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MLB산책] 'ML의 덫' 부상과 슬럼프..코리언 빅리거 당면과제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 입력 : 2016.08.23 08:28 / 조회 : 3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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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팔뚝 골절상을 입으며 전열에서 이탈한 추신수. /AFPBBNews=뉴스1


지난 주말 이대호(시애틀 매리너스)와 최지만(LA 에인절스)이 마이너리그로 내려가고 강정호(피츠버그 파이리츠)가 부상자명단(DL)에 오르면서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한국인선수가 오승환(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과 김현수(볼티모어 오리올스), 단 두 명만 남게 됐다. 올해 한때 최고 8명에 달했던 코리안 메이저리거 수가 한 두 명씩 줄어들더니 지난 주말을 보내면서 한꺼번에 3명이 사라진 것이다.


올해 역대 최다인 8명의 한국선수들이 메이저리그 무대에 도전했는데 중반을 넘어 플레이오프 레이스가 절정으로 치닫는 시점에서 달랑 두 명만 남게 된 것은 한국 팬들 입장에서 허탈함과 아쉬움을 안겨주기에 충분하다. DL에 올라있는 한국인 선수들 가운데 메이저리그 경력으로 1-2위인 추신수(텍사스 레인저스)와 류현진(LA 다저스)는 올 시즌을 접게될 가능성이 높고 타격부진으로 마이너로 내려간 뒤 DL에 오른 박병호(미네소타 트윈스) 역시 이번 시즌에 돌아올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최지만의 경우는 구단 상황과 로스터 확장 등 변수가 많지만 워낙 빅리그서 타격성적이 부진했기에 선뜻 조기 복귀를 기대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반면 극심한 타격 난조였던 이대호는 구단에서 타격감 회복을 위해 열흘 정도 마이너에 다녀올 것을 주문받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트리플A 타코마에 내려가자마자 맹타를 휘두르고 있어 조기 복귀 가능성이 있다. 또 어깨부상으로 DL에 오른 강정호도 2~4주 진단을 받았기에 최상의 시나리오일 경우 비교적 빠른 시일 내에 돌아올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그 공백 기간이 짧다고 해도 이들 둘의 소속팀인 시애틀과 피츠버그는 모두 지금 플레이오프행 막차티켓이 걸려있는 양대 리그 와일드카드 2위 경쟁에서 그야말로 피 말리는 생존 싸움을 하고 있기에 지금 시점에서 팀을 떠나게 된 것은 선수로서 뼈아프지 않을 수 없고 팬들로서도 아쉽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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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리그 2경기만에 홈런포를 가동 빅리그 조기 컴백이 기대되는 이대호. /AFPBBNews=뉴스1


이처럼 한국 선수들이 시즌 고비에서 줄줄이 나가떨어지고 있는 것을 볼 때 새삼 메이저리그 무대가 얼마나 힘든 곳인지를 실감하게 된다. 메이저리그는 정규시즌 기간만 6개월, 2월말 스프링캠프 시작부터 포스트시즌까지를 모두 계산한다면 8개월이 넘는 대장정 마라톤이다. 중간에 쉬는 날도 거의 없다. 평범한 사람들과 달리 메이저리거들에겐 ‘여름휴가’란 것도 있을 수 없어 가족 휴가는 비시즌인 겨울에나 가능하다.


사실 메이저리그에서 시즌 전체를 낙오 없이 풀타임으로 뛰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는 정말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실감하기가 힘들다. 한국인 최초의 메이저리거인 ‘코리안특급’ 박찬호는 과거에 시즌 목표를 물을 때마다 승수나 평균자책점 목표치 대신 “건강하게 다치지 않고 시즌 전체를 마치는 것”을 제일 먼저 꼽곤 했는데 그것이 정말 현명한 ‘정답’이었다.

