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출구 "'쇼미더머니' 출연 이제 끝..길거리서 랩 해야죠"(인터뷰)

윤상근 기자 / 입력 : 2016.07.28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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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서출구 /사진=김휘선 인턴기자


28일 오전 만난 래퍼 서출구(24)에게서 약간 피곤한 기색이 보였다. 왜인지 물어봤더니 전날 곡 작업이 늦어져서 인터뷰 당일 5시에야 잠을 잘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엄청 바빠졌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인터뷰를 미뤄달라는 요청을 받았지만 더 이상 미룰 수 없어 강행한 것에 대해 살짝 미안함도 들었지만, 그만큼 서출구에게서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서출구는 이른바 프리스타일 랩 최강자라는 타이틀로 많이 알려진 래퍼다. 힙합 크루 ADV의 일원으로 활동하며 언더그라운드 힙합 신에서 독보적인 실력을 뽐내며 스타덤에 올랐다. 그리고 그는 지난해 케이블채널 엠넷 '쇼미더머니4'에 등장하며 자신에 대한 화제성을 더욱 키워나갔다.


서출구는 '쇼미더머니4'에서 기대에 부합하는 실력으로 승승장구했다. 일대일 랩 배틀 미션에서의 허인창과의 불편한 관계, 싸이퍼 미션에서의 마이크 전달 사건 등 몇몇 눈에 띄는 순간들이 있었지만, 서출구의 랩 실력에 대해서는 결코 나쁘지 않았다. 쉽게 말해 서출구는 '쇼미더머니4'에서 좋은 이미지를 얻으며 장렬하게 전사한 래퍼가 된 것이었다. 팬들은 이후 다음 시즌을 기약하며 서출구의 존재감에 대한 높은 기대감을 보였다.

하지만 부푼 꿈을 안고 출연한 '쇼미더머니5'는 서출구가 예상한 흐름과 다소 다르게 흘러갔다. 서출구는 연이어 경연에서 완벽한 무대를 보여주지 못한 채 경연을 통과하며 이전 시즌에서의 활약을 기대한 팬들에게 아쉬움을 전했다. 이후 서출구는 일대일 랩 배틀을 통해 자신의 주 무기였던 프리스타일 랩을 쏟아내며 원에 완승을 거두며 다시금 실력자로서 면모를 보였지만, YG 팀 미션에서의 어색한 구도와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 경연 통과 순간들은 분명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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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서출구 /사진=김휘선 인턴기자



서출구는 인터뷰에서 "'쇼미더머니5'로 정말 많은 악플(악성 댓글)들을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지난해 '쇼미더머니4'에서의 반응과는 정말 상반된 분위기"라고도 말했다. 실력이든, 존재감이든 여러모로 서출구를 향하는 시선은 결코 곱지 만은 않았다는 뜻이었다.

점점 많아진 악플에 서출구는 "멘탈을 붙잡는 것조차 힘들었던 때가 있었다"고 말했다. '쇼미더머니5'를 거치는 과정 그 자체가 서출구에게는 험난한 길과도 같았다.

서출구는 그래도 어느 정도는 만족하는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더 잘 할 수 있었다는 아쉬움과 함께 앞으로 자신이 경험해야 하는 것들이 많다는 걸 알게 해줬다는 것이다. 자신의 색깔과 맞지 않는 무대, 자신의 스타일과는 다른 콘셉트의 노래를 부르는 것이 뜻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깨닫게 해준 것이 바로 '쇼미더머니5'였다.

서출구의 후회는 이어졌다. '쇼미더머니4' 때 다음 시즌을 준비하겠다고 한 말이 족쇄가 돼 스스로 합리화하려 애쓰는 자신의 모습이 후회가 됐다고 서출구는 말했다.

"'쇼미더머니5'에 출연한 것에 대해 뭔가 변명처럼 무언가를 해명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던 제 자신이 후회됐어요. 지금 생각해보니 그럴 필요는 전혀 없었거든요. 지금 내 모습과 다르게 비쳐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고민이 많았던 것 같아요."

후회만 하진 않았다. 서출구는 나름대로 만족감도 느꼈다. 특히 프리스타일 배틀 미션은 서출구 본인도 잊지 못하는 무대로 꼽는다.

"무대에서 팬들이 제 이름을 불러주고, ADV에서도 손가락으로 마름모를 표시하며 핸드 사인으로 저를 응원해줬어요. 나름 자부심이 있었고 제 실력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한국에서는 이러한 스타일의 랩 배틀 자체가 익숙하면서도 생소하기 때문에 더 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죠. 서러움과 고마움이 교차했어요. 길바닥에서의 제 모습이 떠올라서 울컥하는 마음에 서러웠던 것이고 저를 응원해준 팬들에게 고마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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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서출구 /사진=김휘선 인턴기자


서출구는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무대에서의 완성도를 높여갔다. 자신에게 칭찬을 하기보다 자극을 주고 의심했다. "나를 괴롭히는 것에 나는 익숙하다"고 말했다. 또한, "부족하다는 말은 내가 늘 해오던 말"이라고도 말했다.

서출구는 앞으로도 이 길을 계속 갈 것이라고 밝혔다. 자신을 응원해주는 사람들은 물론이고 자신을 욕하는 사람들에게도 좋은 음악으로 보답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것이 해답이라고, 서출구는 말했다. 다만, 서출구는 "'쇼미더머니6'는 안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말도 안 되는 이유가 생기지 않는 이상, '쇼미더머니6'는 출연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하하"

이에 서출구의 음악을 들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었다. 답은 이랬다.

"공연장에 오세요. 길거리에서도 저는 랩을 하고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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