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알고싶다, 100년만에 드러난 소록도 진실

김수진 기자 / 입력 : 2016.07.29 16:25 / 조회 : 15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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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SBS '그것이 알고 싶다'


SBS '그것이알고 싶다'가 한센인과 사회적 낙인과 차별을 당해야 했던 한센인 자녀들의 삶을 조명한다. 30일 오후 11시 10분 방송분(연출 이큰별 구성 정문영)을 통해서다.

# 비밀을 간직한 의문의 섬

남해안에 위치한 끔찍한 비밀을 품은 의문의 섬. 외부인 통제 구역인 이곳에는 오래 전부터 자행되었던, 절대 세상 밖으로 알려져서는 안 될 비극이 숨어있었다.

"가마솥에다 사람을 삶았어요. 고았어요. 사람을 갖다가 그렇게 삶아가지고 뼈만 추려가지고 연구하려고.." (섬 주민 00씨)

"사람 대접을 못 받고 산거죠. 개, 돼지만도 못한 거고... 그냥 주는 밥이나 먹고, 때 되면 죽는 거고.. "(섬 주민 자녀)

이들의 충격적인 주장은 과연 사실일까?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비극의 실체와 마주하기 위해, 두 달여의 기간 동안 200명이 넘는 취재원과 접촉했고, 모두의 외면 속에 100년 넘게 드러나지 않았던 진실을 파헤친다.

# 14개의 유리병이 말하는 비극

전라남도 고흥군에 위치한 소록도.

한센인이 모여 사는 소록도에 대한 취재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제작진은 사람의 인체를 표본으로 만들어 유리병 안에 담아 보관했다는 기괴한 소문을 접했다.

"사람이 목만 잘라서 있는 것도 있었어요. 목. 사람을 부위 별로 잘라서 유리병에 넣어 놓은 것도 있었다고요. "(과거 섬 주민)

제작진이 입수한 사진 속 유리병의 수는 총 122개.

유리병 속에는 사람의 목을 잘라 넣은 표본도 있었고, 뇌나 장기를 절단한 표본이 포르말린 용액 속에 담겨 있었다.

"유리병 표본을 어떤 목적으로 모았는지 모르겠어요. 특히 태아 (표본)의 경우에 있어선 제가 이해를 잘 못하겠는 게 거의 출생 시기가 다 된 태아인데..."(고려대의대 해부학교실 엄창섭 주임교수)

전문가조차도 의문을 제기하는 122개의 인체표본. 놀랍게도 그중 14개의 유리병에는 태아의 사체가 담겨 있었다. 사진 속 태아는 탯줄이 발목을 감고 있거나, 심지어 머리카락까지 자라있는 출생 직전의 상태였다. 그들은 ‘왜 나는 태어날 수 없었나요’ 라고 취재진에게 묻는 듯 했다. 제작진은 오랜 시간의 탐문 끝에 사라진 유리병 속 태아들의 비밀을 확인할 수 있었다.

# 핏빛 유리병의 탄생 - 강제 낙태와 정관 수술

일제 강점기 조선총독부는 한센인의 출산을 금지하며 강제낙태와 정관 수술을 자행했다. 충격적인 것은 일제가 가지고 있던 ‘한센병이 유전된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부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광복 이후 대한민국 정부에서까지, 그것도 1990년대 중반까지 은밀하게 이어져왔다는 사실이 취재 결과 확인되었다. 잔혹한 인권유린은 최근까지 것이다. 특히, 유리병 속 태아들은 한센인들은 임신해서는 절대 안된다는 본보기로 전시해놓았다는 것.

"내가 마지막일거야. 소록도에서 마지막 수술한 사람이야. 우리가 병이 들고 싶어 들었어? 살다보니 든 것인데, 그놈의 쓸데없는 일제시대 때 하던 습관을 갖다 버리지 못해가지고 여기서도 낙태를 하고..."(송문종 1992년 정관 수술 피해자)

"낙태하러 안 간다고 막 울고불고 하니까 데리고 가서 가둬버린다 하고. 발로 차서 낙태시킨다 하고. (낙태를) 거부하면 완전히 그냥 두드려 맞고 쫓겨나야 되니까"(최영호 (가명) 낙태 피해자 남편)

# 유리병을 피한 운명 - 아이는 어디로 사라졌나?

강제 낙태와 정관수술이 행해지고 생명의 위협을 받는 상황 속에서도 아이들은 태어났다. 감시의 눈을 피해 힘들게 세상에 나온 아이들은 사회적 낙인과 차별이라는 또 다른 비극과 마주해야 했다. 많은 아이들이 한센인 2세라는 이유로 부모와 분리되어 해외에 입양되기도 했다.

"한국 정부 관계자가 말하더군요. ‘나병 환자를 부모로 두고 있는 아이들 1만4000명을 다 데려가시지 그러세요’라고요. 정말 믿을 수 없었어요. 그 사람들은 이 아이들을 얼른 한국에서 치워버리고 싶었던 거예요." ( 버니스 고트리브 전 UN대사)

입양되지 못한 아이들은 전국의 보육 시설에 강제로 맡겨졌다. 단체 수용시설과 다름없는 열악한 환경에서 아이들은 강제 노역에 동원되거나 구타로 사망하기도 했다. 제작진은 수소문 끝에 대구의 한 보육원에 딸을 맡긴 뒤 소식이 끊어진 한센인 어머니를 만날 수 있었다. 어머니는 떨리는 손으로 45년 간 소중히 간직해온 딸의 사진을 제작진에게 건넸다.

"아이가 죽었다고 전보가 왔더라고요. 그런데 보육원에 가보니까 아이가 없어요."

제작진은 한국과학기술원의 최신 몽타주 제작 방식을 활용해 아이의 얼굴을 몽타주로 제작, 그녀의 흔적을 쫓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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