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인터뷰]박호산 "'연기 잘 하네, 재수없게'라는 댓글, 칭찬이죠?"

SBS 수목드라마 '원티드' 함태섭 역 박호산 인터뷰

이경호 기자 / 입력 : 2016.08.25 10:17 / 조회 : 47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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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박호산/사진=이동훈 기자


40대 중반에 연기 인생 2막을 시작한 배우가 있다. 바로 박호산(44)이다.


박호산은 지난 18일 종영한 SBS 수목드라마 '원티드'(극본 한지완, 연출 박용순)에서 함태섭 역으로 출연했다.

'원티드'는 국내 최고 여배우 정혜인(김아중 분)가 납치된 아들 송현우(박민수 분)를 찾기 위해 생방송 리얼리티 쇼에서 범인의 요구에 따라 미션을 수행하는 고군분투기를 담은 리얼리티 스릴러 드라마다.

박호산이 극중 맡은 함태섭은 정혜인의 사별한 남편 함태영(이재우 분)의 형이자 SG그룹의 대표이사다. 그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살인교사 마다하지 않던 악인이다. 경찰에 체포돼 끌려가는 순간에도 죄를 인정하지 않고 되레 뻔뻔한 모습을 보여 공분을 산 인물이다.

'원티드'의 전개상 극적 긴장감과 분노를 자아냈던 함태섭은 박호산을 만나 치를 떨게 하는 캐릭터가 될 수 있었다. 연기인 줄 알면서도 손가락질 할 만큼 실감나는 연기를 한 박호산을 스타뉴스가 만났다.


-박호산은 '원티드'에서 악인으로 출연했다. 악역이었지만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었던 만큼 종영이 아쉬울 것 같아요.

▶시원섭섭하죠. 지상파 드라마 출연은 처음이어서 애정을 많이 쏟았던 작품이었어요.

-'원티드'에 출연하면서 아쉬움은 없었나요.

▶연기가 아쉽죠. 제가 연극, 뮤지컬 등 공연 무대는 정말 많이 서봤어요. 공연은 첫 공연에서 연기를 좀 못했다 싶으면, 잘 가다듬어서 다음 공연에서 잘 하면 되는데 방송(드라마)은 그런 게 없었죠. 방송 보면서 '아, 저렇게 했으면 안 됐는데'라는 생각을 하는데, 다시 촬영할 수 없으니 아쉬움이 남더라고요.

-이번 작품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얼굴과 이름을 알리게 됐다. 첫 지상파 드라마 출연 소감은 어떤가요.

▶공연은 끊임없이 반복하는데, 방송은 그렇지 않더라고요. 이번에 촬영이 되게 빠듯했어요. 대본을 받고 이야기가 무엇인지 분석하는 것보다 캐릭터를 준비하는 시간이 많았던 것 같아요. 그게 다르더라고요. 에피소드나 상황에 따라 급박하게 캐릭터를 보여줘야 하니까 정신없었죠. 흔들리지 않는 저만의 캐릭터를 만들어 보려고 했는데, 잘 됐는지 모르겠어요. 새내기가 뭘 알겠어요. 하하하.

-배우로 꽤 오래전에 데뷔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왜 '새내기'라는 표현을 쓰나요.

▶1996년 뮤지컬 '겨울 나그네'로 데뷔했어요. 연기 생활은 올해 20년이네요. 연기 경력은 많은데, 지상파 드라마는 처음이니까 새내기라고 하는 거예요. 드라마 연기 1학년이에요. 이번 작품에서 심은우도 데뷔를 했다고 하는데, 저랑 동기에요. 하하하.

-첫 지상파 드라마에서 악역을 맡았다. 보면 볼수록 "진짜 나쁜 놈"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원티드'에 출연하면서 겪은 웃지 못할 에피소드는 없나요.

▶있었죠. 식당에 갔었는데, 아주머니 두 분이 저를 알아보시더라고요. 홀에 계신 아주머니가 "저 양반 진짜 싫어"라고 하시더라고요. 저 들으라고 하신 말은 아닌 것 같은데, 기분은 묘하더라고요. 그리고 주문한 음식에 혹시 뭐라도 타는 게 아닌가 불안했죠. 또 하나 있었어요. '원티드' 시청자 게시판을 보면 제 캐릭터를 두고 '뻔뻔하다', '나쁜 놈이다' 등이란 표현이 많더라고요. 시청자 의견 보면서 '내가 오래 살겠구나' 싶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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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박호산/사진=이동훈 기자


-악역 때문에 시청자 의견이나 댓글이 욕설이 많았다. 상처가 됐거나 기억에 남은 댓글이 있나요.

