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재·줌마·할배·할매의 스크린 습격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6.08.29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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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올레'의 신하균 박희순 오만석, '범죄의 여왕'의 박지영, '그랜드파더'의 박근형, '죽여주는 여자'의 윤여정 / 사진=스틸컷


아저씨, 아줌마, 할아버지에 할머니까지 스크린에 떴다. 젊고 고운 대세들에게 줄곧 스포트라이트를 내줬던 이들이 개성 만점의 신작에서 맹활약한다. 아저씨들은 훌훌 권위를 털어냈으며, 할아버지와 아줌마는 영웅이 됐다. 할머니는 발칙해졌다.

신하균 박희순 오만석을 앞세운 영화 '올레'(감독 채두병)는 팍팍한 삶에 지쳐 제주도로 떠난 세 아저씨의 이야기다. 겉으론 멀쩡해 보여도 설 곳 없는 회사원, 완벽해 보여도 말 못할 속사정이 있는 가장, 슬쩍 보기에도 안타까운 아저씨 고시생 등 짠내 폴폴 풍기는 '아재'들의 조문 빙자 일상탈출이 아슬아슬하다. 김우빈 강하늘 이준호가 함께 했던 '스물' 이후 2배 가까운 시간이 흘렀으나 여전히 유치하고 권위라곤 하나 없는 유치찬란한 아저씨들의 모습이 묘한 웃음과 감흥을 안긴다.


'범죄의 여왕'(감독 이요셉)의 주인공은 오지랖 넓은 시골 아줌마다. 아들의 고시원 수도 요금이 120만원이란 소식에 부랴부랴 서울로 올라온 아줌마는 적막하던 고시원을 발칵 뒤집어 놓는다. 남다른 촉과 추진력, 그리고 엄마의 마음으로 사건을 풀어가며 사람들의 마음을 얻어가는 아줌마의 활약이 개성 만점의 캐릭터들과 어우러졌다. 스무살 넘게 차이 나는 조복래와 미묘한 분위기까지 연출하는 주인공 박지영은 사랑스러우며 귀엽기까지 한 아줌마 히어로를 착 맞는 옷을 입은 듯 그려 보였다.

오는 31일 개봉을 앞둔 '그랜드파더'(감독 이서)는 '꽃할배' 박근형의 원톱 영화다. 그저 '할아버지'가 아니라 '위대한(grand) 아버지(father)'란 제목부터가 의미심장하다. '사냥'의 안성기가 올 하반기 '할배파탈'의 스타트를 끊었다면 마무리는 그의 몫이다. 아픈 기억과 상처를 안고 살아가던 베트남 참전용사가 아들을 잃고 손녀를 지키려 벌이는 처절한 사투를 벌인다. 지난해 폭염 속에 총이며 장도리까지 들고 강행군을 펼치다 응급실 신세까지 졌다는 박근형은 "죽는 줄 알았는데 다행히 죽지 않았다"고 너스레를 떨며 노배우의 열정과 여유를 동시에 과시했다.

윤여정이 맡은 할머니는 더 파격적이다. 오는 10월 개봉하는 '죽여주는 여자'(감독 이재용)는 가난한 노인들을 상대로 성매매를 벌이는 이른바 '바카스 할머니'가 주인공이다. 영화는 주인공 소영이 사는 게 힘들어 죽고 싶은 고객들을 진짜 '죽여주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국내 개봉에 앞서 세계 여러 영화제에 초청받은 '죽여주는 여자'는 성과 죽음을 파는 여자라는 파격적인 소재를 특유의 위트와 스타일로 그려낸 이재용 감독의 연출력과 배우 윤여정의 호연으로 화제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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