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MLB산책] 마에다만 건재한 다저스 마운드, 그 고난의 행군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 입력 : 2016.08.26 09:07 / 조회 : 39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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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우려로 인센티브 위주의 계약을 체결했던 마에다 겐타만이 다저스 선발투수중 유일하게 DL에 오르지않은채 마운드를 지키고 있다. ./AFPBBNews=뉴스1


LA 다저스는 지난 24일(한국시간) 선발투수들인 스콧 캐즈미어와 브렛 앤더슨을 15일짜리 부상자명단(DL)에 올렸다. 올해 다저스가 DL에 올린 26번째와 27번째 선수였고 이 둘로 인해 다저스는 메이저리그 사상 한 시즌 최다선수 DL 등재기록과 타이를 이뤘다. 아직도 시즌이 한 달 이상 남아 있으니 다저스는 전혀 달갑지 않은 메이저리그 신기록을 예약한 셈이 됐다.


에이스 중의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가 두 달째 DL에 머물고 있고 류현진과 알렉스 우드, 브랜든 맥카시, 버드 노리스, 리치 힐 등도 DL에 올라 있는 상태에서 캐즈미어와 앤더슨이 DL에 합류했으니 DL에 올라있는 다저스 선발투수의 수가 무려 8명이다. 캐즈미어와 앤더슨이 이탈하면서 이날 다저스 선발투수 중 DL에 오르지 않은 유일한 선수는 일본인 선수 마에다 겐타 한 명 밖에 없었다.

특히 마에다는 시즌 시작 전 다저스와 계약협상 과정에서 팔꿈치에 이상 징후가 발견돼 부상 위험이 큰 선수로 분류됐고 그 때문에 개런티 액수가 대폭 줄어든 인센티브 중심의 계약을 체결해야 했던 선수다. 그런데 그런 마에다는 시즌 내내 멀쩡히 던지며 다저스 선발진에서 기둥 역할(13승7패, 3.37)을 하고 있고 나머지 선발투수들은 말 그대로 전멸당한 셈이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사실 다저스는 마에다와 계약하기에 앞서 시애틀 매리너스 출신 프리에이전트였던 일본인 투수 이와쿠마 히사시와도 계약에 합의했다가 신체검사에서 이상이 발견됐다며 계약을 파기한 바 있다. 그 후 다시 시애틀과 계약한 이와쿠마는 올 시즌 26차례 선발등판으로 ML 공동 5위(1위와 1경기차)에 올라있고 163이닝으로 ML 12위, 14승(9패)으로 ML 7위, 평균자책점 3.81로 ML 40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와쿠마가 다저스 소속이라면 그는 현재 팀 선발투수 중 선발등판 수와 이닝, 다승에서 모두 1위에 올라있는 셈이다.

사실 이와쿠마와 계약을 포기한 것보다 더 이해하기 힘든 것은 다저스가 오랜 부상경력을 갖고 있는 ‘유리 몸’ 투수 브렛 앤더슨에게 1년간 1,580만달러라는 거액의 퀄리파잉 오퍼를 줬다는 사실이다. 이 오퍼를 덥석 받아들인 앤더슨은 시즌을 시작하기도 전에 허리 수술을 받고 전열에서 이탈한 뒤 이달 중순에야 팀에 돌아왔으나 두 경기에 선발로 나서 달랑 4이닝동안 14안타 11실점으로 2패와 평균자책점 24.75를 기록한 뒤 손가락 물집 부상으로 바로 DL로 되돌아갔다. 다저스 입장에선 1,580만달러를 허공에다 뿌려버린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 정도라면 다저스 의료팀의 자격여부를 다시 심사해야 한다는 말이 나올 지경이다.


하다못해 잇단 부상으로 구멍 난 선발진을 메우고 위해 트레이드 시장에서 영입해 온 노리스와 힐도 다저스에 와서 DL의 덫을 피하지 못했으니 계속된 불운에 다저스 팬들로선 어이가 없을 정도다. 물론 힐은 이미 다저스에 오기 전부터 손가락 물집부상으로 DL에 올라있었지만 다저스에서 복귀전을 준비하다가 물집 부상이 재발되면서 DL 잔류기간이 생각보다 더 길어졌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선발진이 이토록 풍비박산이 났음에도 불구, 다저스는 계속 이기고 있다는 사실이다. 캐즈미어와 앤더슨이 DL에 오른 24일 팀의 유일한 선발투수였던 마에다는 이날 벌어진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라이벌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운명의 홈 3연전 시리즈 1차전에서 선발로 등판, 샌프란시스코 타선을 5이닝동안 6안타 3실점으로 막고 시즌 13승(7패)째를 올렸다. 다저스 타선은 샌프란시스코의 특급 에이스 매디슨 범가너를 상대로 5이닝동안 9안타로 5점을 뽑는 등 14안타로 9점을 뽑아 9-5로 승리하며 서부지구 2위 샌프란시스코와의 격차를 두 경기차로 벌렸다.

