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가 벌인 '대형 방수포'와의 폭우 속 사투… 진풍경 연출

대전=김우종 기자 / 입력 : 2016.08.24 06:00 / 조회 : 3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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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차영차. 헉헉". 한화 관계자들이 방수포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 /사진=김우종 기자






한화가 지난 7월 야심차게 준비한 대형 방수포가 경기 중 처음으로 선을 보였다. 하지만 워낙 많은 양의 비가 갑자기 쏟아지면서, 결국 전부 다 펼쳐지지 못했다. 결국 우천 노게임이 선언됐고, 그제야 방수포와의 사투도 막을 내렸다.

23일 오후 6시 30분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 넥센 히어로즈의 경기가 4회 갑작스럽게 내린 폭우로 오후 8시 18분을 기해 노게임 선언됐다.

넥센이 3-0으로 앞서고 있던 4회말. 한화의 2사 1루 공격 상황서 노게임 선언이 내려졌다. 리드를 잡고 있던 넥센으로서는 하늘이 야속할 법도 했다.

이날 이글스파크에서 팬들의 가장 큰 함성을 들었던 이는 감독도, 선수도 아닌 바로 한화 구단 관계자들이었다.


4회말 한화의 공격. 일기예보에도 없던 소낙비가 갑자기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를 뒤덮기 시작했다. 폭우였다.

이용규와 송광민은 모두 아웃. 이어 김태균이 타석에 들어섰고, 빗줄기는 더욱 거세졌다. 김태균은 10구까지 가는 승부 끝에 볼넷으로 출루했다. 다음 타자는 하주석. 하지만 더 이상 경기를 진행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비가 내렸다. 추평호 구심은 결국 하늘을 가리키며 경기 중단을 선언했다. 19시 47분이었다.

양 팀 선수들이 각자 더그아웃으로 돌아간 가운데, 이글스파크에는 마운드 및 홈플레이트 부근을 덮는 소형 방수포가 등장했다. 1차 방수 작업이었다.

그러나 이 순간, 마치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듯 엄청난 양의 폭우가 계속 쏟아졌다. 이어 한화 3루 쪽에서 등장한 게 있었으니 바로 초대형 방수포였다.

이 초대형 방수포를 펼치려면 비가 안 오는 상황을 가정할 때 약 5분이 걸린다. 하지만 이미 하늘에서 엄청난 비가 퍼붓는 상황. 한화 구단 관계자들은 장대비에 몸을 내던진 채 초대형 방수포를 펼치기 시작했다.

먼저 약 10여명의 구단 관계자들이 방수포를 밀고 나왔다. 온몸은 이미 홀딱 젖었다. 이들은 쏟아지는 비를 고스란히 맞은 채 방수포를 깔기 시작했다. 서서히 내야에는 물이 고이고 있었다. 이들은 3루 쪽에서 우측 외야를 향해 방수포를 펼치기 시작했다. 방수포가 완전히 젖은 가운데, 설상가상 방수포 위에도 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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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로 방수포 위에 많은 양의 물이 고였다.



우여곡절 끝에 둘둘 굴려가며 우측 외야 쪽으로 방수포를 펼쳤다. 이제 방수포를 내야 쪽으로 끌고 가며 덮기만 하면 되는 상황. 그런데 여기부터가 문제였다. 방수포에 고인 물 무게 때문일까. 남자 여러 명이 안간힘을 써도 이 52m×52m 정사각형 크기의 방수포가 도무지 꿈쩍도 안 하는 것이었다.

구장 관리인들에 이어 경호 인력까지 가세했다. 하지만 반쯤 펼쳐진 방수포는 반쯤 펼쳐진 뒤 미동도 하지 않았다. 장정들이 추가로 투입됐지만 꼼짝하지 않기는 마찬가지. 바로 이때 비를 피하고 있던 관중들 여기저기서 "파이팅"이라는 큰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바로 사투를 펼치고 있는 이들, 한화 관계자들을 향한 응원의 목소리였다.

비가 오지 않는 상황에서 초대형 방수포를 펼치는 연습은 수차례 실시했다. 그러나 실전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관중들의 시선이 오로지 방수포와 싸움하고 있는 이들을 향해 집중된 상황. 쉰 살이 넘은 몇몇 관리자들은 빗물 고인 그라운드에 넘어지기를 두세 차례 반복했다.

경기 중단 선언이 내려진 뒤 31분이 지나 우천 노게임이 선언됐다. 20시 18분. 결국 21시 30분께 비는 다시 완전히 그쳤다. 구단 관계자들 약 20여명은 재차 초대형 방수포를 거두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 작업도 만만치 않았다. "영차! 영차!" 또 한 번 이글스파크가 시끄러워졌다. 이미 관객들은 경기장을 모두 빠져나갔다. 이들의 외로운 사투는 약 30분 만에 막을 내렸고, 얼마 후 내일 경기 준비를 위해 마운드를 다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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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수포 제거 작업 중인 한화 구단 관계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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