물론 이 같은 강행군 스케줄은 한국 또는 일본 프로야구도 비슷하다. 하지만 한국-일본과 메이저리그의 가장 큰 차이는 살인적인 이동거리로 인해 체력적 한계상황이 빨리 온다는 것이다. 미 동부에서 서부까지 시차만도 3시간이나 되는 미국이라는 거대한 땅덩어리를 6개월 이상 끊임없이 오가면서 경기를 하다보면 아무리 건강한 선수라도 여름이 가기 전 체력적으로 바닥을 드러내기 마련이다. 당장 이대호가 속한 시애틀은 미 대륙의 북서쪽 구석이라는 위치조건으로 인해 메이저리그 전체에서도 최악의 이동스케줄을 지닌 것으로 유명하다. 제일 가까운 원정경기가 비행기로 두 시간을 날아가야 하고 최고 5~6시간짜리 비행도 심심치 않게 있다.

그리고 체력이 바닥으로 떨어질 경우 거의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것이 부상의 덫이다. 물론 불가항력적인 부상도 많지만 몸 상태가 100%였다면 충분히 피할 수 있었던 부상도 적지 않다. 컨디션이 떨어진 탓에 여름에 들어가면 메이저리그에 부상선수들의 수가 부쩍 늘어나게 되며 일부 구단들의 경우 DL에 올라있는 선수들의 수가 멀쩡한 선수들의 수와 맞먹는 수준까지 올라가는 것이 결코 우연만은 아닌 것이다. 어쩌면 메이저리거들에게 부상은 불운이 아니라 필연일지도 모른다.

체력적 고갈은 부상외에도 ‘슬럼프’라는 또 다른 늪을 불러올 수 있다. 슬럼프의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역시 체력적인 문제에서 비롯된다. 지친 몸으로 거의 매일 경기하다보면 날마다 100%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없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더구나 메이저리그 무대는 저마다 세계 최고를 자부하는 선수들이 모인 곳이다. 당연히 서로를 연구하고 끊임없이 서로에 대해 적응해야 하는 곳에서 로봇이 아닌 인간이 항상 100% 컨디션을 유지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시즌 초반 좋은 출발을 보였던 박병호가 이후 극심한 슬럼프에 빠진 것은 바로 그의 약점인 빠른 볼 대처능력을 간파당한 뒤 달라진 투수들의 변화에 잘 대처하지 못했던 탓이다.

사실 이유를 알고 있어도 극복하기 쉽지 않은 문제인 것이다. 결국은 메이저리그 무대가 눈에 보이는 것 이상으로 힘들고 어렵다는 말이고 여기서 살아남으려면 그런 악조건을 모두 다 이겨내야만 한다는 것이다.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하려면 당연히 실력을 갖추는 것이 최우선 조건이지만 실력만 있다고 살아남을 수 있는 곳은 아니라는 것이다. 더구나 전혀 다른 언어와 문화라는 추가적 장벽을 뛰어넘어야 하는 한국인 선수들에게는 그 어려움이 두 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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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결같이 건재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파이널 보스' 오승환. /AFPBBNews=뉴스1


올해 메이저리그 한국인 선수들 가운데 지금까지 한 번도 탈나는 일 없이 순항하고 있는 선수는 오승환 한 명 뿐이고 출발이 가장 혹독했던 김현수는 지난 전반기 마지막 경기에서 부상으로 한 차례 DL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꾸준하게 ‘타격기계’다운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대호는 전반기 기대이상의 활약을 보여주었지만 후반기 들어 손부상과 상대의 견제, 체력적 어려움이 겹치며 깊은 슬럼프에 빠져 결국은 마이너에서 재충전 시간을 갖고 있는데 충분히 부활할 능력이 있는 선수다. 강정호의 경우는 필드 밖에서 불미스런 사건에 휘말린 것이 슬럼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되는데 그로 인한 마음의 짐을 더는 것이 우선이다.

어차피 야구를 올해만 하고 말 것이 아닌 이상 슬럼프를 이겨내는 것과 부상을 방지하고, 또한 부상에서 빠른 시일 내에 회복하는 것은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장기적으로 살아남기 위한 필수적인 생존능력이다. 지금 한국인 메이저리거들에게 닥친 최우선 해결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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