이어 25일 벌어진 시리즈 2차전에는 이날 DL에서 나와 팀에 처음으로 합류한 힐이 선발로 나섰다. 다저스로 트레이드된 후 22일 동안 이름만 다저스 소속이었을 뿐 한 번도 경기에 나서지 못했던 힐은 이날 다저스 데뷔전에서 6이닝동안 샌프란시스코 타선을 5안타(모두 단타) 무실점으로 완벽하게 요리했고 다저스는 샌프란시스코의 또 다른 에이스 자니 쿠에토를 상대로 4회 저스틴 터너가 때린 솔로홈런 한 방으로 결승점을 뽑아 짜릿한 1-0 승리를 따냈다.

이로써 다저스는 시리즈 2연승을 거두며 샌프란시스코와의 격차를 3경기차로 벌렸다. 시즌 종반 최고 라이벌을 상대로 한, 어쩌면 시즌의 최대 고비라고 할 만한 시리즈였다. 더구나 첫 두 경기에서 범가너와 쿠에토라는 걸출한 에이스 원투펀치를 만나게 돼 지구 선두자리를 뺏길 수도 있는 위기였지만 여기서 오히려 인상적인 2연승을 거두며 막판 지구 레이스에서 확실한 주도권을 잡게 됐다.

물론 당장 주도권을 잡았다고 해도 다저스가 갈 길은 아직 멀다. 당장 다음 며칠 동안 누가 선발로 나설지조차 확실치 않다. 우선 26일 샌프란시스코와 3차전에는 당초 선발로 예정됐던 앤더슨이 DL로 들어가면서 트리플A 오클라호마시티에서 올라온 로스 스트리플링이 선발로 나서게 됐다. 스트리플링은 올 시즌 다저스 선발진이 부상병동이 되면서 훌리오 유리아스와 함께 수시로 마이너와 메이저를 오르내리고 있는데 올해 이미 11번이나 선발 등판해 유리아스와 함께 다저스 선발투수 중 4번째로 많은 선발등판 횟수를 기록하고 있다.

이어 이번 주말 다저스는 내셔널리그 최강팀인 시카고 컵스와 홈 3연전을 치르는데 일단 1차전 선발로는 DL에서 나올 것이 예상되는 노리스가 나설 것으로 보이나 그 다음부터는 모두 ‘TBD’(To Be Determined-추후 결정)다. 상대적으로 컵스는 마이크 몽고메리-제이슨 해멀-존 레스터의 선발출격이 예고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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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이튼 커쇼. /AFPBBNews=뉴스1



그럼에도 다저스의 전망이 어둡지만은 아닌 것은 그동안 다쳤던 투수들이 돌아왔거나, 돌아오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약 2주 뒤엔 커쇼가 돌아올 전망이다. 여기에서 데뷔전에서 그야말로 환상적인 모습을 보여준 힐과 시즌 내내 단단한 모습을 보여준 마에다가 힘을 합치고 노리스와 스트리플링, 유리아스 등이 조금이나마 뒤를 받쳐준다면 지구 우승 가능성은 충분하다.

무엇보다도 플레이오프에서 만날 것으로 보이는 컵스나 워싱턴 내셔널스를 상대로 커쇼-힐-마에다 트리오가 선발로 나서는 시나리오는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 올 시즌 선발로 기용한 투수가 14명에 달할 정도로 구멍 난 선발 로테이션 땜질에 이골이 난 다저스지만 힐이 합류한데다 커쇼가 돌아와 마에다와 힘을 합치면 그 누구도 부럽지 않은 플레이오프 로테이션을 짜는 것이 가능해진다.

게다가 다저스는 8월 중 평균자책점이 6.45에 달할 정도로 불안한 선발진의 취약함을 메이저리그 역대급 시즌을 만들어가고 있는 철벽 불펜과 타격으로 커버하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팀이다. 이런 ‘고난의 행군’으로 단련된 팀이라면 만약 커쇼-힐-마에다 트리오가 선발 마운드를 안정시켜 줄 경우 포스트시즌에서 일을 낼 가능성이 충분하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비싼 팀이지만 아무도 별 기대를 하지 않았던 팀이 갑자기 무시할 수 없는 플레이오프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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