▶제가 본 여러 댓글 중에 '연기 잘 하시네, 재수없게'라는 게 기억에 남아요. 이 표현은 칭찬이죠? 표현 그대로 연기 잘 해서 그렇게 해주신 것 같아요. 제가 캐릭터를 잘 표현했다고 생각해요. 다음에 또 어떤 역할을 맡게 될지 모르겠지만 그 때도 캐릭터 잘 표현한 반응 나올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함태섭이란 캐릭터를 소화하면서 개인적으로 아쉬움은 없었나요.

▶배우니까 아쉬움이 남기도 하죠. 하지만 준비한 만큼은 다 표현했다고 생각해요. 또 작가님의 배려를 느꼈어요. 처음에 캐릭터를 우아하게 잡았는데, 작가님이 그걸 아신 것 같아요. 대본 지문에 '우아하게'라고 적혀 있더라고요. 깜짝 놀랐죠.

-'원티드'에서 최근 실제로도 이슈가 된 가습기 문제를 다뤘다. 공분을 샀던 사회적인 문제가 드라마에 등장하자 시청자들도 적잖이 분노했다. 배우 또한 많은 생각이 들었을 텐데, 연기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나요.

▶저도 이런 사회적인 문제에 관심이 많아요. 저도 아이가 있어서 가습기 문제에 대해 몇 년 전부터 관심 있게 지켜봤거든요. 뉴스에서도 나왔던 내용이잖아요. 대본에서 본 제 캐릭터는 누군가에게 상처를 준 나쁜 사람이었죠. 그래서 이걸 잘 표현하려면 뻔뻔하게 연기해야 된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 사람들처럼 뻔뻔해지는 마음으로 연기를 했더니 '너무 기업을 옹호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더라고요.

-가습기 사건의 결말이 사실 속 시원하지는 않았다. 문제를 일으켰던 당사자는 반성하지 않았다. 이 같은 결말은 괜찮았나요.

▶실제 사건은 속 시원하게 결말이 나지 않았죠. 그래서 드라마에서라도 강력한 처벌도 받고 눈물로 용서를 구하는 모습이 나왔으면 했어요. 하다못해 정혜인에게 한 대 맞는 상황이라도 왔으면 좋겠다 싶었어요. 하지만 방송에 나온 결말이 더 좋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회적인 문제에 경각심을 일깨워줬어요. 이런 얘기를 누군가 무서워서 하지 못한 게 아니니까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고민이 담겼고, 실제 있는 일을 잘 다뤘다고 생각해요.

-'원티드'가 시청자들 사이에서 화제의 드라마였지만 아쉽게 시청률이 높지 않았다. 시청률이 높았으면 하는 생각은 없었나요.

▶누가 저한테 "시청률 낮았던 '원티드'를 다시 할래, 시청률 좋은 작품을 할래?"라고 물으면 '원티드' 한다고 할 거예요. 작품이 나쁘지 않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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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박호산/사진=이동훈 기자


-'원티드'에서 김아중이 모성애 연기부터 심리 연기까지 다양한 모습을 보여줬다. 새내기가 본 선배 김아중의 연기는 어땠나요.

▶제가 감히 선배님의 연기를 두고 어떻다고 평가를 할 수 없어요. 곁에서 본 아중 선배님은 작품에 굉장히 몰입했어요. 실제 엄마가 아닌데, 엄마처럼 잘 했고요. 또 캐릭터 표현에 있어서는 굉장히 치밀했어요. 14회 방송에서 냉동창고에 있는 저와 스튜디오에 있는 아중 선배님이 대화하는 게 있었죠. 촬영을 따로 했었는데, 선배님한테 전화가 왔어요. 촬영 내용을 물어보더라고요. 그게 자기의 감정을 잡아야 된다고 물어보더라고요. 같은 작품을 하고 있는 배우로서 감탄했죠. 훌륭했어요.

-'원티드'로 지상파 데뷔 신고식을 치렀는데, 앞으로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다양한 역할을 하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어요. 어떤 작가가 '이런 캐릭터 누구에게 맡겨야 되지?'라고 생각할 때, 제가 딱 떠올랐으면 좋겠어요. 또 역할이 크면 좋겠지만 좋은 작품에 출연했으면 좋겠어요. '원티드' 같은 작품이면 좋겠어요. 참, 오는 9월에 연극 '도둑맞은 책'에 출연해요. 연극도 준비 잘 했으니까 보러 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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