점을 두는 쪽은?

▶ 느껴볼 새가 없었다. 손이 발인지, 발이 손인지 모른다(웃음). 어드레스를 섰을 때 나는 공이 보이지 않는다. 그만큼 무의식 상태에서 홀에 집중해 임한다. 친구가 공과 채 가운데 어떤 것을 보면서 치는지 물어봤는데, 모르겠더라. 그 정도 집중력이 발휘될 때 좋은 퍼트가 나오는 것 같다.

- 최근 청와대 방문했는데

▶ 올림픽에 출전한 모든 대표팀을 만날 수 있어 좋았다. 다른 종목에 대해서 얘기할 수 있었다. TV로만 보는 선수들을 만나서 좋았다. 스포츠 선수로서 통하는 것이 많았다. 박근혜 대통령님 옆에 앉게 된 것은 영광이었다. 국민들에게 희망을 줬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다들 한 자리에 모여서 다시 한번 축하해주는 자리였다. 사진도 많이 찍고, 좋은 시간이었다.

- '아이에 올인' 아니카 소렌스탐과 '아이를 데리고 다니는' 줄리 잉스터 중 어떤 모델을 희망하나

▶ 나는 당연히 소렌스탐 쪽일 것 같다. 아이와 같이 보내는 시간은 단 한순간도 놓치고 싶지 않다. 새로운 가족을 꾸리고 싶을지 아직 상상이 안된다. 소렌스탐의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소렌스탐이 쓴 책을 보니 어느 순간 '내가 왜 여기에 있지?'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때 은퇴를 결심했다고 하더라. 골프선수로서 내가 생각한대로 목표가 다 이뤄지니 스스로 놀라고 있다. 정해놓기 보다는 내가 준비가 됐을 때, 하고 싶을 때 아이를 갖는 것이 맞고, 그 때 은퇴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 내년 시즌 스케줄 문제

▶ 지난 10년 동안 많은 대회를 나갔다. 때문에 나도 모르게 만성적인 부상들이 온 것 같다. 내가 원하는 모습의 골프 생활을 하려면 스케줄 조정이 필요할 것 같다. 앞으로는 메이저 대회에 집중하며 몸을 돌봐갈 예정이다.

- 한국 선수들의 단합된 힘에 대해서는

▶ 지난해 ING생명 챔피언스 대회를 하면서 한국 후배선수들과 친해질 수 있었고, 한국에서는 팀 경기가 많이 아쉬웠다. 앞으로 선수 생활을 하는데 있어서 우정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작년에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번 올림픽에서도 단합이 잘 된 것 같다. 진심으로 서로서로가 잘 되기를 바랐고, 메달을 따기를 바래서 좀 더 큰 힘이 된 것 같다. 한국 선수들이 같은 팀에서 경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 마지막으로

▶ 이번 시즌에서는 올림픽을 제외하고는 뚜렷한 목표가 없었던 것 같아. 끊임없이 발전하는 계기를 찾아야하고 선수생활을 하는 동안은 안주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한 해였다. 이제는 업그레이드 하는 계기를 큰 대회에서 찾기 보다는 끊임없이 고민을 해야하는 것이 숙명힌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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