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별점토크]'아는 형님', 신선하지 않은 인물들이 만들어낸 의외의 케미!

이수연 방송작가 / 입력 : 2016.08.19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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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JTBC


누구나 다 과거는 있다. 아픔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쩜 이리도 구구절절한 사연을 가진 사람들을 모아놓았나 싶다. 그 사연도 각양각색이고, 그 중엔 눈물 없이 들을 수 없는 이야기들도 있다. 뭐 이미 눈치채셨으리라. JTBC의 패밀리 예능 '아는 형님'을 말한다.

강호동, 이상민, 서장훈, 김영철, 이수근, 김희철, 민경훈, 일곱 남자들로 구성 된 '아는 형님', 이들을 다시 한 번 꼼꼼히 짚어보자. 국민MC 타이틀로 최고의 자리를 지켰던 강호동. 여기서 중요한 건 '지켰던'이란 과거다. 가요계로 한 시대를 풍미했으나 사기죄로 빚쟁이에게 모든 수입을 차압당하는 이상민. 농구계에선 카리스마 넘쳤지만, 방송계에선 주변에서 이혼과거를 툭하면 들춰내 곤란해 하는 서장훈. 데뷔한지 근20년 동안 개그보다 영어를 월등히 잘하는 김영철. 도박 때문에 근면성실한 이미지가 실추 된 이수근, 발라드계의 보석이었으나 최근엔 이렇다 할 히트곡이 없는 민경훈. 불미스러운 사고는 없지만, 군대 제대 이후 아이돌이라 하기에 좀 나이 들어버린 김희철. 자, 어떤가. 죽 읊어보니 '신선함'과는 거리가 멀게 느껴지지 않는가. 오히려 과거에 화려한 영화를 누렸던 '올드(?)한 인물'에 더 근접하다.


분명 이런 이유가 컸으리라. 다소 올드한 형님들로 구성된 '아는 형님'이 꽤 오랫동안 무명의 설움을 겪었던 사실 말이다. 대부분 예능 프로그램은 초반 10회 안에 결정이 난다. 1~2회 때 시행착오를 겪고 나서 3~4회 때부턴 시청자들에게 입소문이 나면서 10회 정도에는 잘 되냐, 마냐가 대체적으로 판가름 난다는 것이다. 그런데, '아는 형님'은 무려 8개월 동안 성적이 지지부진했다. 솔직히 말해서 30회까지 반응이 별로 없다면 프로그램 막 내리자는 얘기까지 오고갈 만큼 심각한 상황이다. 하지만, '아는 형님'은 마니아층을 형성하면서 슬슬 화제가 되기 시작했고, 학교 콘셉트로 바꾸면서부터 시청률에 탄력이 붙기 시작했다.

제작진은 우연히 바꿨고 그것이 잘 맞은 '운' 덕분이라고 했다. 물론 운 중요하다. 바꿀 때 장소의 설정이 학교가 아니라 식당이나 공장, 회사였을 수도 있었으니까. 더군다나 '학교'라는 설정은 우리나라 예능 프로그램이 출발한 이래로 수 십 년은 된 콘셉트 아닌가. 과거 '봉숭아 학당'이라는 콩트를 비롯해 수많은 예능 프로그램에서 '학교'는 수없이 우려먹었던 콘셉트란 말이다.

자, 다시 정리해보면, 출연자도 과거의 영화를 누렸던 '올드'한 인물들이고, 콘셉트 역시 '올드'한 '학교'인데도 '아는 형님'이 사랑받는 이유는 뭘까? 아이러니하게도 이 올드한 두 가지, 바로 출연자들과 학교란 장소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아는 형님'의 초반엔 퀴즈도 하고, 토론도 하고, 매번 다양하게 콘셉트를 바꿨다. 그 때는 출연자들과 그 콘셉트가 어색했다. '아는 형님'의 멤버들 대부분 최근엔 방송감을 제대로 찾지 못해 과거만큼 날리지(?) 못하고 위축되어 있는 모습들이었다. 이런 멤버들이 매회 똑똑한 콘셉트로 게스트에게 질문하고, 진행하는 거 자체가 마치 안 맞는 옷을 입은 거 같았다.


그런데 학교 콘셉트로 바뀐 이후 어떤가! 멤버들은 늘 뭔가 '알아야 하는' 똑똑한 진행자란 옷을 벗어던질 수 있었다. 사랑받는 모범생과 거리가 먼 학교의 문제아들이 되어, 그냥 지금 현재 모습 그대로를 마음 놓고 드러낼 수 있었다. 게스트들이 막 반말하며 그들의 아픈 과거를 콕콕 찍어대도 웃을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된 것이다. 스스로를 포장해야하는 부담감이 없어지니 '아는 형님' 멤버들이 자유로워지면서, 지금은 오히려 과거 화려한 시절의 모습으로 조금씩 귀환하고 있는 중이다. 상승세를 타고 있는 '아는 형님'을 매회 지켜보면서 조만간 이들이 완벽하게 전성기 모습을 되찾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아는 형님', 2% 부족한 사람들이 스스로 디스하며 성장하는 프로그램! 그래서, 제 별점은요~ ★★★★ (4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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