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LG팬들의 집단행동, 누구를 위한 외침인가

잠실=한동훈 기자 / 입력 : 2016.07.29 06:05 / 조회 : 6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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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극성 LG 팬들이 또 집단 행동에 나섰다. 전반기 막바지부터 양상문 LG 감독의 퇴진을 요구하는 플래카드를 외야 관중석에 걸더니 급기야는 조직적인 시위까지 계획했다. 결국 별다른 호응도 얻지 못한 채 흐지부지됐으나 계획 자체만으로도 선수단은 상처를 받았다.

지난 27일 LG와 롯데의 경기가 끝난 잠실구장 중앙 출입구에는 100여 명이 채 안되는 팬들이 기습 시위를 벌였다. 스스로를 'LG 트윈스 팬 모임'이라 밝힌 이들은 사전에 보도자료까지 준비하는 등 치밀하게 이날 시위를 준비했다. 선수들이 다 함께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원정경기 전날로 날짜를 잡았다.

이들이 공개한 성명서에는 '1. 구단은 즉각 양상문 감독을 경질하라!', '1. 구단은 현실성 있는 과감한 투자로 팀 전력을 강화하라!', '1. 구단은 프런트의 야구 전문 인력을 보강하고 육성하라!', '1. 구단은 명확한 팀 체질개선 방안과 비전을 제시하라!' 등의 요구 사항이 적혀 있었다.

팬이 구단의 운영에 직접적으로 실력을 행사하려는 시도는 최근 빈도가 부쩍 늘었다. 한화와 KIA는 팬들의 성화에 못 이겨 감독을 결정하기까지 했다. 시위를 주도한 일부의 LG 팬들 또한 여기에 자신감을 얻었는지 2011년 박종훈 감독 재임 당시의 '청문회 사태'보다는 훨씬 조직적이고 계획적으로 움직였다.


하지만 문제는 이들이 자신들의 의견을 LG 팬 전체의 의견인 양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는 데에 있다. 한 시즌에 LG의 홈경기를 찾는 관중은 100만 명이 넘는다. 이 중 절반은 원정팀 팬이라 치더라도 LG 팬은 수십만에 육박한다. 단적으로 올해 LG 트윈스의 유료 회원 숫자만 해도 4000명을 상회한다. 단 수 십 명이 이들의 의견을 대표하는 양 행동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한 커뮤니티에서는 28일 계획을 저지할 사람을 모집한다는 움직임도 있었다. 막상 원정을 출발하는 밤 11시가 됐을 때는 응원하는 팬들만 남아 박수와 함성 소리가 들렸다.

이날의 승리투수이자 LG의 주장인 류제국은 "오늘 경기 후에 청문회를 한다는 소식을 선수들도 들어 알고 있다. 감독님 바꾸라는 소리인 거 같은데 정말 아쉽다. 선수들끼리는 감독님만한 좋은 분 없다고 이야기한다. 그래서 더 열심히 하려고 한다. 우리가 못하면 우리 연봉 깎이는데 다들 죽기살기로 한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이어 "감독님 힘드신거 모두가 알고 있다. 사실 우리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다. 우리끼리 더 잘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데 야구가 또 마음처럼 되는 게 아니지 않느냐. 그래도 저런 시위는 아쉽다. 차라리 응원을 해 주셨으면 더 힘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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