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년간 연기할 수 있어서 행복"..'꽃할배' 박근형의 꿈(인터뷰)

김미화 기자 / 입력 : 2016.08.25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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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박근형 / 사진=이동훈 기자


'꽃할배' 배우 박근형(76)이 일흔이 훌쩍 넘은 나이에도 그 어떤 청춘보다 뜨거운 열정을 드러내며 연기예찬론을 펼쳤다.

박근형은 지난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프레이저 스위트에서 영화 '그랜드파더'(감독 이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랜드파더'는 젊은 시절 베트남 참전용사로 활약 했지만 영광을 뒤로 한 채 아픈 기억과 상처를 지니고 살아가던 노인이 갑작스러운 아들의 죽음을 맞닥뜨리고 그에 얽힌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영화다. 박근형은 마지막 남은 혈육인 손녀를 지키기 위해 홀로 고독한 사투를 준비하며 액션 느와르 연기를 펼쳤다.


박근형은 이번 영화에서 총, 가스, 장도리 등 다양한 도구를 들고 액션연기에 도전했다. 70대 중반의 나이에도 불구, 운동을 하고 근육을 키웠다. 뿐만 아니라 버스 운전기사로 나오는 극 중 직업을 위해 버스 운전면허를 다시 땄다.

그동안 각종 드라마, 작품 등에서 카리스마 있는 역할을 선보였던 박근형은 왜 일흔이 넘은 나이에 이렇게 힘든 액션에 도전했을까.

"우리나라에는 없는 노인 이야기와 사회적 고발이 담긴 영화라 선택했어요. 항상 배제돼 있던 노인들의 이야기가 중심이고 가족의 소통을 다루기 때문에 맘에 들었죠. 폭력을 행사하는 것도 가감 없이 표현해냈어요. 장황하거나 공상 같은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 있는 일이라 생각해서 할 수 있는 한 진솔하게 내부적인 이야기를 하려고 노력했어요."


영화에서 가장 화제가 된 것은 뭐니뭐니해도 박근형의 액션 신이다. 손녀를 살리기 위해 엽총을 들고 액션 연기를 선보이는 그이 모습에 70대 노인의 모습은 없다. 지난해 더운 여름 촬영하느라 체력적으로도 힘들었을 텐데, 그는 자신의 나이에서 보여 줄 수 있는 완벽한 액션을 소화해내며 시선을 사로잡는다. 박근형은 액션 연기 칭찬에 쑥스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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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파더' 박근형 / 사진=영화 스틸컷


"다행스럽게도 액션을 지도해주신 분들이 제 나이를 생각해서 간략하고 효과적으로 알려주셨어요. 그 분들 지시대로 연기하니까 스턴트맨 안 쓰고 혼자 해도 되더라고요. 그리고 영화를 보니 편집이 아주 잘 됐어요. 편집이 아주 위대하더라고요."

박근형은 젊은 배우들과 함께 호흡을 맞춰 액션 연기를 하면서도 전혀 힘든 내색을 하지 않았다. 평소에도 계속 운동을 하면서 체력관리를 하고, 술과 담배를 전혀 안하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한다. 폭염 속에서 촬영 하다 보니 온열병으로 응급실을 가기도 했지만 촬영 내내 현장을 누비며 영화를 이끌었다.

"작품을 위해 살을 찌워야 했어요. 그래서 체육관에 다니면서 근육을 살렸어요. 노인도 젊은이 같은 몸을 가질 수 있는 것 보여주고 싶었어요. 가난하게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라 모든 촬영장소가 협소했어요. 낮에는 밀폐시키고 해야 되니까 촬영하는 내부가 바깥보다 더 더웠어요. 그런 열기 때문에 어지럼증이 오더라고요. 그대로 있으면 쓰러질 것 같아서 병원 가서 응급 처치 받고 다시 와서 촬영하고 그랬어요. 하지만 촬영하면서 체력이 딸리지는 않았어요. 촬영하면서도 중간에 앉거나 그런 일은 거의 없었죠"

박근형이 본격적으로 배우의 길로 들어선 것은 1963년 KBS 공채 3기로 데뷔하면서부터지만 그는 고등학교 때부터 연기를 해왔다. 1958년 연극 무대에 서면서 연기를 시작한 그는 57년 동안 쉬지 않고 연기를 하며 수없는 배역을 소화했다. 연기를 하면서 힘든 적은 없었는지, 가끔씩 힘들 때마다 쉬고 싶은 생각이 든 적은 없었는지 물었다.

"지금까지 몇작품이나 출연 했는지는 저도 잘 몰라요. 출연 작품 보면 저도 깜짝 깜짝 놀라요. 앞으로도 사람 이야기를 다룬 작품은 다 도전하고 싶어요. 욕심 같아서는 다 해보고 싶어요. 남들이 하는 작품을 볼 때는 만약에 내가 했으면 어땠을까' 하고 음흉스럽게 생각하기도 합니다. 쉬고 싶다는 생각은 전혀 안 해요. 좋아하는 것을 하니까 평생 행복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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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박근형 과거 사진


박근형은 이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대배우중 한 명이다. 그렇지만 그의 앞에 탄탄대로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최근 박근형의 젊은 시절 모습 모습이 공개돼 연기력 뿐 아니라 소싯적 꽃미모가 화제가 되기도 했지만 박근형은 그 당시는 자신의 외모 때문에 제대로 된 역할을 맡지 못해 마음 고생을 했다고 털어놨다.

"젊었을 때 한국 사람 얼굴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그래서 쓰임새가 비참했죠. 제가 키도 컸고 까무잡잡한 데다가 계란형 얼굴에 코는 스페인 사람 같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어요. 그래서 역할도 노름꾼, 난봉꾼 이런 것만 했어요. 그래서 나중에는 연극에만 전념하게 됐죠. 연극 무대에서 인정 받으니까 TV에서도 좋은 역할로 저를 갖다 써줬어요. 지금은 세대가 달라져서 얼굴을 보는 기준도 바뀌었더라고요. 가끔 '내가 시대를 늦게 만났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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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박근형 / 사진=이동훈 기자


57년간 연기를 하고, 아직도 연기를 하면서도 계속 다른 역할을 해보고 싶다는 박근형의 말을 듣자니 저절로 존경심이 우러났다. 70대 넘어서도 액션연기에 도전하는 박근형이지만, 그에게도 힘든 일이 있었으니 바로 tvN 예능 '꽃보다 할배'였다. 박근형은 액션 연기보다도 '꽃보다 할배' 여행이 더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사실 '꽃보다 할배' 멤버들이 올 2월에 한 번 갔어야 하는데 안 갔어요. 나영석 PD에게 왜 '꽃보다 할배' 여행 안 가느냐 했더니 본인이 바쁘다고 하더라고요. 나PD가 '꽃할배'로 살아났는데 바쁘다고 안가면 안 되지요.(웃음) 지금에서야 말하지만 너무 고생스러웠어요. 새벽 6시에 일어나서 아침 먹이고 저녁 8시까지 걸어다녔어요. 액션 연기보다 여행이 더 힘들었어요. 하하"

76살의 나이에도 불구, 자신이 했던 역할을 기억하기 보다 앞으로 하고 싶은 역할을 생각하는 박근형의 도전이 너무나 아름답다. 일흔의 액션 연기를 선보인 그가 또 앞으로 어떤 새로운 연기를 보여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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